5년 전만해도 경영난에 시달리던 구찌는 최근 디자인 혁신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사진 : 구찌>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지난해 과감한 디자인 혁신으로 명품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았다. 그 결과, 구찌는 지난해 17%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구찌 모기업 케링(Kering)의 주가는 지난 1년간 79%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43% 상승했고, 지난 5월부터는 매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케링 매출의 절반 이상이 구찌에서 나온다.

구찌가 최근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5년 전만 해도 매년 매출이 20% 줄어드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브랜드의 로고가 잘 보이지 않는 핸드백이 인기를 끌면서 구찌 제품의 인기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부활

구찌의 부활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세 가지 성공 비결이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무명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한 파격적인 인사 결정. 둘째, 온라인 판매 채널의 강화. 셋째, 고객 맞춤 서비스 라인의 확대다.

구찌는 2년 전 세계 패션 업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자사에서 13년 동안 묵묵히 일하던 무명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수석 디자이너)에 임명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미켈레는 임명되자마자 패션 업계를 뒤집어놓았다. 절제된 구찌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꽃과 나비, 새, 잠자리, 도마뱀 등을 요란하게 옷과 가방에 수놓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마치 할머니 옷장에 깊숙이 넣어둔 옛날 옷처럼 촌스럽고 요란했다.

세월이 지나도 큰 변화가 없던 구찌에 질렸던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깬 미켈레의 화려한 디자인에 열광했다. 덕분에 한동안 정체 상태이던 매출액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외신에 따르면, 2015년과 2016년 구찌 매출은 각각 12%, 17% 늘었다.

미켈레의 파격 행보는 계속됐다. 난데없이 식물원을 배경으로 광고를 찍었다. 유리 돔 형태의 식물원에서 각종 야생 식물과 거닐고 있는 플라밍고(홍학류 새), 다채로운 패턴의 카페트, 수북하게 쌓인 고서가 어우러진 장면에 패션 업계 관계자들은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이라고 극찬했다.

미국의 한 패션 블로거는 “미켈레가 취임한 이후 ‘긱 시크(geek chic·컴퓨터와 기술 마니아들의 괴짜 패션)룩’을 시도한 것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본다”며 “구찌는 최근 매장을 바로크 스타일(16~17세기 유럽의 미술양식)로 단장하고, 곤충·동물에서 영감을 얻은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웹사이트를 운영해 왔던 것과 달리 구찌는 온라인 판매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구찌는 ‘구찌닷컴’을 통해 ‘구찌가든’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only’ 상품을 강화했다. 이 상품들은 온라인에서만 구매 가능하다. 의류 13종, 구찌 대표 상품인 ‘디오니소스백’을 포함한 가방 2종, 지갑과 스카프 등 잡화 3종, 신발 2종 등으로 구성됐으며, 구찌의 상징과도 같은 알레산드로 미켈레 특유의 화려한 동식물 프린트가 전 제품을 휘어감고 있다.

구찌는 이 밖에 유명배우 대신 인플루언서(Influencer·소셜미디어로 알려진 유명인)들을 섭외해 친근한 광고를 만들었다. 구찌는 자사 신발 제품 ‘에이스 스니커즈’를 알리기 위해 한국의 ‘롱보드 여신’ 고효주, 노르웨이 스냅챗 스타 지오스냅, 브라질 예술가 아난다 나후 등을 섭외해 영상을 만들었고, 이를 구찌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드니스 달호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는 “명품 브랜드의 가치는 희소성에 달려있기 때문에 고객의 접근이 쉽지 않아야 한다. 이는 디지털 시대 명품 업계의 가장 큰 딜레마다. 하지만 구찌는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명품의 가치를 잃지 않는 강점을 지녔다”고 말했다.


개인 취향 살릴수 있는 ‘DIY 서비스’ 확대

지난해 미켈레는 구찌 사상 처음으로 고객의 개성을 반영한 맞춤형 디자인 가방인 ‘DIY(Do It Yourself)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인기 제품인 디오니소스백에 다양한 동식물 자수를 넣거나 다양한 색상의 악어가죽과 뱀가죽, 스웨이드(새끼 양이나 새끼 소 가죽 뒷면을 보드랍게 가공한 가죽) 소재를 장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국내에서 디오니소스백은 사이즈와 문양에 따라 200만~500만원대에 판매된다.

밀라노 몬테 나폴레오네 거리 플래그십 매장에서 처음 시작한 DIY 서비스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 매장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구찌는 앞으로 에이스 스니커즈와 프린스타운 신발, 남녀 의류 등에도 DIY 서비스를 적용할 계획이다.

구찌 관계자는 “DIY 서비스의 목적은 고객에게 구찌의 아름다움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취향을 보여주는 동시에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공동 디자이너가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plus point

구찌 살린 ‘미켈레 효과’


알레산드로 미켈레. <사진 : 구찌>

구찌의 혁신은 ‘미켈레 효과’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위축됐던 명품 시장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2015년 1월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구찌의 수장이 된 그는 기대와 의구심을 한몸에 받으며 컬렉션의 첫발을 내디뎠다. 결과는 엄청났다. 미켈레가 등장하기 전까지 구찌의 디자인은 식상한 디자인으로 ‘바닥을 쳤다’는 가혹한 평가까지 들었지만, 이때부터 새롭게 태어났다. ‘더뉴욕커’는 미켈레에 대해 ‘르네상스맨’이라고 표현했다. 미켈레 이후 구찌의 매출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건 숫자로 가늠할 수 없는 문화적 신드롬이다. 미켈레만의 독특한 취향이 세계 패션 트렌드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미켈레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려함과 규칙이 없는 아이디어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또 히피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자유분방한 아티스트 기질이 충만하다.

미켈레는 구찌 의상의 여성복과 남성복을 나누지 않고 있다. 남자 모델과 여자 모델이 있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렵기도 하고 드레스를 제외하고는 누가 입어도 관계없다. 미켈레는 “우리는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한다. 나는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것 이전에 ‘아름다움’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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