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저커버그는 컴퓨터밖에 모르는 괴짜가 아니라 한 해 수십 권의 고전을 읽고, 히브리어·라틴어·중국어를 배우는 공부벌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을 이끄는 IT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독서를 통해 경영에 필요한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다. 또 중국어를 배우며 굳게 닫힌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페이스북을 세계 최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저커버그의 저력은 꾸준한 학습에서 나온 셈이다.


제프리 이멜트 “16년 CEO 재직 비결은 학습”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 완커(萬科)그룹을 설립한 왕스(王石) 역시 공부하는 CEO로 유명하다. 그는 “변화무쌍한 시장의 흐름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젊어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책을 읽고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CEO의 학습력이 주목받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고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CEO의 학습과 자기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16년 동안 제너럴일렉트릭(GE)을 이끈 제프리 이멜트 전 회장은 오랫동안 글로벌 기업 CEO를 지낸 비결로 ‘꾸준한 학습’을 꼽았다.

국내 기업 CEO들도 자신만의 공부법을 찾아 부단히 학습하고 있다. 교육 전문업체 휴넷이 국내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CEO들은 하루에 평균 한 시간 공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는 CEO가 가장 많았고 대학 최고경영자과정과 같은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나 강연을 이용하는 CEO도 많았다.

CEO들이 여러 분야를 학습하고 있지만 공부에 왕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CEO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자신만의 학습법을 찾고 있다. 틈틈이 시간을 내거나 잠을 줄여 책을 읽는 것은 CEO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습법이다. 기업인들은 독서를 통해 바뀌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사고력을 높인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환경은 신문과 잡지를 읽으며 살핀다. 많은 CEO가 기사 읽기에만 그치지 않고 기사를 요약하고 메모하는 ‘적극적인 뉴스 보기’를 실천하고 있다. 해외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야 하는 CEO들은 외국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외국어 잡지와 방송을 통해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을 공부한다.

업무 시작 전 한 시간은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이해선 코웨이 대표는 영어나 중국어·일본어로 된 잡지를 읽으며 외국어를 공부했고, 프랑스어는 샹송으로 익혔다.


학습으로 경영 불확실성 극복하는 CEO들

당장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CEO들은 보다 적극적인 학습에 나선다. 최신 기기를 사용하고 기술을 습득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폰 사업부를 맡게 된 이후 수십 대의 스마트폰을 분해하며 공부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보수적인 조직인 은행의 CEO를 맡으면서 얼리어답터가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누구보다 먼저 최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고 모바일 결제, 빅데이터, 로보어드바이저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공부한다. 핀테크가 미래 금융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IT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최고경영자 과정을 밟는 CEO들도 있다. 이들은 현장에서의 경험과 강의실 이론을 결합해 시너지를 얻는다. 물론 기업 현장 자체도 CEO들에겐 도서관이나 다름없다.

덴마크 펌프 회사인 그런포스펌프의 한국 지사를 맡고 있는 이강호 대표는 “이른 아침에 열리는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는 한국 CEO의 끊임없는 학습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며 “CEO들의 지칠 줄 모르는 학습열이 글로벌 시장 진출과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기업 조직에서 학습은 직원들의 과제로 여겨졌다. CEO 자리에 올라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학식과 경험을 갖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의 뒤에는 ‘학습하는 CEO’가 있는 경우가 많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투자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한 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는데, 이는 엄청난 투자 수익을 내는 성공의 기반이 됐다. 독서광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역시 “나의 성공에는 독서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며 학습력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고백했다.

성공한 많은 CEO들의 공통점은 다방면으로 학습한다는 점이지만, 이들의 공부가 단순히 개인적인 습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래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절실함으로 배움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 트렌드와 시장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면서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은 “지금과 같은 변화의 속도는 전례가 없다”며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국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변화의 폭과 깊이는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지식을 얻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학습은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CEO의 자구책인 셈이다.

IT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변화를 포착하고 트렌드를 읽기 위한 학습은 더 많이 요구된다. 예컨대 과거 기업은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는 데 TV·신문·인터넷 등 대중 매체를 활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Phono-sapeins·호모 사피엔스에 스마트폰을 합성한 단어)’가 등장해 모바일이 모든 것을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모바일의 생리를 알지 못하는 CEO가 이끄는 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그동안 쌓았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기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아브스만 박사는 저서 ‘지식의 반감기’에서 경제·역사·심리 등 사회 과학 분야 지식은 7~8년 정도면 그 효용성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혹은 이전 지식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우리가 과거 배웠던 지식이 쓸모없는 것이 돼 버리는 것이다.

CEO가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배워야 하는 것은 업종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업종 간 구분은 비교적 명확했다. 석유·화학과 IT 산업은 각각의 시장을 가지고 있었고 자동차와 통신 업종도 서로 경쟁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업종 간 경계는 무의미해지고 있다. 많은 IT 기술이 석유·화학, 선박, 철강 업종에 적용되고 있고, 자동차 내부에 통신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유통 업체 CEO라도 IT 기술에 익숙하지 않으면 기업은 한 발자국도 나가기 어려워졌다.



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은 하루 한 권 경영서를 읽으며 경영을 배웠다. 자서전을 포함해 9권의 책을 쓴 저술가이기도 하다. <사진 : 블룸버그>

변화를 읽고 통찰력 기르는 학습에 집중

그렇다면 CEO의 학습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할까. CEO가 공부하며 얻는 것은 개인적인 자기 개발과 만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성장과 발전에 필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그래서 CEO들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기보다 변화를 읽어내는 힘과 통찰력을 기르는 학습에 집중한다.

경제·경영서는 물론 역사·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매주 2~3권씩 읽으며 통찰력을 기른다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금과 같은 격변의 시기에는 통찰력을 길러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은 “CEO는 끊임없이 의사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대한 지식과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며 “학습을 통해 CEO가 길러야 하는 능력은 가장 좋은 의사 결정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습을 통해 CEO 자신뿐 아니라 조직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하는 실행력도 필요하다. 마이클 자렛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변환적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변환적 리더십은 학습을 통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의 변화를 강조한다.


plus point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학습법
책 6000권 독파… 손자병법 읽고 경영전략 창조

연선옥 기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은 손자병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경영 전략 ‘제곱병법’을 만들었다. <사진 : 블룸버그>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공부하는 최고경영자(CEO)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손 사장은 지금까지 6000권 이상의 책을 읽으며 지력(知力)을 쌓았다. 그는 26세부터 중증 만성간염으로 3년간 병원에서 지낼 때 4000여권의 책을 읽으며 사업을 구상했다고 한다. 여기서 얻은 통찰력으로 소프트뱅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손 사장이 경영에 가장 중요한 지침서로 꼽는 책은 ‘손자병법’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법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손 사장은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특히 손 사장은 27세에 손자병법에 기반한 자신만의 경영 전략인 ‘제곱병법’을 수립해 중요한 결정이 필요한 순간마다 지침으로 삼고 있다.

제곱병법은 손자병법의 14글자에 손 사장이 만든 11글자를 합친 것으로, 그 내용은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 ‘정정략칠투(頂情略七鬪)’ ‘일류공수군(一流攻守群)’ ‘지신인용엄(智信仁勇嚴)’ ‘풍림화산해(風林火山海)’로 구성된다. 먼저 ‘도천지장법’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아는 바른 리더가 돼야 우수한 부하를 모으고 승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정략칠투’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전략을 다듬어 승률이 70%의 수준에 도달하면 그 사업에 도전한다는 의미다.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는 손 사장은 70%의 확률이 있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류공수군’은 시대 흐름과 미래를 분명히 예측해 일등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신인용엄’은 리더는 신의, 인덕, 용맹, 위엄을 갖춰야 조직원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풍림화산해’는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면 그 시장에 있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곱병법을 경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는 손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정확히 읽어 승승장구하고 있다.


쉬운 표현 사용하는 손정의의 비즈니스 영어

글로벌 기업을 이끌고 있는 손 사장은 영어 공부에서도 자신의 노하우를 개발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15세에 미국으로 건너간 손 사장은 캘리포니아대에서 공부했지만 아직 원어민 수준의 영어는 구사하지 못한다. 하지만 수많은 인수·합병(M&A) 협상에서 통역사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손 사장의 비즈니스 영어는 완벽하다. 미키 다케노부(三木雄信) 소프트뱅크 전 사장실장에 따르면 손 사장이 사용하는 영어 단어 수는 1480개 정도로 중학교에서 배우는 어휘력 수준이다. 문법적인 실수는 신경쓰지 않는다. 대신 영어 리듬과 액센트에는 크게 주의를 기울여 전달력을 극대화한다. 손 사장은 상대방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다면 굳이 어려운 표현은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쉬운 표현을 반복하고 짧은 문장을 구사해 듣는 이의 집중력과 협상력을 높이는 것이 손 사장의 영어 말하기 전략이다.

성장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손 사장은 빠른 시장 변화와 기술 발전을 읽고 기민하게 대응하는 CEO이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세상(4차 산업혁명 시대)은 모든 것이 연결되고, 사물인터넷(IoT)은 인공지능(AI)으로 완성된다. 새로운 세상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변화에 깨어 있고 꾸준히 학습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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