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가격의 암호화폐 등 최근 다양한 사업 등장 몇년 내 많은 것이 바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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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루빈(Joseph Lubin) 미국 프린스턴대 전기공학· 컴퓨터과학과, 골드만삭스 테크놀로지부문 부사장, 콘센시스 창업자
5월 11~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이더리얼 서밋’에서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 조셉 루빈을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 콘센시스

5월 11~17일(현지시각)의 뉴욕은 블록체인 세상이었다. 뉴욕을 ‘글로벌 블록체인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뉴욕시가 후원하는 ‘뉴욕 블록체인 주간(Blockchain Week NYC)’이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만 세계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인 ‘콘센서스’를 비롯해 ‘이더리얼 서밋’ 등 20여 개의 블록체인 관련 행사가 줄을 이었다.

많은 블록체인 거물이 연사로 참석한 가운데,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이자 블록체인 스타트업 ‘콘센시스(ConsenSys)’ 창업자인 조셉 루빈(Joseph Lubin·53)이 특히 주목받았다. 주요 콘퍼런스에 모두 연사로 등장하며 이름값을 한 것이다.

루빈의 ‘입’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블록체인 주간 시작 하루 전인 10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플루디티 서밋’에서부터였다. 평소 ‘비트코인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헛소리’라며 블록체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던 누리엘 루비니 미 뉴욕대 교수와 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작심한 듯 “암호화폐 업계는 수입과 부의 측면에서 봤을 때 북한보다도 더 불평등하다. 암호화폐는 통화가 아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5년 전 이더리움을 선보이면서(2013년 이더리움의 기본 개념을 구상해 2014년 1월 이더리움의 개념을 공개적으로 발표. 이 시기 루빈이 이더리움 개발에 참여) 거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2018년인) 지금도 여전히 똑같이 말하고 있다. 여전히 이더리움이 기존 중앙화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절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토론 중반부, 루비니 교수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비난의 말을 침착하게 듣고 있던 루빈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웃으면서 “코드를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블록체인 업계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는지를 프로그램으로 보여주겠다는 뜻이었다. 순간 루비니 교수의 날선 비난에 긴장했던 블록체인 업계 청중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청중이 손뼉을 친 유일한 순간도 이때였다. 루빈은 이어 “블록체인 첫 번째 버전은 모든 네트워크 참가자들이 거래를 처리하고 데이터를 저장해야 했기 때문에 거래 속도가 더뎠지만, 그동안 블록체인 참가자의 네트워크 밖에서 거래를 처리해 속도를 개선하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금융맨→다시 엔지니어로

루빈은 캐나다 태생으로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전기공학·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 정착해 줄곧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로 이직해 트레이딩 시스템을 만들기도 하고 헤지펀드를 운용하기도 하는 등 ‘월가 금융맨’으로 활동했다. 그랬던 그가 블록체인 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비트코인과 비슷한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 덕분이었다. 부테린이 내놓은 이더리움 사업계획서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이다. 2013년 11월 부테린의 사업계획서를 처음 접한 그는 ‘이더리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들이 만들어질 것이고 이것은 거대한 사업 기회가 될 것’이라 직감했다.

2014년 1월 1일 그는 부테린과 직접 만나 이더리움을 함께 만들기로 합의했다. 루빈을 뉴욕 이더리얼 서밋이 열린 11~12일 이틀간에 걸쳐 현장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넷은 우리의 신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망가졌다”며 “블록체인을 통해 우리가 스스로 개인정보를 통제하게 되면 선택에 따라 데이터를 숨길 수도, 더 의미 있게 만들어 비싸게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움직이고 있는 암호화폐 규제 분위기에 대해서는 “지금은 새롭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이해해야 할 시점이다. 규제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신이 만든 회사 콘센시스는 정확히 무엇을 하나.
“콘센시스는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에서 탈중앙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이더리움이 다른 기술보다 몇 년은 앞서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플랫폼을 활용할 이유가 없다. 이더리움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제품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효용이 커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더리움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들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이를 반영하려고 한다. 부테린은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업들을 발견하고, 하루 한 시간에서 많게는 다섯 시간까지 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구현해본다. 그 내용을 트위터에 공유하기도 한다. 모든 것들이 이더리움 플랫폼에 반영된다. 콘센시스는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접근 방식과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왜 그렇게 중앙화된 시스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가.
“콘센시스를 비롯해 많은 블록체인 업체들은 경제·사회·정치 인프라를 더 낫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탈중앙화 조직으로 구현되고 있다. 탈중앙화된 조직은 기존의 중앙 통제를 벗어나 다양한 참여자들이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쓰게 될 것이다. 이런 조직에서는 참여자들의 주인의식이 강해질 수 있다.”

중앙화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실리콘밸리 대기업에 대한 반발인가.
“물론 페이스북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다수의 회원 개인정보를 넘기는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에도 문제가 있다. 꼭 그에 대한 반발이라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수십 년간 신뢰를 잃어가면서도 성장해 온 정부나 은행에 대한 반발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반가운 일도 있었다. 올해 5월 25일 자로 시행된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은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 매우 복잡해졌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개인정보를 조심히 다룰 수밖에 없게 됐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몇 가지 이유로 인터넷이 망가졌다고 말해왔다. 인터넷은 우리의 신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자신의 신분에 대한 정보를 뿌린다. 이런 정보의 대부분은 실리콘밸리에서 운영되는 기업들의 서버에 저장된다. 기업들은 이렇게 저장한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기는커녕 현금화한다. 사람을 이용하고,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블록체인을 통해 바뀔 것이다.

사실 탈중앙화라는 변화는 개인정보를 이용해 온 기업들에도 나쁠 게 없다. 우리가 스스로 데이터를 지킨다면, 기업들 역시 보유한 개인정보가 유출돼 회사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다. 우리는 ‘유포트(uPort)’라는 이더리움 기반의 신분 인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사용자가 지정하는 대로 데이터를 암호화해 외부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블록체인 업체들도 제법 있다. 유포트 같은 시스템이 실리콘밸리 기업과 다른 회사들에 설치된다고 하자. 우리는 자신의 데이터를 암호화하는 대신 그 정보를 기업에 내주는 대가로 돈을 버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재무 정보나 건강 정보 등 더 값어치 있는 데이터를 직접 입력해넣고 이를 스스로 데이터 회사에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데이터 회사들은 좀 더 나은 정보를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린니아(Linnia)’라는 블록체인 회사는 병원이나 약국을 대신해 사람의 건강 정보를 시간단위로 추적한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추적해 건강 상태를 유지·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몇 년 안에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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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루빈은 세계 최대 규모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 ‘콘센서스’에도 패널로 참석해 광폭 행보를 이어 갔다. 사진 콘센시스

최근 블록체인 업계 트렌드는.
“더 다양한 사업이 등장하고 있다. 다른 암호화폐와 상호 교환할 수 없는 암호화폐, 가격이 안정적인 암호화폐, 자산담보부 암호화폐 등이 나왔다. 모두 중요한 사업들이다. 탈중앙화된 정부와 회계 시스템 모델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렇게 자잘하게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 사업모델을 의미 있게 합쳐 소비자들을 설득할 만한 재능 있는 기업가들이 더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의 사업 모델은 여전히 암호화폐 기반인 것이 많지만 가상세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고양이를 모으는 ‘크립토키티(CryptoKitties)’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멋진 사업도 있다. 이런 쪽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성공적인 사업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거래 속도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 올 하반기부터는 거래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서비스가 나올 것이다. 초고속인터넷망이 깔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진 것처럼 블록체인의 거래 속도 문제도 몇 년 안에 해결될 것으로 본다.”

미국의 블록체인 산업 규제 동향은 어떠한가.
“암호화폐가 등장했을 때 크게 흥분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다르다. 세계가 이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규제를 만드는 데 있어 암호화폐를 돈 내지는 주식과 비슷하다고 보고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암호화폐를 규제해야 하는지, 규제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많은 블록체인 업체들이 암호화폐를 송금하거나 국경을 넘는 거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기존보다 훨씬 빠르고 거래 수수료도 저렴하다. 개발도상국에 있어도 전혀 상관없다. 은행 서비스가 닿지 않는 어느 곳에서도 신분이나 평판에 상관없이 암호화폐를 사고팔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늘어나면서 규제 당국이 암호화폐 거래를 막을 명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에서조차 금융 기반 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한두 달에 한 번씩 25달러(약 2만7000원)의 수수료를 내고 금융 서비스를 받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제도권 금융을 떠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암호화폐 거래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 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현재 많은 국가들이 암호화폐마다 저마다의 다양한 효용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달려드는 투기 세력과 암호화폐의 가치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좋은 사업 모델이 개발됐고, 기술의 힘을 이해하려는 열린 자세를 갖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다양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사업 모델들이 자산을 관리하는 데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국가가 이런 흐름을 따라갈 것이라고 본다.”

최근 한 블록체인 포럼에서 올해 말까지 일부 블록체인 업체들에 나쁜 소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규제 당국에서 일부 블록체인 업체의 암호화폐 발행을 주식과 비슷하게 보고 제재할 수 있을 것이다. 경고 수준이 아니라 아예 퇴출시킬 가능성도 있다. 물론 어떤 업체도 규제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을 수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위험 수위에 있는 업체들을 아예 사기 업체로 분류할 수도 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에 많은 참여자들이 뛰어들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꽤 많은 업체들이 증권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SEC가 좀 더 발언 수위를 높여 업계에 경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SEC 입장에서는 이미 경고했는데 업계에서 이를 무시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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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빈은 “올해 연말쯤 암호화폐 업계에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제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사진 블룸버그

SEC가 블록체인 업계를 어느 정도 규제하는 게 적당할까.
“주식은 해당 상장사의 성장을 통해 혜택(주가 상승·배당)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사는 것이다. 이런 주식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 암호화폐를 발행해 당신에게 팔았다고 해보자. 이것은 효과적으로 암호화폐를 팔기 위한 일종의 ‘판매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여기에 어떤 새로운 규제도 필요하지 않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 규제 당국은 블록체인 업체가 파는 것이 주식이 아니라 암호화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암호화폐를 사면 해당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고, 실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으며, 탈중앙화된 저장소 같은 희소 자원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주식으로부터 얻는 과실과 다르다. 새로운 규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블록체인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어떻게 새로이 활용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산업은.
“다양한 산업이 블록체인을 통해 기업과 직원이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자원을 암호화폐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

콘센시스를 포함해 꽤 많은 블록체인 업체들이 뉴욕에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더 확산되면 실리콘밸리의 위상이 떨어질 수도 있을까.
“블록체인 업체들은 세계 도처에 흩어져 있게 될 것이다. 업계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자본이 넘쳐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멋진 아이디어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실행력, 또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리브랜드에 있든 어느 다른 곳에 있든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카리브해 국가들이나 아주 작은 아시아 국가에서 우리는 교육센터를 열 수도 있다. 본사 연구팀을 그곳에 보내 현지인들이 사업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도 있다.

이들이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도울 수도 있다. 돈은 사업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굳이 돈을 좇아 일할 장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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