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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은 커피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천천히 내리는 ‘드립커피’로 유명하다. 사진 한스미디어

“블루보틀이 드립커피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어떤 맛을 좋아하세요? 깊은 맛? 조금 연한 맛?”

“깊은 맛 중에서 추천해주세요.”

“‘벨라 도노반’ 원두를 추천해드려요. 드립커피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무난하게 드실 수 있을 겁니다.”

5월 16일(현지시각) 오후 2시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있는 뉴욕시티대 옆 ‘블루보틀(Blue Bottle)’ 카페를 찾아 대표 메뉴인 드립커피를 주문했다. 계산이 끝나자 한 직원이 즉석에서 원두를 갈았다. 그는 주문대 바로 옆에 차려진 커피 추출기 위 거름종이에 커피가루를 털어넣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물은 한 번에 붓는 것이 아니라 약간 붓고 시간을 뒀다가 다시 붓고를 반복했다. 커피가 아주 천천히 떨어졌다. 고객들은 모든 과정을 투명 유리벽을 통해 볼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스프레소 기계도 있었다. 드립커피가 유명하지만 에스프레소가 들어간 카페라테 같은 메뉴를 찾는 고객도 많았다. 드립커피 한 잔을 주문해 받는 시간은 5분 전후. 줄이 길어 대기까지 하면 드립커피를 손에 쥐는 시간은 20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재빠르게 커피를 테이크아웃해 갈 길 가야 하는 뉴요커들은 주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주문한다. 뉴욕시티대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시간대에 따라 많이 팔리는 메뉴가 다른데, 점심시간에는 주로 에스프레소 기계로 만드는 커피가, 서너시쯤 되면 천천히 맛을 음미할 수 있는 드립커피가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벨라 도노반 원두로 내린 드립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시자 에스프레소 커피에 비해 확연히 깊은 풍미가 입안을 맴돌았다. 두 모금, 세 모금 마실 때마다 풍부한 과일향이 풍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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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은 에스프레소 기계로 만드는 커피도 특정 원두 한 가지만 활용한 ‘싱글 오리진’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사진 한스미디어

 세계 최대 식품 회사인 스위스의 네슬레는 지난해 9월 블루보틀의 지분 68%를 약 4억2500만달러(약 4500억원)에 인수했다.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첫 매장을 열며 커피 업계에 뛰어든 블루보틀은 당시 미국과 일본에서 고작 51개 매장을 운영해 매출액 9400만달러(약 1005억원·2016년 기준)를 올리는 작은 커피 체인업체였다. 인스턴트 커피부터 커피머신(네스프레소·돌체구스토)까지 네슬레 브랜드로 세계에서 소비되는 커피는 1초에 5500잔, 1시간에 1980만잔에 달한다. 이미 커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슬레는 왜 굳이 블루보틀을 인수한 것일까. 

블루보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고급 이미지’다. 이를 위해 메뉴·매장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블루보틀이 판매하는 커피 메뉴는 드립커피와 아이스커피,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카페라테, 카페모카, 핫 초콜릿, 티(Tea) 정도다. 스타벅스 같은 일반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와 비교하면 단촐하다.

대신 좋은 원두를 확보하고 이를 로스팅(원두를 볶는 것)하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블루보틀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은 저서에서 “단맛이 감돌면서도 기분 좋은 맛·향에 쓴맛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 수준으로 로스팅한다”고 밝혔다. 이 복잡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블루보틀은 독일의 구형 로스팅 기계를 고집하고 있다.


에스프레소도 ‘싱글 오리진’으로 고급화

다른 커피 체인과 같은 에스프레소 기계를 활용한 커피 역시 차별화를 위해 ‘싱글 오리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싱글 오리진은 특정 원산지 한 곳의 원두만을 사용해 추출한 커피를 말한다.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서로 다른 나라의 특정 산지에서 생산된 커피 원두를 혼합해 로스팅한 후 추출한 커피를 사용한다. 비싸지 않은 가격에 품질이 균일하면서 맛있는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싱글 오리진이 혼합 커피보다 무조건 질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맛있다고 생각하는 원산지 커피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대중화했다는 점에서는 블루보틀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블루보틀의 ‘거북이 출점 전략’도 고급화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블루보틀 매장이 있는 곳은 미국과 일본 두 곳뿐인데, 올해 4월 말 현재까지 전체 매장 수는 52곳에 그치고 있다. 네슬레에 인수됐을 때와 비교하면 꼭 1개 매장이 늘어난 것이다. 블루보틀 1호점을 포함한 15곳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고,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 각각 12개 매장이 있다. 일본에는 도쿄에만 7곳이 있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서는 블루보틀 매장이 서너곳만 있어서 커피 맛을 보기 위해서는 굳이 위치를 검색해 찾아가거나 발품을 팔아야 했다.

블루보틀은 커피 맛과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직영점 형태로만 출점하고 있다. ‘카페 블루보틀’의 저자 김종선 BSI경영연구원 원장은 “블루보틀은 고객이 커피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서 절대 차별하지 않는다”며 “원두 정보 제공과 추천 등으로 각각의 소비자에게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plus point

클라리넷 연주자에서 커피 CEO로 변신 4년 동안 커피 연구…‘광적인 완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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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프리먼 블루보틀 창업자가 직접 내린 커피 샘플의 맛을 보고 있다. 사진 한스미디어

블루보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프리먼은 클라리넷 연주자 출신이라는 이색 이력이 있다. 클라리넷은 매우 섬세한 목관 악기여서 이를 다루는 연주자들도 대체로 섬세하고 꼼꼼한 편이다. 프리먼 역시 그 범주에 속했다. 순회공연을 다닐 때 비행기 내에서 뜨거운 물을 요청해 커피를 직접 내려 마셨을 정도였다. 

평소 커피 원두와 추출기를 사모을 만큼 커피에 관심이 많았던 프리먼은 2001년 아예 교향악단을 그만두고 샌프란시스코 북쪽 오클랜드에 작은 창고를 빌려 로스팅 기계를 들였다. 여기서 하루종일 로스팅 시간과 온도에 따라 달리 나오는 커피 맛을 연구하고, 자신만의 커피를 개발하는 데 몰두했다. 블루보틀 투자자들이 프리먼을 ‘광적인 완벽주의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이후 ‘블루보틀 크래프트 오브 커피(Blue Bottle Craft of Coffee)’라는 책을 내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최상의 향미를 내는 드립커피 추출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프리먼은 커피업계에 뛰어든 지 4년 만인 2005년 샌프란시스코 해이즈밸리의 친구 집 차고에서 블루보틀 첫 매장을 열었다. 당시 이곳은 치안이 좋지 않았는데, 블루보틀 커피가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크고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 환경이 개선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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