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5월 9일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5월 9일 열린 결산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5월 9일 발표된 도요타자동차 2017년도(2017년 4월~2018년 3월) 순이익은 2조4939억엔(약 25조2000억원)이었다. 전년보다 36%나 올랐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이 수치는 전체 일본 기업을 통틀어도 사상 최대다. 매출은 전년보다 6% 증가한 29조3795억엔(약 297조원)으로 2년 전 세운 최고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자동차 판매량도 1044만1000대로 사상 최고였다.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도요타 사장은 결산설명회에 참석해 성과를 자랑하지 않았다. 놀라운 실적을 뒤로 한 채 도요타가 각종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련해온 ‘기본기’와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그는 “작년 이 자리에서 2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하면서 ‘연패(連敗)는 절대 안 된다’라고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2016년 도요타 실적은 2015년보다 악화됐는데, 반드시 2017년에는 실적을 개선시키겠다고 굳게 다짐한 것이다. 그리고 도요타가 지켜온 기본으로 돌아가 눈부신 실적을 달성했다. 그는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에 대해 ‘고비용 체질’이라는 과제가 있다고 분석하고, 무엇이 원인인지 찾아내 하나하나 개선했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작년 5월 결산설명회에서 2017년 영업이익은 1조6000억엔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1조9943억엔)보다 19.8%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실제로는 20.3% 증가한 2조3998억엔을 기록했다. 도요타가 발표한 결산자료에 따르면 원가 절감 노력으로 1650억엔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있었다. 설계 개선이 1200억엔, 공장·물류 부문 개선이 450억엔씩 기여했다.

2009년, 도요타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운전석 매트가 결함으로 가속페달에 끼어 자동차가 폭주하는 문제로 판매한 자동차를 1000만 대 넘게 리콜해야 했다. 몇 년간 회사가 휘청였고,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미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공개 사과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 소비자 신뢰를 되찾아 9년 만에 지금의 도요타로 일궈냈다.

지금까지 매년 결산설명회는 40분 정도 소요됐지만, 올해는 1부와 2부로 나눴고, 질문을 많이 받아 총 2시간 걸렸다. 이례적으로 길었던 올해 결산설명회 연설 말미에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도요다 기이치로(豊田喜一郎)는 도요타그룹을 방직기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그룹으로 모델 체인지에 도전했다. 지금 우리 또한 도요타자동차의 모델 체인지를 목표로 한다”라며 “‘계승자야말로 도전자여야 한다’는 각오를 갖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든 도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도요다 기이치로는 방직기를 개발한 도요다 사키치(豊田佐吉)의 장남으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의 할아버지다. 그는 아버지의 회사에서 안주하지 않고 자동차 개발에 몰두해 도요타자동차를 창업했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할아버지의 예를 들며 기본에 충실해 높은 수익을 달성하면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성공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말한 도전은 도요타를 ‘모빌리티 컴퍼니’로 바꾸는 것이다. 그는 “도요타를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서 ‘모빌리티 컴퍼니’로 모델 체인지하기로 결정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라고 했다. 도요타는 올해 1월 열린 ‘CES 2018’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전용 전기차 콘셉트카 ‘이-팔렛트(e-Palette)’를 발표했다. 이 차량은 맞춤형 인테리어를 통해 카셰어링, 사무실, 택배용 차량, 상점 등으로 쓰일 수 있다. 카셰어링 업체 우버에 2016년 투자했고, 지난달에는 ‘동남아판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모빌리티 컴퍼니가 되기 위해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강조한 것이 바로 TPS다. 그는 “앞으로의 시대에 요구되는 것은 고객 요구를 예측하고, 더욱 개인적인 이동 서비스를 더 직접적으로 더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즉, 필요한 서비스를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제공하는 세계이며, 이것이 바로 ‘TPS’에서 말하는 ‘저스트 인 타임’의 세계다”라고 했다.

TPS엔 ‘저스트 인 타임(JIT)’이라는 개념이 있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생산·판매하는 무재고 생산 방식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TPS 노하우를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 이용하는 ‘모빌리티 사회’에 접목해 고객 필요에 더 빠르게 대응하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그는 또 “‘저스트 인 타임’을 실현하기 위해 판매점을 비롯해 도요타의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된 현장에선 ‘TPS’에 근거해 대폭적인 시간 단축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혼다,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1조엔 돌파

도요타의 실적이 놀랍지만 다른 일본 자동차 업체도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혼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9.7% 증가한 15조3611억엔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1조593억엔으로 창업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1조엔을 돌파했다. 닛산자동차의 매출액은 11조9512억엔으로 전년보다 2.0% 증가했고 순이익은 7469억엔으로 12.6% 늘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저력은 앞으로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업체가 대형 업체와 연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주도하는 전기차 핵심 기술 개발 회사 ‘EV C.A 스피릿’에 마쓰다, 스즈키, 스바루, 히노자동차, 다이하쓰공업 그리고 도요타그룹 계열 자동차 및 부품 제조사 ‘덴소’가 참여했다. 이들 회사는 소형차(스즈키·다이하쓰)와 중형차(스바루), 상용차(히노) 등 각사가 강점을 가진 분야가 다르다. 협업을 통해 전기차 분야에서 앞선 미국과 유럽, 중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다.


plus point

트럼프의 수입차 관세 폭탄 올해 전망은 불투명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전략정책포럼(SPF)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메리 바라 GM 회장이다. 사진 블룸버그
2017년 2월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열린 전략정책포럼(SPF)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메리 바라 GM 회장이다. 사진 블룸버그

도요타를 앞세운 일본 자동차 업계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실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에 부과하려고 하는 관세 폭탄이라는 변수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닛산자동차·혼다·마쓰다·스바루·미쓰비시자동차 등 6개 일본 자동차 회사는 지난해 미국에서 677만 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이 중 345만 대는 미국에서 생산했고, 332만 대가 일본과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생산 물량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2.5%인 미국의 수입차 관세가 25%로 높아지면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차 주요 차종의 현지 평균 판매 가격 약 2만8000달러(약 3100만원)에 수출 물량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계산해, 관세 인상으로 더 내야 할 금액은 2조3000억엔(약 23조원)이라는 것이다. 6개 일본 자동차 회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4조550억엔)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실제로는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하려는 관세는 완성차뿐만 아니라 부품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켄터키주에서 생산하는 캠리 승용차 가격이 1800달러(약 200만원)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캠리에 들어가는 부품의 30%는 수입에 의존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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