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이도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의 반사이익에 따라 중국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이면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시세이도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의 반사이익에 따라 중국 관광객들을 주요 고객으로 끌어들이면서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6월 초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발간한 ‘2018년 100대 명품 기업’ 보고서를 보면, 세계 100대 명품 기업 중 일본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와 오르비스가 각각 17위, 41위에 올랐다.

특히 시세이도의 경우 수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끌레드뽀 보떼, 나스, 로라메르시에 등 다양한 고가 명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브랜드별 매출도 좋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한국 기업 중에는 MCM으로 유명한 성주 D&D(65위) 정도가 명단에 들어갔을 뿐 화장품 브랜드는 포함되지 않았다.

‘제이 뷰티(J-beauty·일본산 화장품)’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을 기점으로 ‘케이 뷰티(K-beauty·한국산 화장품)’ 열풍이 사그라든 사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는 736만명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수(312만명)를 배 이상 웃돌았다. 일본 내수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데다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의 고가 화장품을 쓸어 담으면서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딜로이트는 “일본 안팎의 경기 불황으로 명품 시장이 장기간 부진했으나 최근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의 구매력이 향상되고 있고 일본으로 유입되는 관광객 수도 늘어나고 있어 성장세는 향후 몇 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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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뷰티의 선두에는 시세이도가 있다. 시세이도는 지난 2017 회계연도(1~12월)에 매출 1조51억엔(약 10조원), 영업이익 804억엔(약 8118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밝혔다. 우오타니 마사히코(魚谷雅彦)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매출 목표치로 내세운 ‘매출 1조엔’을 3년이나 앞당겨 달성한 것이었다. 영업이익 역시 사상 최대였다. 중국인들의 고급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명품 라인으로 분류되는 제품 매출 비율은 2013년 전체 34%에서 2017년 42%로 8%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2620억유로(342조원) 규모의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중국인 소비자의 비율은 무려 32%에 달했다. 이 시장 규모는 2025년쯤 3900억유로(약 509조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유민선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고가 화장품 비율이 한국은 90%, 일본은 70% 후반대, 중국은 45% 정도 수준인 만큼 중국의 시장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일본 2위 화장품 업체인 가오(花王)는 화장품만 세분화해 판매하고 있는 시세이도와 달리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내세워 중저가 생활용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더마(일반 화장품과 피부 의약품 중간 성격으로 피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공하는 화장품) 화장품 큐렐, 백화점 브랜드인 색조 화장품 스쿠, 메리스 기저귀, 어택 세제 등이 가오의 주요 브랜드다. 대부분 브랜드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면서 2017년에 매출 1조4894억엔, 영업이익 2048억엔을 기록, 각각 전년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케다, 공격적 M&A로 글로벌 성장

최근 일본 주식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업종 중 하나는 헬스케어다. 일본 대표 지수인 닛케이 225가 최근 1년간(7월 4일 기준) 7.3% 오르는 동안 헬스케어 업종은 3배에 가까운 21.1%가 올랐다.

노인 인구가 4000만명에 가까운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제약사들은 알츠하이머(치매)·혈우병 치료제나 항암제 같은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출액의 20% 수준을 쏟아붓고 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일본 제약 업체들은 100~200년 전통과 역사를 통해 성공적인 신약 개발 경험이 있기 때문에 2차 신약 개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1781년 설립된 일본 최대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경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약후보 물질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4월 다케다제약은 세계 최대 규모로 혈우병 치료제를 생산하고 있는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어를 650억달러(약 72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다케다제약은 앞서 2008년에도 항암 전문 제약사 밀레니엄을 인수해 현재 다케다제약의 성장동력인 경구형 다발골수종 치료제,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등을 확보했다. 그 뒤로도 스위스 대형 제약사 나이코메드(2011년), 미국 항암 제약사 아리아드(2017년)를 인수했다. 아리아드를 통해서는 항암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는데, 이 중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브리가티닙)의 경우 1년 전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다케다제약의 행보는 외국인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는다. 영국 최대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임원을 지낸 크리스토프 웨버(Christophe Weber)는 2014년 4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다케다제약에 합류해 정확히 1년 뒤인 2015년 4월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그는 최근 두 건의 대형 M&A를 주도하며 다케다제약을 글로벌 제약사로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매출액의 경우 일회성 인수 비용 등에 따라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1조8074억엔에서 2017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1조7705억엔으로 약간 줄었는데, 영업이익의 경우 1308억엔에서 2418억엔으로 85% 가까이 늘었다.


plus point

한·중 관계 회복세라지만…우는 ‘케이 뷰티’

설화수·라네즈 브랜드를 보유한 한국의 대표 화장품 업체 아모레퍼시픽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6조2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7315억원으로 32.4%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라 국내 면세점 매출이 줄어든 것이 직격탄이었다.

사드 보복 조치를 내세웠던 중국의 태도가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중국인 입국자 수는 2015년과 2016년의 경우 월평균 각각 50만명, 67만명에 달했는데, 지난해에는 35만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올해 4~5월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유민선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이런 추세로 볼 때 당장 국내 면세점 부문 매출이 성장하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3분기(7~9월)부터 중국 현지법인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실적·주가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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