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인도 마드라스대 경제학,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IMF 중국 담당 총책임자
에스와르 프라사드(Eswar Prasad) 인도 마드라스대 경제학,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IMF 중국 담당 총책임자

“세계 1·2위 경제 대국 간의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끝을 보거나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 나라 모두 교역에 대해서 만큼은 서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이 단기적인 경제적 손실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출신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무역정책) 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세계적인 국제통상 전문가이자 중국 전문가로 명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연구부문 수석과 중국 담당 책임자를 지냈으며 미 상원 금융위원회와 금융서비스위원회 자문위원, 인도 정부 금융개혁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연구 분야는 통화경제학·노동경제학·경기순환과 거시경제학 등 광범위하다. 특히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의 통상정책과 통화정책에 관한 활발한 저술과 기고 활동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2008년에는 라구람 라잔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당시 IMF 수석이코노미스트)와 공동으로 신흥국 통화정책과 경제 성장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출간된 ‘달러 트랩(The Dollar Trap: How the U.S. Dollar Tigh-

tened Its Grip on Global Finance)’의 저자로도 널리 알려졌다. ‘달러 트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의 급부상에도 미 달러화 위상에 변화가 없는 이유를 분석해 주목받았다.

프라사드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미국 경제 상황이 전에 없이 좋은데도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결심한 이유는 뭘까.
“무역전쟁이 벌어져도 미국이 중국보다 손해 볼 것은 없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관세를 부과해도 중국이 맞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했던 것 같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대(對)중국 강경 정책이 합당한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에겐 나쁘지 않은 정치적 선택이기도 했다. 양국 간 협상을 통한 해결이 어려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예상되는 미국의 피해는.
“미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무역전쟁으로 인한 단기 손실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가 상승 압력의 상당 부분은 달러화 강세가 상쇄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농업과 항공 제조업을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가 제조 원가 상승으로 고통을 겪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관세 부과는 자기 발에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열망하는 트럼프의 기대와 달리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는 미국 기업이 늘어날 수도 있다. 한때 트럼프가 ‘미국의 아이콘’으로 치켜세웠던 할리데이비슨이 유럽연합(EU)의 보복 관세를 피하려고 최근 일부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2014년 출간된 프라사드 교수의 저서 ‘달러 트랩’의 영문판 양장본. 사진 아마존
2014년 출간된 프라사드 교수의 저서 ‘달러 트랩’의 영문판 양장본. 사진 아마존

중국의 경제 상황은 어떤가.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크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경기 확대 정책에 따른 금융 불안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중국 경제 앞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은 국영 기업 개혁 등 시진핑 국가주석이 약속한 경제 개혁을 지속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다.”

중국 재정부는 얼마 전 중국 국영기업의 올해 1~5월 총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2% 증가한 22조2997억위안(약 3739조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순익은 20.9% 늘어난 1조2901억위안이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관련 보도에서 국영기업 개혁 정책이 결실을 맺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철강과 석유, 석유화학, 석탄 등의 순익이 대폭 증가했다.

미국은 중국 외에 EU·캐나다와도 무역마찰을 빚고 있다.
“중국의 급성장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긴 EU 국가들과 일본·캐나다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이들과 공동전선을 구축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지만, 트럼프의 선택은 달랐다. 이들 국가에도 관세를 매기면서 중국보다 동맹국에 더 큰 피해를 줬다. 결과적으로 중국에 대한 국제 사회의 압력을 약화시켜 적을 도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폐해가 심각한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처럼 오랫동안 유지된 협상에 대한 트럼프의 위협이 글로벌 공급망에 초래할 혼란이다. 미국 제조업도 이런 혼란이 가져올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점점 신뢰할 수 없는 교역 상대로 인식되고 있다. ”

이와 관련한 중국의 대응을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은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 생긴 균열을 파고들며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가 무시하는 국가 간 자유무역 원칙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 국가에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중 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부담 증가에 더해 외환시장과 자본시장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무엇보다 이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조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통화와 재정 정책을 적절히 사용해 단기 충격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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