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페이(Carl Fey) 웨스턴대 아이비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박사, 스톡홀름 경제대 교수, 노팅엄 닝보 중국대학원 원장
칼 페이(Carl Fey) 웨스턴대 아이비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박사, 스톡홀름 경제대 교수, 노팅엄 닝보 중국대학원 원장

‘미국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유럽 명문 대학에서 가르치는 중국 전문가.’

칼 페이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한 줄 이력’이다. 미국 뉴욕주 출신인 그는 캐나다 최고 명문 경영대학원(MBA)으로 꼽히는 웨스턴대(구 웨스턴 온타리오대) 아이비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국제경영)를 받고 스웨덴 스톡홀름 경제대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2011년부터 4년 동안 영국 노팅엄대와 중국 교육기업 완리(萬里)가 함께 운영하는 노팅엄 닝보 중국대학원(NUBS 차이나) 원장을 지냈다. 중국 저장성 닝보(寧波)에 캠퍼스를 둔 NUBS 차이나는 25개국 출신 90여 명의 교수진과 2500명의 학생이 몸담고 있어 중국 연구의 메카로 불린다.

페이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전면적인 무역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는가”라는 질문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최소한의 협상 과정은 거칠 것으로 예상했다”며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불사한 것은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로 이행하는 것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현인 만큼 적어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해결을 위한 두 나라 간 협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트럼프 지지자 중에는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으로 빠져나간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중국 제품의 가격을 올려놓으면 미국 제품의 경쟁력이 자동으로 향상되리라 믿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고율 관세를 매긴 상당량의 중국산 제품을 미국 소비자들이 구입하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제조 업체가 사용하는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에 관세가 붙으면 해당 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제조업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전혀 도움되지 않을까.
“트럼프가 중국에 뺏겼다고 믿는 비숙련 제조업 일자리의 상당 부분은 이미 자동화로 인해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지난 20년 사이에 자동화로 세상이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비숙련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역전쟁과는 큰 상관이 없다.”

대공황기 미국 시카고에서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대공황기 미국 시카고에서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미국에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1930년대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내몰았던 대공황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경제가 어려워지자 미국은 그 해결 방안을 보호무역에서 찾았다. 결국 1930년 6월 17일 발효된 스무트·홀리(Smoot-Hawley) 관세법을 통해 관세를 대폭 높이고 수입을 제한했다.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조치였지만, 산업계 요구가 더해지면서 관세 품목이 2만여 종으로 늘었다. 평균 25.9%이던 관세율은 59.1%까지 치솟았다. 이에 영국·프랑스 등 세계 주요 나라도 잇따라 관세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세계가 극심한 불황으로 빠져들었다. 우리는 때로 너무 쉽게 역사의 교훈을 망각하곤 한다.”

심각한 불황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인가.
“무역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도 함께 커졌다. 이런 시기에 누가 나서서 고용을 크게 늘리거나 생산시설을 대폭 확충하려 하겠는가. 미·중 무역전쟁이 가져올 최대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패한다면 미국의 대응 방식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변화를 기대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중간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의미를 지닌다. 현재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을 점하고 있는 공화당이 민주당에 다수당 자리를 내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중간선거에선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가운데 3분의 1을 새로 뽑는다. 공화당이 상원에서 2석, 하원에서 22석 이상을 잃으면 과반 지위를 상실한다.

미국과 중국만 놓고 보면 미국이 유리한 건 사실 아닌가.
“중국 경제가 미국과 달리 완전한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일단 방향을 정하면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만일 미국산 제품 불매운동이나 여행이나 유학을 금지하는 조치가 내려진다면 미국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교역 채널 다변화도 미국보다 쉬울 수 있다. 그렇게 보면 투명하고 열린 사회인 미국이 더 큰 고통을 겪을 수도 있다. 미국인들보다 중국인들의 사기가 더 높다는 것도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게 무슨 뜻인가.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을 객관적인 잣대로 비교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중국은 워낙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예전보다 살림살이가 훨씬 나아졌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이 또한 큰 장점일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이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보다 훨씬 많다는 점도 미국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지 않을까.
“미국과 EU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EU가 미국과 연대해 중국 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지금처럼 EU와 무역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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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트·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
미국이 대공황 초기인 1930년 산업 보호를 위해 제정한 관세법. 공화당 소속 리드 스무트 의원과 윌리스 홀리 의원이 주도한 법안으로 2만여 종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법안이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 보호무역이 확산되면서 장기 대공황의 원인이 됐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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