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던 4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의 4대 개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던 4월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의 4대 개방안을 발표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 4월 10일 중국 하이난성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판 세계경제포럼’ 보아오(博鰲)포럼에 3년 만에 참석해 개막 연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 압박에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놓는 등 양국 간 무역 전쟁 가능성이 고조되던 상황이라 시주석의 발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시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문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라며 △시장진입 확대 △투자환경 개선 △지식재산권 보호 △수입 확대 등 4가지 개방안을 제시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현재 중국의 개방안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 거래),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 거래)으로 본토 주식 시장을 외국인에게 개방하는 등 금융 시장을 개방하고 자동차 관세 인하를 통한 수입 확대 등엔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개방의 핵심으로 꼽히는 서비스업 개방에 대해서는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서는 전자상거래, 유통으로 대표되는 서비스업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존도 ‘인터넷 만리장성’ 못 넘어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 만리장성’이라고 불리는 인터넷 접속 규제가 최근 더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현지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VPN(가상사설망)으로 우회 접속해야 한다. 이렇게 해외 유통·서비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에 밀린 탓에 아마존의 중국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0.7%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개방 약속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고 비판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개방 약속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금융업 중심으로만 진행되는 중국의 시장 개방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무역전쟁 발발로 중국 정부의 개방 움직임이 단기적으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추가 제재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금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개방 정책에 반하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중국은 추가 개방, 추가 혁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며 동맹국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급)은 “중국은 글로벌 경제 체계에서 다른 나라들과 이해관계를 같이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중국은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유럽 정상 회의에서 미국의 무역정책에 반대하는 강력한 공동성명을 발표하자고 EU 측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