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BMW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이어 가고 있다. 사진 BMW그룹 코리아
벤츠와 BMW가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이어 가고 있다. 사진 BMW그룹 코리아

직장인 채동엽(29)씨는 지난해 4월 ‘BMW 420d 그란쿠페’를 구입했다. 그의 생애 첫 차다. 채씨는 “처음부터 국산차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며 “BMW와 벤츠를 두고 고민했는데, 국내에서 인기 높은 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는 너무 흔해 BMW 4시리즈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엔 노면의 굴곡 등이 굉장히 잘 느껴지는 등 승차감이 안정적이지 않고 가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붙는 게 낯설어 ‘잘못 샀나’ 하고 후회도 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적응하고 나니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벤츠, BMW의 양강 구도가 점차 견고해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벤츠와 BMW의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각각 29.31%, 24.67%로 두 회사를 합하면 시장의 절반이 넘는다. 2015년까지는 BMW가 벤츠를 앞섰지만, 2016년부터는 벤츠가 선두를 달리고 그 뒤를 BMW가 바짝 쫓고 있다. 벤츠와 BMW는 올 들어 6월까지 각각 4만1069대, 3만4568대를 판매했다. 3위를 차지한 도요타(8350대)와 2위 BMW의 차이는 무려 2만6218대에 달한다.

1987년 한국 수입차 시장이 개방됐을 때부터 벤츠와 BMW가 한국 시장을 꾸준히 공략해온 것은 맞지만, 아우디·폴크스바겐·볼보·사브·포드 등도 함께 한국 시장에 진출한 초창기 멤버다. 그러나 현재 사브는 한국에서 찾아볼 수 없고, 나머지 브랜드 역시 한 자릿수 점유율에 불과하다. 2000년대 초반 벤츠와 BMW를 물리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렉서스, 혼다의 전성기도 한때에 그쳤다. 벤츠와 BMW가 한국 수입차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먼저 ‘자동차의 명가’ 독일산 브랜드가 주는 신뢰도가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벤츠와 BMW는 고가의 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강하게 각인돼 있다”며 “벤츠와 BMW의 품질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의 높은 시장 점유율은 브랜드 파워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끌어내는 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견고한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쌓아 올린 폭넓은 선택권 역시 소비자들에게 점수를 얻었다. 국내 대표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경우, △G70 △G80 △G80 스포츠 △EQ900 등 모델이 네 가지에 불과하지만, 벤츠와 BMW는 모델이 수십 가지에 이른다. 벤츠에서 가장 대중적인 모델인 5세대 C클래스만 해도 세단, 쿠페, 카브리올레 등 총 15개의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00만~4000만원대만 넘어가도 국산차 모델 수는 확 줄어드는 반면, 벤츠, BMW 모델은 훨씬 다양해진다”며 “이 부분에서 국내차는 물론 다른 수입차보다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BMW 측 관계자 역시 “3000만원대 엔트리 모델부터 2억원대 최고급 세단까지 촘촘한 모델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는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BMW 구매자의 42%가 30대

고가 브랜드인 만큼 이전까지 벤츠와 BMW 고객의 주 연령대는 중장년층이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교적 젊은층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BMW의 경우 올 들어 현재까지 판매된 차량(2만3049대) 중 30대가 9759대를 구매해 약 42%를 차지했다. 20대도 2129대를 사들여 9%를 기록했다. 벤츠 역시 30대가 전체 판매량의 약 31%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층이다. “현대자동차 ‘그랜저’를 살 돈이면 BMW 3시리즈를 사겠다”는 젊은층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벤츠 ‘더 뉴 C클래스’.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벤츠 ‘더 뉴 C클래스’. 사진 메르세데스 벤츠

수입차 가격이 이전보다 저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적은 젊은층도 벤츠, BMW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벤츠, BMW 등이 생산지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독일뿐 아니라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국가에서 차를 만들어 수입해오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차량 가격이 많이 낮아진 데다, 각 사의 할인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젊은층도 비교적 저렴하게 노려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벤츠는 C클래스를 1500만원 가까이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고, BMW 역시 ‘320d M패키지(5600만원)’ 가격을 1000만원 이상 내렸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리스(임대), 장기 할부, 중고차 보상 시스템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점도 젊은층이 수입차를 선택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젊은층이 주로 선택하는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의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각 사에 따르면, BMW 3시리즈는 2013년 5529대 판매되는 데 불과했지만, 4년이 지난 지난해엔 9223대를 기록하며 판매량이 67% 늘어났다. 벤츠 C클래스 역시 같은 기간 1만3394대에서 3만2653대로 143% 폭증했다. BMW 측 관계자는 “3시리즈의 세련된 디자인과 날렵한 차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이내믹한 주행감성은 젊은층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며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차체 대비 넓은 실내 공간과 고급 옵션을 제공해 비교 불가능한 가치를 선사한다는 점이 3시리즈의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벤츠와 BMW는 이제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고객들의 ‘브랜드 경험’을 높이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젊은층과 소통을 위해 뮤직페스티벌을 후원하는가 하면, 고객들의 드라이빙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스피드웨이 등을 건립하기도 했다. 고태봉 센터장은 “소셜미디어를 보면, 많은 BMW 오너들이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달리는 ‘인증샷’을 올리고 있다”며 “이는 ‘BMW의 오너임을 자랑스러워하라’는 BMW의 문화 마케팅이 효과를 내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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