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의 아테온.
폴크스바겐의 아테온.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가 높은 인기를 누리며 시장의 대세로 자리를 잡은 것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크기를 불문하고 모델 가짓수를 적극적으로 늘리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장르별 성장곡선이 가파르게 솟구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수입차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은 4도어 세단이 석권하고 있다. 각 브랜드의 프로모션과 전략이 뒷받침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승용차라면 응당 4도어 세단’이라 생각하는 보수적 성향의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각 브랜드는 최신 세단 모델에서 나름의 철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SUV와 뚜렷이 구분되는 세단 고유의 매력과 장점을 발전시켜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 인기 높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던 대중적 브랜드들도 혁신을 통해 세단 시장에서 중흥을 꾀하고 있다. 특히 전통 있는 유럽 브랜드의 최신 모델들을 보면 그들이 생각하는 생존을 위한 변화의 방향성이 엿보인다.

다른 장르 차들도 비슷한 흐름이 반영되고 있지만, 특히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는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동화(電動化)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동화 측면에서는 이미 완전히 전기 에너지만으로 달릴 수 있는 순수 전기차도 있지만, 아직 판매 중인 모델이 많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소비자가 비교적 다가가기 쉬운 전동화 기술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꼽을 수 있는데, 그동안 일본 브랜드가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냈던 것에 비하면 유럽 브랜드들의 대응은 시기가 조금 늦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상대적으로 발전된 기술을 제품에 반영함으로써 늦은 시장 진입을 만회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왼쪽부터 BMW 740e 아이퍼포먼스, 벤츠 E300e, 푸조 508.
왼쪽부터 BMW 740e 아이퍼포먼스, 벤츠 E300e, 푸조 508.

메르세데스 벤츠가 지난 6월 열린 부산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한 E300e는 함께 공개한 S560e와 더불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췄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차는 다른 하이브리드 차들처럼 주행 중에 수시로 전기 모터가 엔진에 힘을 보태거나 엔진이 작동을 멈추고 전기 모터만으로도 달릴 수 있으므로, 연료 소비와 배기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E300e는 13.8㎾ 용량의 리튬이온(Li-ion) 배터리를, S 560e는 13.5㎾ 용량의 리튬니켈망간코발트(Li-NMC) 배터리를 전기차처럼 외부 전원에 연결해 완전히 충전하고 나면, 엔진의 도움 없이 전기 모터의 힘만으로 최대 50㎞(유럽 기준)까지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초 국내 판매를 시작한 BMW 740e 아이퍼포먼스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로, 9.2㎾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 모터만으로 최대 48㎞(유럽 기준)까지 달릴 수 있다.


실용성 높아진 4도어 쿠페

4도어 세단의 변형으로서 신선한 디자인이 무기였던 이른바 4도어 쿠페도 세대교체와 더불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등장한 지 10년이 넘어 시장에서 자리를 확고하게 잡으면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취향이 새로운 세대 모델에 반영돼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4도어 쿠페 유행의 선두주자였던 메르세데스 벤츠 CLS 클래스는 3세대로 접어들며 좀 더 폭넓은 소비자에게 소구(訴求)하기 위해 중요한 특징 중 하나에 변화를 주었다. CLS 클래스는 2세대까지는 대시보드로부터 길게 이어진 센터 콘솔이 뒷좌석을 좌우로 나누면서 실내 좌석구성이 4인승이었다. 그러나 세대교체와 더불어 처음으로 뒷좌석 좌우가 이어진 5인승으로 바뀌었다. 쿠페를 연상케 하는 날렵한 스타일은 그대로 살리면서 실용성을 높임으로써 스타일을 중시하는 세단 소비자를 끌어안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폴크스바겐의 4도어 쿠페도 큰 변화를 겪은 새 모델이 국내 시장의 문을 두드린다. 디젤 게이트와 인증 부정 사태로 판매가 중단되기 전까지 인기 모델이던 CC는 4도어 쿠페 개념을 아테온에 넘겨주면서 한층 더 크고 고급스러운 모델로 거듭났다. 아테온은 페이톤의 단종으로 폴크스바겐 세단 라인업의 실질적 최상위 모델 역할을 한다. 혁신적인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된 아테온은 각종 운전 보조 기능과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반영돼 편리하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또 내장재를 고급화하고 실내 공간을 키우는 등 최상위 모델에 걸맞도록 치장했다.

브랜드 최상위 모델이면서도 브랜드 내 다른 모델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던 푸조 508은 새 모델로 바뀌면서 4도어 쿠페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이전 세대 모델이 쿠페처럼 날렵한 스타일이면서도 구조상으로는 전형적인 4도어 세단이었던 것과 달리, 새 모델은 디자인의 세련미와 실용성을 고루 갖춘 패스트백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508은 이전 세대보다 짧고 낮으면서 너비는 커져, 시각적으로 한층 더 안정감 있고 스포티해졌다. 또 가벼워진 차체에 새로운 동력계를 담아 성능 면에서도 진일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브랜드 관점에서는 SUV의 수익성이 세단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좀 더 공을 들이는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수요가 만만치 않은 만큼 세단을 선호하는 전통적 소비자층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따라서 세단의 변화는 각 브랜드가 소비자가 전통적 세단에 기대하는 가치는 이어가면서 성능과 효율을 높여 실질적인 매력을 높이고, 세단의 변화와 개성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더 편리하면서 특별함을 줄 수 있는 상품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 덕분에 여러 브랜드의 최신 세단들은 소비자들에게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알찬 가치를 전할 준비가 된 셈이다.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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