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로 육아 중인 5인이 7월 29일 오후 ‘이코노미조선’ 본사에 모여 맞벌이 부부의 고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 참가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허영한 객원기자
맞벌이로 육아 중인 5인이 7월 29일 오후 ‘이코노미조선’ 본사에 모여 맞벌이 부부의 고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 참가자들의 요청에 따라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 허영한 객원기자

7월 29일 서울 태평로 ‘이코노미조선’ 본사에서 맞벌이로 육아 중인 ‘워킹파’ ‘워킹맘’ 다섯 명이 모여 ‘맞벌이 부부의 고충’을 털어놓는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지영(이하 가명) 대한민국 평범한 워킹맘이다. 4세 여자아이를 키우며 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환 대기업 입사 10년 차 과장이다. 5세 아들이 있다. 아내도 풀타임 직장인이다.

주리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나 역시 평범한 워킹맘이다. 남편도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민규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3개월 전 국내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4세 딸아이를 아내, 조부모, 입주 도우미 등 여러 손에 맡겨 키우고 있다.

용재 지금 육아휴직 중이다. 솔직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인생을 다시 설계한다는 기분으로 쉬어가는 중이다. 아내와 주말부부다.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지영 대학 졸업 후 처음 입사한 곳은 대기업 전략기획실이었다. 그곳에서 6년 정도 일하다가 결혼하고 나서 교직원으로 진로를 틀었다. 교직원은 살면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던 옵션이었지만, 주변 워킹맘 선배들을 보니 대기업에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정말 쉽지 않아 보였다. 몇 달간 고민하다가 결국 전직(轉職)을 결정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업무가 비교적 예측 가능한 편이라 아이 등·하원을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나 후배 여성들 중 잦은 야근, 육아와 업무 양립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일을 포기한 경우가 꽤 있다. 다만 나의 커리어만을 놓고 봤을 때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연봉이 40% 가까이 깎이는 것을 감수했다.

지환 매일 아침 7시 반에 출근해서 저녁 8~9시쯤 집에 오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육아에 시간이 나는 대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내의 불만이 많다. CEO 보고를 앞두고는 새벽 서너 시까지 일한 적도 많다. 주 52시간 근무 도입에 따라 다소 여유가 생길 것도 같지만 아직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리 업종 특성상 여직원들이 많다 보니 회사에 여성 친화적인 정책이 많고, 나름 잘 이용하면서 다니고 있다. 두 살 아이는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민규 이전 직장에서는 시간이 다소 여유가 있어서 육아에 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새로 이직한 회사는 경직된 문화로 유명한 곳인 데다, 남직원들이 많아 특유의 문화가 있다 보니 예전만큼 육아와 집안일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가 멀리 있어 출퇴근 시간이 제약을 받는 것도 큰 이유다.

남성 육아휴직, 써본 적 있는가.
용재 정말 할 말이 많다. 아내는 지방에서 공무원으로 일한다. 아내는 첫째 때 1년, 이번 1월에 둘째를 낳으면서 1년으로 육아휴직 총 2년을 다 소진했고, 지난달 직장에 복귀했다. 양가 조부모가 육아를 도와주실 형편이 전혀 안 되는 데다, 한쪽이 버는 돈을 전부 입주 도우미한테 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어쩔 수 없이 1년 육아휴직을 신청했고 복귀하는 아내와 바통터치를 했다. 직장   분위기는 신경 쓸 겨를도 없는 선택이었다. 

지환 우리 회사에 남성 육아휴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에 대해 직장 내 남직원뿐 아니라 여직원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일종의 ‘루저(실패자)’로 여겨지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용기 있게 육아휴직계를 내겠나. 게다가 제도를 쓸 줄 아는 사람도 없다. 성희롱 방지 교육이나 정보 보안 교육을 자주 하듯이 육아휴직 제도 등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주리 정말 그렇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주버님이 작년 10월 육아휴직 중이다.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는 육아휴직인데도 인사 고과가 나빠졌다고 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소위 에이스들만 받는다는 ‘S’ 등급을 받았는데 육아휴직과 동시에 평가가 최하로 떨어졌다고 들었다.

지영 지금 우리 직장에 남성 육아휴직 사례자가 한 명 있다. 여태 아무도 안 쓰다가 올해 처음으로 사례자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내부 반응이 재미있다. 앞으로 육아휴직을 쓸 가능성이 있는 30~40대의 반응은 좋다. 그런데 팀장급으로 올라가면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우리 팀장은 ‘육아휴직 써도 좋은데, 단 내가 팀장일 때만 쓰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인데 아무도 웃지 못했다.

민규 이직을 해보고 느낀 점이, 같이 일하는 동료와 직장 내 분위기가 맞벌이 생활 퀄리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여성 비율이 높고 육아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잘돼 있던 곳을 다니다가 남성이 많은, 다소 경직된 곳으로 옮기니 팀원들의 육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더라. 야근이나 각종 회식, 워크숍 등 단체생활에 협조하길 원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요즘 아이와 예전만큼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로 살아갈 때 제일 힘든 점이 무엇인가.
모두 당연히 육아다.

주리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없다는 거다. 회사 정책이 아무리 좋다지만 현실적으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 최근에 내가 맡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쉽사리 손을 들지 못했다. 승진 기회가 있는 일이었는데 업무 부담이 커질 게 뻔해서였다. 그만큼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줄게 되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도전도 못 하고 하던 일만 하게 되는 것 같다. 가정과 회사일 둘 다 100%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보니 하루에도 열두 번씩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그런데도 여태 공부하고 일해온 걸 생각하면 커리어를 포기할 수는 없다.

지영 직장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의 하원 시간인 6시에 맞추려면 급히 일해야 한다. 어떤 날은 9시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화장실 한두 번만 가고 일한 적도 있다. 업무를 못 마쳤는데 시간에 쫓겨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 것도 부담인데, 내 아이가 어린이집 문을 닫고 나오는 수준인 것도 마음이 아프다. 서로 몸이 힘들다 보니 남편과도 날카로운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맞벌이하면서 가정불화가 잦아졌다.

민규 주변 딩크족(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자면, 육아 때문에 커리어를 희생할 수 없다고 하더라. 외국계 회사 홍보팀장으로 일하는 친구인데 해외에서 공부까지 마친 인재다. 캠퍼스커플로 남편과 대학도, 경력도 비슷하다. 그런데 육아 때문에 언젠가 둘 중 한 사람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오면 엄마라는 이유로 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주변에서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회사를 그만둔 경우를 많이 봐와서인지 두려움이 많아진 것 같았다.

용재 내가 다시 복직해야 하는 내년이 돼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둘 중 하나가 일을 포기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주말에 가족이 상봉하면 같은 싸움이 반복된다. 솔직히 아내가 그만두면 좋겠다. 그런데 그럴 생각이 없으니…. 아이 둘을 보느라 너무 지쳐서 매일 울고 싶다. 맞벌이가 가정 불화의 씨앗이 된 것 같다. 직장인에 공무원 월급, 뻔하다. 사람을 쓰면 한 사람이 번 돈은 그대로 남에게 줘야 한다. 그럴 바엔 부모 중 한 명이 포기하고 사랑으로 보살피는 게 낫지 않을까.

아이는 누가 돌보는가.
지환 정부에서 지원하는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 오후 5시에서 아내와 내가 퇴근하는 저녁 8시 사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어린이집에 저녁 7시 반까지 맡길 수도 있지만 아무도 없는 교실에 우리 아이 혼자 덩그러니 남아 프로그램 없이 시간만 때우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돼 한 결정이다. 아이도 별말이 없어 돌보미 선생님과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했는데, 최근에 이웃으로부터 속상한 소리를 들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이 혼자 놀고 있고, 한쪽에 돌보미 선생님이 앉아 종일 누군가와 통화만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보다 못한 이웃이 귀띔해줘서 이제야 알게 됐다. 그분의 역할 자체가 시간당 비용을 받고 아이 하원을 도와 돌봐주는 것이라지만 너무한 것 같다. 

민규 개인적으로 시중에서 구하는 돌보미보다 정부가 지원하는 돌보미 서비스가 신분 측면에서 훨씬 믿을 만하고 싸니까 안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좋은 분만 만나면 좋은 제도다. 그래서 복불복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좋은 돌보미 선생님을 연초에 만나서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최근 지원 대상을 늘리고 돌보미 수도 확대한다고 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분들의 서비스 질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 같아서 아쉽다. 사랑까지는 기대할 수 없더라도 기본적인 돌보미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 같다. 조부모도 많이 돕고 계신다. 가능한 모든 인력을 아이 돌봄에 투입하고 있다.

지영 지금 사는 곳은 마포구인데, 이 지역에 맞벌이나 신혼부부가 워낙 많다 보니 돌보미 서비스는 꿈도 못 꾼다. 작년 아이를 돌봐줄 돌보미 서비스 신청을 했는데 6개월 정도 기다리라고 했다. 그냥 포기하고 따로 사람을 구한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돌봄로또’라는 말이 딱 맞다. 

주리 구마다 상황이 다른 것 같다. 마포구에 있을 땐 1년 대기해야 한다고 해서 절망했는데 용산구로 이사하고 나니 의외로 2~3개월 정도 만에 연락이 왔다. 친구도 노원구에 사는 맞벌이 부부인데 3개월 정도 기다리니 연락이 왔다더라. 다만 돌봄이라는 게 한시가 급한 것이니 바로바로 연결되면 좋을 텐데 아쉽긴 하다. 

용재 아직 아이가 어린데 앞으로도 돌봄 공백 문제가 계속될 것 같다. 내년에 첫째를 보내고 싶은 유치원을 아내가 알아봤는데 5개 반이 있음에도 방과후교실은 1개반뿐이라더라. 또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팀장님은 항상 시간에 쫓기셨다. 방학이라 돌봄 교실에 넣지 못해 점심까지 제공하는 학원을 알아보고 계셨다.

제도, 정책적으로 고쳤으면 하는 부분은.
주리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 시간당 6800원에 이용하던 서비스인데, 올해 7800원으로 1000원이 올라버렸다. 문제는 이게 하루에 한 시간씩만 쓰는 서비스가 아니란 점이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엔 종일반으로 하루 11시간씩 한 달 220시간을 이용했는데, 계산해보면 한 달에 22만원이 오른 셈이다. 지금은 하루 4시간씩 80시간을 쓰니까 8만원이 오른 것인데, 어쨌든 부담이 크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서 사적으로 구하는 돌보미 서비스와 비교해 가격 메리트가 없어져 버렸다. 정부 지원 서비스인데 오히려 더 비싼 느낌마저 든다.

민규 동의한다. 돌보미 서비스는 소득 기준에 따라 정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해주는 식이다. 그런데 양쪽 다 정규직으로 일반 직장에 다니는 경우 항상 정부가 정한 저소득 기준을 넘어서게 된다. 외벌이거나 소득이 낮지 않은 이상 맞벌이 부부가 사회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아닐까. 나라에서 건강보험료 등 우리 부부한테 각종 세금은 다 떼어가는데 막상 맞벌이 부부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묻기 꺼려지지만 둘째 계획은 없나.
지환 지금 상황에서 둘째는 부모 욕심이다. 첫째까지는 양가 부모까지 온 가족을 총동원해서 어떻게든 버텨보겠는데, 둘째를 생각하면 자신이 없어진다. 뉴스에서는 저출산 이야기가 단골 소재인데 나부터도 딴 세상 이야기 같다.

주리 결혼 전엔 세 명도 낳고 싶었다. 그런데 맞벌이의 육아는 현실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둘째를 낳으면 내가 더 일찍 퇴근하거나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더 일찍 퇴근하는 건 요원하고 언제까지 나이드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있을까. 결국은 입주 아줌마를 써야 한다는 결론이 나는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지금 조선족 입주 아줌마 비용이 한 달에 200만~230만원이다. 한국인 출퇴근 아줌마를 쓰면 11시간 기준으로 180만원이다. 돈 벌어서 다 남에게 주는 꼴이다.

바뀌었으면 하는 점들은 무엇일까.
용재 맞벌이 부부에게 제일 절실한 것은 시간이다. 남성, 여성 육아휴직뿐만 아니라 유연근무제 등을 아예 의무화하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지환 사회적 인식과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때 단 둘이 외출했다가 기저귀를 갈지 못해 발만 동동 굴렀던 경험이 있다.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었던 것이다. 

주리 워킹맘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최근 어린이집 학대, 승하차 사고 등 뉴스가 나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대통령이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안전에 신경 써주면 좋겠다. 스쿨존 차량 속도 제한부터 어린이집 등·하원 차량 안전 관리까지 정부가 나서서 신경 쓸 부분이 너무 많다.

지영 정부가 맞벌이, 비맞벌이 가구의 육아 부담을 나누는 곳으로 공동육아나눔터를 많이 홍보하는 것 같다. 그런데 주말밖에 시간이 안 나는 맞벌이 부부가 공동육아나눔터에 아이를 맡길까. 재능을 품앗이해야 하는데, 과연 맞벌이 부부가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까. 아쉬운 부분이다.

사회·정리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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