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미국 웰즐리 대학 정치학과, 골드만삭스 홍콩, 맥킨지 홍콩, 싱가포르 테마섹,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2015년 더파머스(서비스명 마켓컬리) 설립.
김슬아 미국 웰즐리 대학 정치학과, 골드만삭스 홍콩, 맥킨지 홍콩, 싱가포르 테마섹, 베인앤드컴퍼니 서울, 2015년 더파머스(서비스명 마켓컬리) 설립.

마켓컬리는 밤 11시까지 온라인에서 신선 식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눈 뜨기 전 현관 앞에 배송해주는 서비스 ‘새벽배송’으로 이용자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마켓컬리 앱에는 유기농 채소·과일·육류부터 쉽게 구하기 어려운 수입 재료는 물론이고 최근엔 각종 반찬을 비롯해 세척 샐러드, 간식용 채소 스틱까지 한 번 더 손을 거쳐 가공된 식자재들이 가득하다.

창업 3년 만에 회원 60만 명, 월매출 100억원, 일평균 주문량 8000건을 달성하며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서비스 시작 당시 25가지에 불과하던 제품은 현재 5000여 가지에 달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마켓컬리의 김슬아 대표도 맞벌이 부부다. 컨설팅 회사 재직 당시 만나 결혼한 남편도 현재 식품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과 가사를 병행하던 김 대표는 “누군가 대신 장을 봐서 집에 가져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키워 마켓컬리를 창업했다. 하루 다섯 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는 김슬아 대표에게 맞벌이 부부의 시간관리법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강남구에 있는 마켓컬리 본사에서 이뤄졌다.


부부의 하루는 어떤가.
“스타트업이다 보니 출퇴근이 자유로운 편이라 차가 덜 막히는 오전 10시쯤 출근한다. 새벽에 배송받은 마켓컬리 상품 중 간편식이나 샐러드류 등을 싸가지고 와서 책상에서 업무를 보며 점심을 해결한다. 일이 바쁘기도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일하려다 보니 이런 방식이 편하다. 저녁 7시쯤 퇴근해서 남편과 저녁을 차려 먹는다. 손질된 재료로 간단히 요리를 해먹고 나면 그때부터 각자 정한 공간으로 가서 업무를 다시 시작한다. 나의 경우 물류센터에서 배송 트럭이 출발하는 새벽 2시쯤이 되면 안심하고 잠자리에 든다.”

항상 시간에 쫓길 텐데.
“신경 쓸 거리를 줄이는 게 우선이다. 그래서 일상을 단순화한다. 사실 평소에 외모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닌데, 요즘엔 더 그렇다. 바지랑 상의를 비슷한 스타일로 다섯 세트 정도씩 준비해 옷장에 걸어놓고 아침에 그대로 입고 나온다. 일 년 내내 편하게 계절에 맞는 상하의만 바꿔 입는 편이다. 내 일상 중 신경이 덜 가는 쪽의 프로세스를 단순화한다. 이런 생활 방식이 그동안 중요한 의사 결정이나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

맞벌이 롤모델이 있었나.
“첫 직장이었던 골드만삭스에서 한참 위 상사가 있었다. 워킹맘이었는데 일 년 내내 검은 정장을 입고 다녀서 ‘옷이 저거뿐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옷이 서른 벌 있다더라. 본인 삶을 단순화한 것인데, 이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콘퍼런스 콜 같은 것이 거의 없던 시절에도 그분은 정시에 퇴근해서 아이들을 다 재우고 저녁 9시부터 꼭 업무를 재개하곤 했다. 그분을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는 법을 배웠다. 나도 맞벌이 가정에서 자랐다. 지금도 현역으로 일하고 계신 어머니를 통해서도 많이 배운 것 같다.”

본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무엇인가.
“먹는 것에 목숨을 건다. 마켓컬리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됐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외식은 지양하고 아침·저녁은 꼭 집에서 해먹는다. 세척까지 완료된 손질 원재료를 주문해서 간단한 조리법으로 해먹는다. 아침으로는 조리에 많은 시간이 안 드는 삶은 달걀, 바나나, 요구르트 등을 먹고 출근한다. 건강도 포기하지 않는다. 전날 밤에 챙겨놓은 온갖 영양제와 즙을 먹는다.”

가정에서 남편의 모습은 어떤가.
“많이 도와준다. 맞벌이의 핵심은 부부 동등성이라고 생각한다. 각자 가정과 일터에 충실하도록 서로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부부 간 역할 분담이 정말 중요하다. 사람이 모든 것에 완벽할 순 없지 않나. 나는 사소한 것은 포기하는 편이다. 남편은 깔끔한 편인데 난 정반대다. 서로 강요하지 않기로 하고 맞춰가며 살고 있다.”

업무 시간이 부족하진 않은가.
“창업했을 땐 아침 8시에 출근해 새벽 2시까지 있기도 했다. 그런데 직원들이 좀 불편해했다. 창업 3년 만에 일하는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언제 어디에 있건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일이 잘되는 환경을 생각해 보니 조용한 나만의 공간이더라. 일찌감치 퇴근해서 저녁을 해먹고 조용한 방에 들어가서 혼자 업무를 본다. 여기에 족욕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효율성이 향상되고 있음을 느낀다. 나만의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가정을 돌보는 시간이 모자랄텐데.
“투자은행,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부터 시간이 없었다. 그 시절엔 보통 주 120시간, 심할 때는 주 127시간까지 일해본 적이 있다.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부터 주변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은 다 받았다. 부모님께 주말에 찾아뵙지 못해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반찬도 많이 받아 먹었다. 요즘엔 엄마보다 더 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음식을 만드는 전문가들도 많다. 요새는 이런 도움을 많이 받는다. 청소나 세탁도 각종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이용해 해결한다. 서비스가 곳곳에서 생기면서 가격도 내려가고 질도 좋아졌다. 믿을 만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잘 지켜지나.
“솔직히 창업하고 지금까지 휴가를 딱 한 번 가봤다. 그마저도 첫날 살충제 달걀 파동이 벌어져 곧바로 일터에 복귀했다. 그래서 그 뒤로 휴가를 못 가고 있다.”

경영자 마인드가 강한 것 같다.
“나에게만 그렇다(웃음). 그런데 지난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 살충제 달걀 파동이었다. 평소 70여 개 기준을 가지고 까다롭게 상품을 골라왔는데 이때 소비자 신뢰를 얻었다. 매주 금요일 상품 리뷰 위원회를 열고 입점 여부 등을 평가한다. 기본 규칙은 ‘우리가 먹고 싶은 음식’이다. 잘 팔릴 것 같은 상품보다 ‘잘 팔려야 마땅한’ 상품을 골라내려고 한다.”

마켓컬리 급성장의 비결이었던 건가.
“그렇다. 언제나 사용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떻게 해야 맞벌이 부부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그에 맞춰 상품을 내놓는다. 반응하는 고객이 많다. 우연한 경로로 고객을 만나보면 배송받고 싶었던 상품이 있어서 좋았다는 경험담을 들려주신다. 상품을 기획하는 직원들도 모두 사용자이다 보니 경험을 토대로 상품을 구성하고, 이게 고객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직원 중에 맞벌이 부부가 많을 것 같다.
“지금 본사 사무실에 육아를 병행 중인 남직원이 2명 있다. 육아휴직을 권하고 있지만 ‘아직은’ 안 쓰셨다. 나도 언젠가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입장이 되지 않겠나. 경영자가 필요 이상으로 권하거나 강제하지 않는 이상 직원들이 쓰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고민하고 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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