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육아 활동 중인 스웨덴 아빠. 사진 트위터 캡처
퇴근 후 육아 활동 중인 스웨덴 아빠. 사진 트위터 캡처

복지 정책 모범 사례로 스웨덴을 언급하면 ‘우리와 관계없는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기 십상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도 모자라 ‘태내(胎內)에서 천국까지’ 보장하는 ‘복지 천국’ 스웨덴과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웨덴이 처음부터 복지 천국이었던 건 아니다. 불과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스웨덴에서 임신한 여성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었다. 이후 출산율 급락과 경제 성장 둔화에 위기감을 느낀 스웨덴 정부는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도울 수 있는 정책 마련을 통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임신과 출산 이후에도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교육과 의료 등 육아 지원을 대폭 강화한 것이 골자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남편의 가사, 육아 참여를 제도화했다는 점이다. 보육시설을 만들고 재정 지원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스웨덴에서는 자녀를 출산하거나 입양할 경우 부모에게 480일간(16개월)의 육아휴직을 준다. 이 중 90일은 부모 각자에게 할당돼 다른 배우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 육아휴직을 통한 아빠의 육아 참여를 강제한 셈이다. 2015년 기준 스웨덴 ‘아빠’의 96%가 유급 육아휴직을 최소 하루 이상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은 자녀가 8세가 될 때까지 쓸 수 있다.

480일 중 390일은 직전 소득의 77.6%를 육아휴직 급여로 지급받는다. 상한액은 연 44만7780크로나(약 5700만원)다. 단체협약을 통해 소득의 90%까지를 보전해 주는 회사도 적지 않다. 나머지 90일 동안은 하루 180크로나씩 받는다.

육아휴직을 쪼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맞벌이 부부가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꺼번에 전체를 다 소진할 수도 있지만 절반, 4분의 1, 8분의 1 등으로 나눠 사용할 수도 있다. 휴직 일수 사용 실적은 사회보험청 홈페이지를 통해 간단하게 조회할 수 있다.

12세 미만의 자녀가 아플 경우 부모는 의사 소견서 없이 유급 돌봄 휴가를 받을 수 있다. 한 자녀당 1년에 120일을 사용할 수 있고, 임금의 80%를 받는다. 12~15세 자녀에 대해서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스웨덴 정부는 이와 함께 공공보육 지원 확대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 왔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코뮌’이 어린이집을 운영해 수요를 100% 충족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만 1세 반 정도에 어린이집에 등원하기 시작하며, 2015년 기준 3~6세 아동의 96%가 공공보육시설에 다녔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오전 6~7시에 시작해 오후 5~6시까지 운영한다. 

보육료에도 상한이 있어 월 1287크로나(약 16만3500원)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6~12세 아동은 초등학교의 방과 후 여가활동센터(프리티스)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벌이나 직업 간 격차가 적은 산업 구조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여기는 북유럽 특유의 교육 풍토도 이 같은 정책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대부분의 스웨덴 중·고등학생들은 부모 간섭 없이 스스로 진로를 결정한다. 또 ‘교육은 학교 책임’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입시 결과나 자녀의 진로 결정에 부모가 깊이 관여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엄마가 평일에 학교 갈 일 없어

‘엄마 역할’에 있어 스웨덴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평일 낮에 학교 갈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학기 초에 열리는 학부모 모임이나 각종 발표회, 공개수업 등 부모 참여 행사 대부분은 저녁이나 토요일에 열린다.

최근 국내에서도 쓰이기 시작한 ‘라테파파’란 말은 그 시작이 스웨덴이다.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손으로는 유모차를 끄는 아빠를 통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를 상징한 신조어다. 스웨덴이 ‘원조 라테파파의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큰 역할을 했다.

스웨덴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왕세녀는 에스텔 공주와 오스카 왕자가 태어났을 때 부부가 번갈아 출산·육아휴직을 썼다. 스웨덴에서 젊은 장관들이 자녀의 등하교를 돕거나 학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사무실을 떠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스웨덴의 재외공관 대사 중 40%가 여성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자녀를 남편에게 맡기고 ‘기러기 엄마’ 생활을 한다.


plus point

‘아이 없는 나라’ 독일 바꾼 전일제 학교

독일 전일제학교의 수업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독일 전일제학교의 수업 모습. 사진 트위터 캡처

독일 연방통계청이 발표한 독일의 2016년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59명을 기록했다. 통계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였던 1994년 1.24명보다 0.35명 증가한 것이다.

‘아이 없는 나라’라는 오명까지 썼던 독일의 출산율이 오른 것은 정부가 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부터였다.

독일 정부는 2007년부터 ‘아빠가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출산 정책을 전환했다.

독일 부모는 총 14개월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기간은 부모가 상의해 나누면 된다. 다만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은 최대 12개월간이다. 만약 엄마가 12개월을 사용하고 남은 2개월을 아빠가 쓰지 않으면 이는 사라진다. 제도 시행 전 3.5%에 불과했던 독일 남성의 육아휴직률은 2015년 35.7%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전일제학교(GTS·Ganztagsschule)를 도입해 12시면 학교가 끝나는 초등학생 부모도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독일은 주(州)별, 학교별로 수업 체계가 다르다. 하지만 2001년 사민당(SPD)이 전일제 학교를 정치적 이슈로 내세우고 2003~2009년 중앙정부가 전일제 확대를 위한 전국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오후 3~5시에 마치는 곳이 대폭 늘었다. 2002년 1757개교였던 독일 전일제학교 수는 2015년 8533개교로 늘어났다. 이와 함께 출산율도 꾸준히 증가했다.

독일 정부는 현재 40% 정도인 전일제 교육 이용 비율을 2020년까지 70% 수준으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보조 교사를 채용하거나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교사의 추가 업무 부담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집권 기독민주연합(CDU)은 2025년까지 전체 학생의 80%를 종일학교 체제에 편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지금보다 3만1400명의 교사와 1만6200명의 보육전문가, 사회복지사, 기타 전문인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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