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국 하이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WESG’가 2회째 열렸다. 이 대회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스포츠가 주최하는 e스포츠대회다. 사진 WESG
지난 3월 중국 하이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WESG’가 2회째 열렸다. 이 대회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스포츠가 주최하는 e스포츠대회다. 사진 WESG

중국의 최첨단 도시 상하이에 2020년 거대한 e스포츠 비즈니스 파크가 들어선다. 텐센트가 투자회사와 합작해 만드는 이 단지에는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비롯해 e스포츠 게임, 연구·개발(R&D), 교육, 영화·TV 등 관련 단지가 구역을 나눠 자리잡을 예정이다. 상하이 시 정부는 중국과 해외의 관련 기업 100곳도 입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하이데일리는 “하루 방문객 수 1만명에 달하는 중국 최초의 올인원(all-in-one) 프로 e스포츠 산업 단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e스포츠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만으로는 한국을 뛰어넘어 종주국 한국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게임 전문 리서치회사 뉴주(newzoo)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산업 예상 수익(9억600만달러) 중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1%(1억64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지역(3억4500만달러·38.0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국(6%)의 세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e스포츠 산업은 IT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이끌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각종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텐센트의 움직임이 가장 빠르다. 텐센트는 지난해 ‘e스포츠 5년 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산업 규모를 총 1000억위안(약 16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상하이를 비롯해 안후이성 우후(芜湖), 쓰촨성 청두(成都), 장쑤성 쑤저우(苏州) 등 각 도시와 손잡고 e스포츠 관련 테마파크와 산업단지 등을 건설하는 협약을 맺었다.

텐센트는 일찌감치 e스포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눈을 떴다. 스타크래프트의 뒤를 잇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가 출시된 지 2년 만인 2011년 제작사인 미국의 라이엇게임즈의 지분을 50% 사들였고, 4년 후 나머지를 모두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2016년엔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로얄 등으로 유명한 제작사 핀란드의 슈퍼셀도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포트나이트 배틀로얄, 한국의 배틀그라운드 등 유명 게임의 중국 내 판권도 사들였다. 뉴주에 따르면 이를 통해 텐센트는 게임 수익 기준 세계 최대 게임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도 중국 내 e스포츠 주도권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3월 블룸버그 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등록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야심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알리바바는 올해 자카르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8년 LA 올림픽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했고 대형 e스포츠 국가대항전 ‘WESG(World Electronic Sports Game)’도 2년째 개최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3월 기준 알리바바의 e스포츠 누적 투자금액은 4700만달러(약 529억원)에 달한다.


2016년 정부 주도로 사회 분위기 바꿔

중국도 처음부터 e스포츠에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중국국가체육총국(国家体育总局)은 2003년 e스포츠를 정식 체육 종목으로 인정했지만 일반인 사이에선 여전히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했다. 하지만 정부가 e스포츠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2013년에는 국가 공식 e스포츠팀을 결성했다. 2016년에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경기를 ‘소비를 이끄는 피트니스 레저 경기’로, 경기 개최를 ‘교육 문화 정보 소비자 혁신 행동’으로 지정했다. ‘포브스’는 “오랫동안 게임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중국 정부가 이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깨닫고는 개발과 지원에 나섰다”고 전했다.

젊은 부유층과 유명인들의 관심도 저변을 넓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포브스’는 “기술 혁신, 소득 증가에 힘입어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기업가 2세들이 창단에 나섰다”며 “이들은 수익에 치중하지 않고 막대한 자본과 인맥을 투입해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5월엔 중국의 NBA 농구스타 야오밍이 이끄는 야오밍캐피털이 프로게임단 에드워드게이밍에 1억위안(약 164억원)을 투자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중국의 e스포츠 산업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텐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e스포츠 유저가 2017년 2억5000만명에서 2020년 3억50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전 세계 유저(3억9000만명) 수와 맞먹는 수준이다. 텐센트는 이 기간 중국의 e스포츠 시장 가치도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청우(程武) 텐센트 부회장은 “e스포츠는 중국과 전 세계에서 황금기에 진입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선진국과 겨룰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plus point

일본, “한국보다 15년 늦었다” 위기감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 프로팀 창단

8월 1일 일본 도쿄 코리아센터 한마당홀이 일본 e스포츠 업계 관계자들의 기대와 열기로 가득 찼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일콘텐츠디지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일 콘텐츠 비즈니스 포럼의 주제는 ‘e스포츠 한국 동향 및 한·일 협업 모델 제안’. 도쿄방송(TBS)을 비롯해 도쿄 도시대(都市大), 광고회사 덴쓰, 경제산업성 등 정부와 산업계, 학계 관계자 등 초청자 100명이 전원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 패널으로 참석했던 한승용 콩두컴퍼니 부사장은 “참석자들이 ‘일본의 e스포츠 산업은 한국에 적어도 15년은 뒤처져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1억2700만명 인구의 절반가량이 게임을 즐기는 ‘게임 왕국’ 일본이지만 그동안 e스포츠 산업에서만큼은 소외돼 있었다. 일본 게임 주종목인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게임(TV에 연결해서 하는 비디오게임)과 스트리트파이터, 철권 등 아케이드 게임(동전을 기계에 넣고 하는 게임)과는 다르게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등 e스포츠 주종목들은 대결 구도로 사람들의 관람을 유도한다는 점이 달랐다. 블룸버그는 “일본인들은 ‘게임은 혼자 하는 것’이라는 관념을 갖고 있어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고 전했다.

각종 규제도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 법적으로 게임 대회에 큰 상금을 거는 것이 금지돼 있던 탓에 1위 상금조차 10만엔(약 100만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게임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전문 게이머들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한국에 뿌리를 두고 중국이 이를 앞질러 달려 나가는 형국으로 아시아의 e스포츠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사이 일본은 각종 규제와 무관심 속에 남아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일본의 e스포츠 산업은 성장을 위한 첫발을 내디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향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기의식이 생겼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커졌다. ‘언제부터 e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를 묻는 닐슨의 조사 결과 ‘지난해부터’라고 응답한 사람이 39%에 달했다.

실제로 그동안 3~5개로 나뉘어 있던 협회가 지난 2월 ‘일본 e스포츠연합(JeSU)’이라는 이름으로 통합 발족했다. 이후 협회는 일본 소비자청과 협의해 전문 게이머 간 게임에 한해 대규모 상금을 걸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콜오브듀티, 위닝일레븐 등 종목별로 100명의 게이머에게 자격증을 발급했다.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최근엔 연예기획사 요시모토흥업이 프로 팀을 창단했다. 하마무라 히로카즈(浜村 弘一) JeSU 부회장은 “작지만 큰 첫발”이라며 “일본 e스포츠 산업 성장의 단초는 게이머들이 스타가 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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