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파(Jonathan Parr) 캐나다 맥길대 경영학 석사,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프로덕트 매니저, 신젠타 EAME 지역 사장
조너선 파(Jonathan Parr) 캐나다 맥길대 경영학 석사,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프로덕트 매니저, 신젠타 EAME 지역 사장

7월 8일 경기도 이천 장호원에 있는 벼 농가에 세계 1위 작물보호제(농약) 기업인 신젠타의 임원들이 모였다. 신젠타의 작물보호제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조너선 파(Jonathan Parr) 사장과 마토바 미노루 신젠타 동북아시아 지역 사장, 박진보 신젠타코리아 대표 등이 뙤약볕 아래에서 논에 떠 있는 작은 물체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들이 지켜보던 물체는 바로 드론이었다. 세계 최대 드론 업체인 DJI가 농약 살포를 위해 만든 드론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살펴보기 위해 농가를 찾은 것이다. 신젠타코리아 관계자는 “테스트를 진행한 벼 농가에서도 결과에 굉장히 만족해했다”며 “고령화로 인한 농촌 지역의 인력 부족 문제를 드론이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용 드론은 농약을 살포하는 데서 역할이 끝나지 않는다. 논밭의 상황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신젠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농장을 관리하는 ‘애그리에지(AgriEdg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드론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호원의 벼 농가를 방문한 다음 날, 서울 종로에 있는 신젠타코리아 본사에서 조너선 파 사장을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젠타가 그리는 농업의 비전에 대해 들었다.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디지털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는 현장을 직접 살피기 위해서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다. 한국의 앞선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서 농업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논의하기 위해 방문했다. 농업용 드론은 아직 투자가 더 필요한 분야다. 기술이 더 발전하면 농가의 인력 부족 문제를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신젠타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신젠타의 작년 매출액이 126억달러(약 14조3000억원)였는데 R&D 투자만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했다. 전 세계에 2만8000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데 R&D 분야 직원만 5000명이 넘는다. 매년 R&D 투자를 늘리는데, 올해는 여러 분야 중에서도 디지털 기술을 개발하는 데 1억50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고 있다.”

농약을 만드는 회사가 디지털 기술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이유가 뭔가.
“농업 분야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고객 중심의 혁신 기업이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솔루션은 신젠타를 글로벌 농업 분야의 경쟁에서 살아남게 할 무기가 될 것이다. 우리는 신젠타를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는 R&D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이미 농업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농장 곳곳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해서 작물을 언제 어떻게 관리할지 결정하는 데 디지털 기술이 쓰이고 있다. 신젠타는 미국에서 약 5만7000㎢(1400만에이커) 규모의 농장에서 애그리에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디지털 농업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애그리에지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애그리에지는 농장의 모든 것을 디지털 솔루션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농약을 언제 얼마나 뿌려야 할지 결정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정확한 시기와 양을 결정할 수 있다. 수확량도 예측할 수 있고 언제 수확해야 농가가 가장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애그리에지를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최근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농업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는 등 벤처투자 업계에서 농업 분야에 관심이 많다. 신젠타는 농업 스타트업에 어떤 투자를 하고 있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투자하는 ‘신젠타 벤처’라는 별도의 조직이 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벤처캐피털이다. 우리의 비전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작물을 생산하자’는 것이다. 신젠타 벤처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이 이런 비전을 돕는다. 

올해 2분기에는 디지털 농장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스트라이더’라는 회사를 인수했다. 스트라이더의 시스템으로 브라질을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디지털 농업 수준을 높이고 있다. 위성 이미지를 활용해 농장 관리를 돕는 ‘팜샷’이라는 회사도 올해 인수했다. 농장의 어디에 방제가 필요한지를 위성 이미지로 확인하고 농가에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런 식으로 신젠타 벤처가 2006년 이후 투자한 금액이 1억달러가 넘는다.”

중국 국영기업인 켐차이나가 신젠타를 인수했다. 신젠타 경영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글로벌 농업 분야는 큰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글로벌 기업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신젠타는 그중에서 가장 빨리 인수·합병 작업을 마쳤다. 켐차이나가 신젠타를 인수했고 경쟁사보다 빠르게 적응 과정을 거쳤다. 켐차이나는 신젠타의 기존 조직이나 정체성, 경영진에 전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신젠타가 신젠타로 남을 수 있게 했고, 신젠타의 글로벌 경영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놓고 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성공적인 인수·합병이었다고 평가한다.”

켐차이나가 중국 사업에 도움이 되고 있나.
“중국은 신젠타에 중요한 시장이다. 이미 2000명의 직원이 중국에서 일하고 있고, 세계적인 수준의 종자 연구소와 생산 시설을 중국에서 가동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 농업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데 신젠타가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아시아 시장을 세계적인 농업 혁신의 중심지로 만들려고 한다. 아시아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원제(농약의 원료물질)를 계속 출시할 계획이다.”

농업 분야에서 극복해야 할 도전 과제가 있다면.
“농약은 세계에서 규제가 가장 강한 산업이다. 새로운 농약 물질을 개발하는 데 보통 10년 정도 걸린다. 지금도 계속해서 규제가 강해지고 있어서 새로운 규제에 맞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기업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를 하기도 한다. 새로운 작물보호제 승인을 받으려면 프랑스 파리 면적에 맞먹는 부지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결과를 가져오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따르기 쉽지 않은 규제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디지털 기술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 이런 규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종현 조선비즈 금융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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