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도쿄 시부야의 공유오피스 ‘위워크 아이스버그’에서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최원석 편집장
9월 18일 도쿄 시부야의 공유오피스 ‘위워크 아이스버그’에서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최원석 편집장

추석연휴 직전이었던 9월 18일 도쿄(東京)의 부도심 시부야(澁谷)에 위치한 공유오피스 ‘위워크 아이스버그(Wework Iceberg)’ 1층. 최근 일본 10·20대 신한류 열풍의 진원지인 하라주쿠(原宿)에서도 멀지 않은 이곳에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일본 업계 사람들 200여명이 모였다. 국내 유망 스타트업 10곳이 일본의 투자자들과 대기업을 만나 일본 진출과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행사인 ‘2018 재팬 부트캠프(Japan Bootcamp)’가 열린 것이다. 재팬 부트캠프는 한국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매년 국내 스타트업 10여 팀을 선정해 일본 시장 진출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2018 재팬 부트캠프’는 9월 18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국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진 일본 현지 벤처투자사와 대기업 등을 방문해 시연회와 세미나를 여는 일정이었는데, 위워크 아이스버그에서 열린 시연회는 첫날 순서에 해당됐다.

올해 재팬 부트캠프에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생후 사진으로 변환하는 알레시오(Alethio),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라이다센서를 개발하는 SOS랩스, 머리의 모션 정보를 이용해 올바른 자세로 운동하도록 웨어러블 러닝 자세 솔루션을 개발하는 비플렉스(Beflex), 안전 시설 점검 등 산업용으로 활용 가능한 드론을 개발하는 니어스랩(Nearthlab) 등 테크 스타트업이 다양하게 참가해 일본 진출 기회를 모색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일본 웹마케팅컨설팅회사 셀톤(Celltone)의 우라베 요이치(浦部洋一) 대표는 “일본의 기업들이 삼성이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은 잘 알아도,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면서 “최근에 일본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문화, 음식문화에 관심이 급상승 중이기 때문에 이런 붐을 파고드는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또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한동안은 일본 사회 전체가 좀 어두운 분위기였지만, 최근에는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대기업도 갈 수 있지만, 창업에 모험을 걸어보자’고 생각하는 진취적인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이번 행사뿐 아니라, 일본 국내외 스타트업들의 발표 행사가 최근 시부야 등을중심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본에서 스포츠용품 판매회사 KPI를 운영하는 야부타 케이시(薮田惠士) 사장은 이날 1시간 반 동안의 한국 스타트업 발표를 꼼꼼히 지켜봤다. 특히 동대문 기반의 쇼핑몰을 모아서 소비자들이 쉽게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그재그(ZIGZAG)의 발표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시부야에 사무실이 있어서 참석했다”면서 “한국 동대문시장의 스포츠용품을 일본에서 판매하고 싶은데, 한국 스타트업의 도움을 받아 사업을 키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재팬 부트캠프에서는 글로벌 혁신 생태계와 일본을 연결하는 ‘플러그앤드플레이(Plug&Play) 재팬’과 세계 최대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인 ‘위워크(WeWork) 재팬’의 협력으로 시연 행사를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료 나이키 플러그앤드플레이 이사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팀들의 수준이 높아 플러그앤드플레이 파트너사들에 소개하고 싶은 팀이 많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또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본 유명 벤처캐피털 글로벌 브레인 본사에서 ‘글로벌 브레인 나이트 피치(Global Brain Night Pitch)’ 행사를 갖고, 투자자를 비롯해 일본 대기업의 사업 개발 담당자들에게 각 사의 서비스와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도 가졌다. 가쓰히코 미야마 글로벌 브레인 파트너는 “이번 재팬 부트캠프에도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팀들이 많다”며 “한국은 일본 이상으로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많은 만큼 이번 행사를 통해 좋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9월 19일 저녁에는 구글 재팬 사옥에서 도쿄 내 IT기업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을 초청해 국내 스타트업과 교류하는 ‘일본의 한국인’ 만남 행사도 진행했다. 재팬 부트캠프에서 한국과 일본 간 네트워크를증진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행사다. 이번에도 100여 명의 재일 한국인들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은 작은 국내 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지향성이 강하다”며 “훌륭한 인재와 좋은 기술을 가진 한국 스타트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필요로 하는 일본기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황승익 한국NFC 대표
“日, 규제 적고 사업 기회도 많아”

이윤정 기자

최근 일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스타트업이 많아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젊고 작은 조직답게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서비스 대응이 강점이지만, 한국에선 규제가 첩첩산중이다 보니 이 같은 강점이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니 빠르게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 ‘한국NFC’의 황승익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규제 차이를 직접 체감했다. 한국NFC는 ‘페이앱’이라는 애플리케이션만 내려받으면 소상공인들이 스마트폰을 신용카드 단말기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황 대표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 오래 걸렸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서비스 출시까지 3년 가까이 걸렸다. 넘어야 할 문턱이 많았다. 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가 대표적이다.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본인확인 절차를 대폭 줄인 서비스다 보니 이 심의를 통과해야 했는데, 처음엔 심의 신청 자격조차 안 됐다. 은행이나 카드사, 전자결제대행업체(PG)만 가능했는데, 우리는 PG와 계약을 하고 전자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자금융보조업자’라는 이유에서 막혔다. 자본금이 1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도 우리 같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규제 때문에 시간을 허비했다. 투자받은 돈이 다 떨어져 망하기 일보 직전, 재무회계시스템과 경영정보서비스를 개발, 판매하는 회사인 일본 MSJ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아 기사회생했다.”

한국NFC는 PG사의 이름을 빌려 금감원의 보안성 심의를 2015년 1월 통과했지만, 이 심의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에 같은 달 폐지됐다. 이후 각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결제 솔루션의 보안성을 심의하기로 했고, 한국NFC는 카드사 심의를 다시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카드사가 심의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또다시 약 1년이 소요됐다. 한국NFC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친 2016년 4월에야 한국에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일본 MSJ와는 서비스 초창기인 2016년 10월 말에 만났고, 6개월 뒤인 2017년 5월 투자금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1년 5개월 만인 이달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이는 한국에서 소요된 기간의 절반이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 환경을 비교한다면.
“일본은 규제에서 훨씬 자유롭다. 금융당국의 보안성 심의 없이 카드사가 자율적으로 심의하는데, 국제 보안표준 인증만 받아오면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 국제 인증이 있어도 금융위의 보안성 심의를 받아야 하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도 일본이 훨씬 편하다. 한국은 신용카드로 돈을 받으려면 사업자 등록이 돼 있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벼룩시장에 나가 액세서리를 파는 분 등이 카드로 돈을 받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일본은 이 같은 규제에서 자유로워 우리 앱만 깔면 개인도 신용카드로 돈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일본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스타트업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보다 규제가 덜한 데다 요즘 일본 경기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투자 방식에서 오는 이점도 있다. 한국에선 벤처캐피털(VC)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관망만 한다. 반면 일본은 VC가 아닌 기업들이 자신들과 연관된 사업이거나 새로 진출하고 싶은 사업에 직접 투자한다. 즉 사업 파트너를 구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은 사업 기회가 열리는 것과 같다. 다만 일본은 투자 결정만 하면 속전속결이지만, 결정하기 전 사업성 검증을 굉장히 꼼꼼하게 한다. 계속 끈질기게 만나 커뮤니케이션해야 기회가 열리는 시장이다.”

최원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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