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와세다대 경제학 박사,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 교수,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한국산업연구원 객원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관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와세다대 경제학 박사, 아오야마가쿠인대 경제학부 교수,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한국산업연구원 객원연구원, 통상산업연구소 연구관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인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를 9월 17일 도쿄의 와세다대 본교 캠퍼스에 있는 그의 연구실에서 인터뷰했다.


최근 일본 기업이 달라진 것 같다.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도 보인다.
“경영자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과거 일본 경영자라고 하면, 대학을 나와 말단사원부터 계속 위로 올라가 사장이 된 사람들이었다. ‘다른 기업 일은 잘 몰라,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해’라는 식. 실패한 도시바 경영자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다가 도시바 같은 큰 회사가 무너지자, 큰 교훈을 얻었다. 히타치는 PC·가전 등 안 되는 것은 전부 버리고,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중전(重電)에 집중했다. 도시바는 그게 안 돼 실패한 것이다.”

일본 상황은 정말 좋아지고 있는가.
“창업이 늘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벤처 회사가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처럼 되지 않는 한 산업구조 전환은 어렵다. 긍정적인 것은 지금의 새로운 벤처 붐에 참여하는 젊은이 중에 확실히 인재가 많다는 것이다. 도쿄대 출신이나 미국 유학파도 많다. 일본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구조 개혁의 핵심이 생산성 개선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아베 정권이 ‘일하는 방법의 개혁’을 외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사실 아베노믹스는 거대한 도박이다. 구조 개혁이 잘 안 되는데 어느 날 장기 금리가 일제히 올라버리면 한순간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한국의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최대 문제는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가’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올리는 ‘소득 주도 성장’은 일본도 민주당 시절에 했다가 망했다. 고용이 더 악화되는 비참한 결과만 낳았다.”

한국에서 가장 문제 되는 부분?
“한국의 위험 요인은 가계채무, 가계채무와 연동되는 부동산 가격, 그다음은 고용인데, 사실 이게 연동되는 얘기다. 또 연금제도를 정비하기도 전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공무원·교원·군인 정도밖에 제대로 된 연금이 없으니까 그 외 사람들이 미래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연금 개혁을 하려면 이 정도 재원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그런 것은 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이라니. 생산성이 오르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임금을 더 주나. 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보장해주는 최저소득 보장 같은 것이라면 차라리 괜찮다. 하지만 한국은 정부가 책임지고 싶지 않으니까 기업에 강요하고 있다.”

한국에선 부동산 급등이 사회 문제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거라 본다. 지금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크고 단기채무도 규제하고 있으니 괜찮아 보이겠지만, 결국은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일본인은 버블 붕괴를 겪으면서 ‘역시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부동산의 가격 상승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니 게임이니까. 그리고 일본은 부동산 붕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인구 감소가 시작됐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부동산의 중요성이 커지기는 어렵다.”

인더스트리 4.0과 국가 간 협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인더스트리 4.0에서는 플랫폼이 중요하다. 미국과 중국은 국내 시장이 크기 때문에 혼자서 할 수 있다. 독일도 자국 시장만으로는 안 된다. EU 통합에 막대한 비용을 내는 대신 유럽 스탠더드를 만들어 그것을 세계로 확대하려 한다. 일본은 서플라이 체인이 아시아에 퍼져 있으니, 아시아 기준을 만들어 그것을 세계로 넓혀가고 싶어 한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에 붙을 것인가? 하지만 중국이 한국을 자국 일부처럼 대하는 것은 견딜 수 없지 않나? 한국 혼자서는 하기 어렵다. 어딘가에 붙어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도 붙어 있지 않다. 한국은 이런 걸 전부 정치 논리로 하려 한다. 그러니 미래 지향적 관계를 말하지만, 끝없이 과거 지향적으로 된다. 경제 관계에서 다들 국가 이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한국만 도덕성이나 정통성을 말하고 있다. 경제 관계에서 그런 것은 무리한 일이다. 정치와 경제 문제를 구분해서 보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


plus point

[Interview]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한·일 경제 시차 20년…일본 과거로 배워야”

이민아 기자

이형오 서울대 경영학 학사, 일본 동경대 경제학 대학원 석·박사
이형오
서울대 경영학 학사, 일본 동경대 경제학 대학원 석·박사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일본의 과거 경험을 통해 한국의 현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진단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10월 18일 개최되는 ‘이코노미조선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의 대담자로 나서는 이형오(54)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 경제와 기업의 경영 전략 전문가다. 이 교수는 “지금 일본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라면서 “일본 기업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낮은 엔화 가치’라는 조건이 갖춰진 상황”이라고 대답했다.


대담자인 후카가와 교수의 연구 분야는.
“한국 경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 후기 국가의 기업 지배구조, 노동 시장,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러 문제들을 제도경제학의 관점에서 연구하는 분이다. 제도경제학은 현실의 경제 문제를 제도와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보는 분석 틀이다.”

후카가와 교수처럼 일본의 과거로 한국의 현재를 분석해 본다면.
“일본과 한국의 경제 시차는 20년 정도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1992년 들어 3% 이하로 떨어졌고, 한국은 20년 후인 2012년 들어 추세적으로 2%대에 진입했다. 2018년 현재 한국에선 20년 전 일본처럼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중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더 이상 국내 시설을 늘리려고 하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는다.”

일본 사례가 한국 정부의 정책 집행에 주는 교훈은.
“기업 입장에서 세금, 노동 시장 관련 정부 정책이 경영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걸 부추길 수 있다. 기업의 의견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들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게 나쁜 일은 아니나, 남을 수 있는 회사는 남게 해야 노동자의 고용이 보장된다.”

어떤 요인 덕에 일본 경제가 부활하고 있나.
“아베노믹스로 인해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됐다. 아베 정권은 국가 경제를 위해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막아 보려고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줬다. 기업들이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임금 노동자 입장에서는 그 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과 비교해 일본 기업의 강점은.
“일본 기업은 자신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꼼꼼하게 완성시킬 수 있는 통합형 산업에 강하다. 로봇, 바이오, 자동차 등의 산업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모노즈쿠리(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를 만든다는 일본의 제조 철학)’에 따라 장인 기질이 발휘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여러 회사의 제품을 가져다 빠르게 생산하는 조립형 산업 분야에서는 한국, 중국 등 주변국에 밀린다.”

최원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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