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기간 중 호텔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기간 중 호텔 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지정학적 리스크(geopolitical risk) 분석은 ‘국가 간 관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다룬다. 국제화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촘촘히 연결된 상황에서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중요한 접근법일 수밖에 없다. 새해 눈여겨봐야 할 4대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석했다.


1│중동 패권 둘러싼 사우디 vs 이란

무슬림 양대 종파, 수니파와 시아파를 각각 대표하는 사우디와 이란은 예멘·시리아 내전을 비롯해 중동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분쟁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함께 중동에서 미국의 오랜 우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랜 밀월관계가 미국 내 막강한 유대인 파워와 중동 안보를 매개로 다져진 반면, 미국-사우디 관계는 석유 자원의 원활한 수급이라는 목적을 기반으로 유지돼 왔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현지시각) 시리아에 주둔한 미군의 철수를 발표하면서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와 손잡고 정부군을 지원해온 이란의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로서는 반가울 리 없는 상황 변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5년 시리아 동북부 터키 국경지대에 2000여 명의 지상군을 파병해 유지해왔다.

시리아 내전은 2011년 3월 아랍 독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아랍의 봄’ 시위로 촉발됐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퇴진 운동에 대한 정부군의 유혈 진압에 맞선 반군 세력이 분열하면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가담했고, 러시아와 이란 등이 아사드 정권을 군사적으로 적극 지원하면서 서방과 러시아·이란 등이 개입한 국제전으로 확산됐다. 8년 가까이 이어진 내전에서 5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11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유엔은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이란 핵협정(JCPOA)을 폐기하면서 이란이 다시 핵 개발에 나설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란 핵 개발에 자극받은 사우디가 핵 개발로 맞대응하는 것이다. 이 경우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번지면서 1970~8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사우디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미국 방문 중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한다면 우리도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2│미·중 갈등 중심에 선 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월 2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직접 밝히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만 문제 백서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의 일부)’ 원칙에 포함되는 내용이지만 시 주석이 이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대만인을 ‘중국인’으로 규정하며 통일을 기정사실화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40년 전인 1979년 1월 1일 무력을 통한 대만 통일정책을 평화통일로 전환하고 양안 교류를 제안하는 내용의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번에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의 옵션을 갖고 있다”며 대만 독립 움직임이 구체화하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만은 이른바 ‘G2(주요 2개국)’로 불리는 세계 1·2위 경제·군사 대국 미국과 중국 간 힘겨루기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집권 후 대만에 무기 판매를 늘려 중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대만을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지원 대상 국가로 명시하는 ‘아시아지원보장법안’에도 서명했다. 중국 외교부는 2일 “이 법안을 강하게 반대한다. 이미 미국에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3│INF 탈퇴로 미·소 군비 경쟁 재현되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은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러시아의 전신) 공산당 서기장이 서명했다.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500~5500㎞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INF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일방적으로 조약 탈퇴를 선언했다. 사흘 뒤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핵무기를 증강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4일 러시아가 60일 안에 INF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시한은 오는 2월 말이다.

INF가 폐기되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의 첨단무기 개발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냉전 시대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5월 미국 미사일방어(MD) 체계로 요격이 어려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을 시험 발사했다. 러시아는 같은 달 26일 음속보다 20배 빠른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Avangard)’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거리는 6000㎞가 넘고, 최대 16개의 탄두가 분리돼 독립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비행 속도가 워낙 빠르고 동시에 많은 목표물을 노리기 때문에 역시 MD 체계로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4│안심할 수 없는 북핵 리스크

지난해 남북 관계는 세 차례 이어진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비핵화 논의도 본격화됐다. 남북은 4·5월 판문점, 9월 평양에서 잇따라 정상회담을 했고, 미·북도 6월 싱가포르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관계 정상화와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미·북이 비핵화 방식과 제재 완화를 놓고 충돌하면서 협상은 교착에 빠졌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미·북 2차 정상회담도 연기됐다.

미·북 2차 정상회담이 무산될 경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 열흘 뒤 한국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발표하면서 “합의 내용이 이행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합의 자체도 상황에 따라 파기되기 쉬운데다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 ‘북한 관련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국지적 군사 도발 등은 주가, 환율, 단기 외국인 자금, 시장금리 등 금융 변수에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어 실물경제로 충격이 옮겨가면서 도발 이후 2~3개월 후까지 물가와 산업생산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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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의 사후(632년), 그의 후계자 선정 방법을 둘러싸고 분열한 양대 종파다. 무함마드의 핏줄만이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한 세력은 시아파가 됐다. 후계자를 공동체의 다수결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는 측은 수니파가 됐다. 수니파는 세계 전체 이슬람 신자 16억 명 가운데 90%를 차지한다. 수니파의 맹주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시아파는 10%로 추산된다. 시아파의 맹주는 이란이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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