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뉴타운은 한강을 바라보며 등 뒤에 남산을 업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인 데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시내와 강남 번화가 등 주요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좋은 ‘재개발 대장주’로 꼽힌다. 사진은 1월 9일 오후 한남3구역 전경.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한남뉴타운은 한강을 바라보며 등 뒤에 남산을 업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인 데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시내와 강남 번화가 등 주요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좋은 ‘재개발 대장주’로 꼽힌다. 사진은 1월 9일 오후 한남3구역 전경.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거기 좋은 거 누가 모르나요. 돈이 없어서 못가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재개발 구역’ ‘누구나 인정하는 뉴타운’ ….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개발 구역은 용산구에 위치한 한남뉴타운이다. 한강을 바라보며 등 뒤에 남산을 업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인 데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시내와 강남 번화가 등 주요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좋다. 재개발만 되면 강 건너 반포 아파트 단지에 비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돼 있다.

하지만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1월 9일 찾은 보광동 한남뉴타운 3구역 부동산 거리의 풍경은 바깥 날씨처럼 썰렁했다. 300m 남짓한 좁은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중개업소가 7곳 가까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손님이 있는 가게는 없었다. 평일 대낮 시간임을 감안해도 잠잠했다. A 부동산 관계자는 “작년 9·13 대책 이후 3구역 전체 거래 건수는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시장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재개발 시장에 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던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과는 딴판이었다.

최근 한남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재개발 사업은 구역 지정→추진위원회 설립→조합설립→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이주→분양→입주 등의 절차를 거친다. 이곳은 5개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3구역의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1구역은 뉴타운 해제) 지난해 11월 서울시에 사업시행인가 신청서를 낸 후 두번째 재보완 절차를 거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중 인가를 받고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 수가 많지 않고 반포대교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한남 뉴타운 중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5구역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을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다. 4구역도 변경안에 대한 주민 공고를 마쳤다. 이 밖에도 용산 미군기지 이전 완료, 용산민족공원 개발, 신분당선 연장,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용산~서울역 통합개발 등 호재도 많다.

그런데도 거래 건수가 많지 않은 것은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재개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개발 집값이 빠르게 상승했던 한남뉴타운과 성수 재정비촉진구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현재 한남뉴타운 매물에는 6억원 정도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사업 진행 속도가 더 빠른 서울 다른 지역 재개발 입주권 웃돈이 3억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 매수자들이 대출 규제로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는 탓에 쉽사리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 된 것이다.


‘뚜껑 매물’도 6억이지만 많이 찾아

한남 3구역에 대지면적 59.50㎡짜리 낡은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B씨는 이 같은 변화를 실감한다. 2005년 4억5000만원에 매수한 이후 10년 동안 집값은 5억원 수준에서 움직였다. 그러던 집값이 2016년부터 매년 1억원꼴로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2018년 B씨는 매수자가 나타났으니 집을 팔라는 부동산의 전화나 우편물을 한달에 한번꼴로 받았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이런 문의는 뚝 끊겼다.

A부동산 관계자는 “집값 자체가 높기 때문에 대출 없이 현금을 10억원씩 쥔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다”면서 “그럴 만한 여력을 가진 매수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서동한 KB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거래 자체가 단절될 수밖에 없다”면서 “한남뉴타운 재개발 구역은 돈 있는 사람들이 버티는 시장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한남뉴타운 일대에서는 최근 ‘뚜껑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무허가 건물을 말하는 ‘뚜껑 매물’은 땅에 대한 지분이 없지만, 재개발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가격대는 5억원 후반에서 6억원대에 형성돼있다. 1988~89년 찍은 항공 측량 사진으로 건물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등 지자체에서 정한 여러 조건을 충족하면 일반 매물보다 3억원 정도 낮은 가격에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입주권 가능 여부는 재개발 사업 단계 중 비교적 뒤에 있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서 최종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전에 거래하려는 매수자들이 직접 무허가 건물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를 가진 무허가건물 소유자로부터 사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급매물도 관심을 기울여 볼 만하다. B부동산은 지난해 말 92.56㎡ 단독주택을 급매가 11억원에 처분했다. 거래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싸게 내놨더니 매수자가 나타났다. 재개발 밀집 지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C 부동산 대표는 “요즘에는 시세보다 확연히 싸지 않으면 거래가 어렵다”고 말했다. B부동산 관계자는 “이런 매물을 빠르게 포착하려면 관심 있는 재개발 지역 부동산에 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남뉴타운이나 성수 재정비촉진구역처럼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인기 지역 외에 다른 재개발 구역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서울시 클린업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택재개발 사업은 233건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노량진, 흑석, 장위·이문, 수색·증산 재개발 구역이 투자해볼 만한 곳으로 꼽힌다. 특히 5억원 이하로 살 수 있는 장위 뉴타운 정도가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진입할 수 있는 지역이다.

다만 재개발 구역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개발 기간이 워낙 긴 데다, 각종 변수로 사업이 자주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별다른 중단 없이 사업이 매끄럽게 진행된다 해도 최소 10년이 걸린다. 강영훈 부동산투자스터디 대표는 “사업 진행이 어느 정도 안정된 조합설립 이후 단계부터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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