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디렉터 파이’를 운영하는 피현정 대표는 화장품 제품군별로 성분을 분석해 합격 · 불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영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인기를 끌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디렉터 파이’를 운영하는 피현정 대표는 화장품 제품군별로 성분을 분석해 합격 · 불합격 여부를 알려주는 영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인기를 끌었다. 사진 유튜브 캡처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 김지민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난 ‘코덕(화장품 모으는 것이 취미인 사람으로 코스메틱 덕후의 줄임말)’이다. 이런 김씨가 새 화장품을 사기 전에 꼭 확인하는 것이 있다.

유튜버 ‘디렉터 파이’의 화장품 리뷰 채널이다. 이 채널은 여성 잡지 에디터 출신으로 화장품 성분 분석 회사 대표인 피현정씨가 운영한다. 수분크림, 토너 등 제품군별로 시중에 나와 있는 화장품의 성분을 분석하는 20분 남짓 영상 150건 정도가 올라와 있다. 김씨는 “브랜드와 관계없이 화장품 성분이 유해한지, 무해한지 여부만 가려주는데, 그 부분에 믿음이 간다”며 “‘디렉터 파이’의 성분 분석을 통과한 제품 위주로 구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하는 방식 중 하나는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 추구하는 가치에 맞는 제품에 돈을 쓴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좋은 성분’이다. 몸에 직간접적으로 닿는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그래서 최근 유통 업계에서는 ‘체크슈머(확인을 뜻하는 check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consumer 합성어)’ ‘케모포비아(chemophobia·화학물질 공포증)’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업종이 화장품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SNS) 자료에 기반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업체 타파크로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매스미디어상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화장품 관련 단어는 ‘천연성분’으로 총 2000건 이상을 기록했다. 2위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사람), 3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4위 이너뷰티(건강한 몸을 가꾸는 것) 등이 각각 1000건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특히 화장품 ‘성분’에 대한 관심에 불을 붙인 것은 성분 분석 애플리케이션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다. 미국 환경보호그룹(EWG)·대한피부과의사회·식품의약안전처에서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20가지 주의 성분, 알레르기 성분, 안전도 등급 등을 제공한다. 2013년 처음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11만 종 이상 제품의 성분을 분석했고, 누적 다운로드 65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화장품 구매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매년 내는 ‘뷰티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보면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인 ‘성분’은 ‘화해’가 인기를 끈 이후인 2015년쯤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씨가 즐겨 찾는 피현정씨의 유튜브 채널은 ‘화해’와 비슷한 콘셉트인 화장품 성분 분석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착한 성분’ ‘첨가물이 없는 화장품’처럼 화장품 업계 트렌드를 간파해 밀레니얼 세대를 사로잡았다.

2016년 3월 시작한 피씨의 채널 구독자는 현재 60만 명에 달한다. 조회 수 상위권에 있는 동영상은 수분크림·파운데이션·틴트(입술 발색 제품) 등 제품별 성분을 분석한 영상으로 조회 수 1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

이들이 기름 부은 키워드인 ‘성분’은 화장품 업계 전체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 ‘화해’나 ‘디렉터 파이’ 분석에서 ‘합격점’을 받은 제품들은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기존의 화장품 업체들은 좋지 않은 성분으로 지목된 ‘파라벤’ ‘페녹시에탄올’ 등의 사용을 줄이고 저자극성을 강조한 제품군을 앞다퉈 내놓는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중소기업도 ‘착한 성분’을 내세워 시장에서 세를 키웠다. 실제로 천연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는 2009년 설립 당시 매출이 24억원에 그쳤지만 2017년 390억원까지 증가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밀레니얼 세대가 ‘천연 화장품’의 주 소비층”이라며 “이들은 ‘화해’ 같은 앱을 통해 피부에 자극적인 성분을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을 찾아 구매한다”고 말했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주임연구원은 “성분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업계를 움직이고 있다”면서 “밀레니얼스 소비 트렌드가 시장과 산업을 움직인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향이 유통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세먼지, 라돈 침대, 가습기 살균제 등 소비자 안전 관련 사건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 공유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식품 성분을 분석한 앱 ‘엄마의 선택’, 반려동물 사료 첨가물을 줄인 ‘시리우스 윌’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안전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SNS 등의 활성화로 ‘성분’ ‘안전’ 같은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최영선 비노필 대표
“인위적인 첨가물 안 넣은 내추럴 와인, 자연스런 맛 덕분에 선풍적 인기”

장우정 조선비즈 정보과학부 기자

최영선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에콜 쉬페리에르 드 코메르스드 디종 와인 비즈니스 석사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최영선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에콜 쉬페리에르 드 코메르스드 디종 와인 비즈니스 석사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혜진(27)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내추럴 와인 바 ‘6-3(6다시3)’을 한 달에 두 번꼴로 찾는다. 레드·화이트·스파클링 와인 등 종류별로 다양한 내추럴 와인을 글라스로 마셔볼 수 있는 ‘핫 플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에 와인을 잘 아는 지인 덕에 내추럴 와인에 입문한 이후 산화방지제·방부제 역할을 하는 이산화황을 일절 넣지 않은 내추럴 와인에 푹 빠졌다”며 “인위적인 첨가물이 없기 때문에 이것저것 섞어 마셔도 숙취가 없어 좋다”고 했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내추럴 와인 열풍’이 불고 있다. 내추럴 와인은 화학비료나 살충제, 제초제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포도에 이산화황, 인공 이스트 등 첨가물을 넣지 않고 양조한 와인을 말한다. 내추럴 와인은 2014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8년 11월 22일 서울 삼성동의 한 빌딩 루프톱 테라스에서 만난 내추럴 와인 에이전시 ‘비노필’의 최영선 대표는 프랑스 내추럴 와인을 국내에 처음 들여온 사람 중 한 명이다. 와인이 좋아 10년간 다니던 금융 회사를 그만두고 프랑스로 가서 와인 비즈니스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8년 프랑스 와인 생산자와 국내 와인 수입사를 연결하는 와인 에이전시를 아예 현지에 차렸다. 2014년부터는 내추럴 와인만 전문적으로 유통한다.

최 대표는 “최근 식생활에서는 작은 농가에서 만든 식품, 유기농 식품을 찾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와인 시장에서도 ‘왜 다논(Danone·글로벌 유제품 기업)에서 찍어낸 듯 정형화한 와인만 마시는가’에 대한 의문이 늘면서 내추럴 와인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추럴 와인이 정확히 뭔가.
“우리가 마트에서 사 먹는 일반 와인에 집어넣을 수 있는 물질이 몇 가지나 되는지 아는가. 법적으로 허용된 것만 150가지다. 그런데 와인은 다른 식품과 다르게 뒷면 레이블에 첨가물을 일일이 적지 않는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타닌·산·젤리·색소 등 얼마나 많은 첨가물이 와인에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거부하는 게 내추럴 와인이다. 기본적으로 땅을 해치지 않으면서 포도를 재배한다. 그렇게 되면 포도에 충분한 효모가 작용하기 때문에 추가로 효모를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양조학에 보면 효모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가 나와 있는데 그걸 안 하는 것이다.”

‘내추럴하게’ 와인을 만들면 맛이 수시로 바뀌거나 맛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내추럴 와인은 시간에 따라 맛이 계속 변한다. 이 병과 저 병의 맛이 다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인기를 끌고 있다. 왜 그럴까. 정형화하지 않은 맛을 찾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정형화한 맛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 즉 정형화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이게 더 자연스러운 맛일 수 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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