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난트 용건(Wijnand Jongen) 네덜란드 온라인 쇼핑몰 매크로폴리스 CEO,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주임교수 / 바이난트 용건 EU e-커머스 집행위원회장은 “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공룡들은 언제 어디서나 쇼핑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다른 유통 업체들도 빠르게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블룸버그
바이난트 용건(Wijnand Jongen)
네덜란드 온라인 쇼핑몰 매크로폴리스 CEO,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 주임교수 / 바이난트 용건 EU e-커머스 집행위원회장은 “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공룡들은 언제 어디서나 쇼핑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다른 유통 업체들도 빠르게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블룸버그

“컴퓨터, 휴대전화, 아이패드와 함께 성장해온 밀레니얼 세대는 온라인 쇼핑을 습관처럼 받아들인 최초의 세대다. 이들은 원하는 것을 언제 어디서나 소비하고 싶어 한다.”

바이난트 용건 유럽연합(EU) e-커머스(전자상거래) 집행위원회장은 “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통공룡들은 이 세대를 잡기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며 “유통 산업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기업들은 지체하지 말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세계 물류의 중심지인 네덜란드 미래학자이자 1999년 네덜란드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인 매크로폴리스를 창업한 최고경영자(CEO)다. 선도적으로 e-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던 그는 EU e-커머스 집행위원회장으로 활동하며 구글·아마존·알리바바·텐센트 등을 비롯한 현재의 강자들과 함께 라쿠텐·아소스닷컴 등 수많은 기업 경영자들과 고위 임원을 만났다. 용건 집행위원회장에 따르면 이들의 고민은 저마다 달랐지만 단 하나 공통된 것이 있었다. 그것은 10년 내에 구매력이 가장 커지게 될 밀레니얼 세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절박함이었다.

용건 집행위원회장은 이들과 만남을 토대로 글로벌 유통 기업의 고민과 움직임을 ‘온라인 쇼핑의 종말(1월 4일 국내 출간)’에 담아냈다. 그는 책에서 앞으로 10년 내에 온라인 쇼핑 시대가 끝나고 ‘온라이프(onlife·online+life) 시대’가 닥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온라이프 시대의 기업 생존 전략을 듣기 위해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온라이프 시대란 무엇인가.
“온라이프란 온라인과 일상적인 삶의 차이가 점점 희미해져 마침내 두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게 되는 것을 뜻한다. 컴퓨터·스마트폰과 함께 성장해온 밀레니얼 세대, 밀레니얼 이후 세대인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에게 ‘온라이프’는 일상적인 체험이다. 이들은 온라인이나 인터넷 같은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접속된 상태가 기본적이기 때문이다. 온라이프화한 사회는 사람의 쇼핑 방식과 유통 산업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과거 밀레니얼 이전 세대는 카탈로그를 보고 살 물건을 고르고 쇼핑몰에 가서 영업시간에만 소비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물건을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수백만 개의 오프라인 상점과 서비스 업체들이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 전시장 또는 주문한 물품 보관소 역할을 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이 오프라인 상점의 결제 창구로 활용될 것이다. 즉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형태의 온라인 쇼핑 시대가 가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온·오프라인 통합 쇼핑 시대가 온다는 의미다.”

이러한 시대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기업을 꼽는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아마존’과 ‘알리바바’다. 아마존은 무료 반품 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온라인 쇼핑 소비자가 오프라인 쇼핑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감을 파악한 뒤 구입을 확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소비자가 최대한 빠르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라스트마일(여러 배송 단계 중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단계)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에 매장 460여 개를 둔 수퍼마켓 체인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아마존은 홀푸드를 통해 기존의 디지털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또한 아마존은 2016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보물 트럭’을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 뉴욕 등 미국과 영국의 40개 도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보물 트럭은 아마존이 지역과 계절에 맞게 직접 고른 상품(육류·해산물·가정용품·신선식품·전자제품)을 싣고 다니면서 판매하는 이동식 매장이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다. 알리바바는 2015년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의 형태를 결합한 수퍼마켓 ‘헤마(Hema)’를 처음 열었다. 소비자는 이 매장에서 상품을 구입하고 무인 결제 시스템으로 값을 치르거나 배송을 주문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향후 5년간 2000여 개의 헤마 매장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디지털에 친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 유통가에서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점의 폐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골프용품점의 대명사로 미국 전역에 100여 개 매장을 뒀던 골프스미스는 2016년 9월 부도 이후 스포츠용품점 딕스(Dicks)에 인수됐다. 그 과정에서 60여 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장난감 매장 체인인 토이저러스는 2017년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735개 매장을 닫았다. 2017년 한 해에만 미국 내 9000개의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는데, 이는 2007년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것이다.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많은 유통 업체가 소비자 이탈 위기를 겪고 있다.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나.
“소비자가 점점 더 의식 있는 온라인 쇼핑객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은 유통 업체가 자신들을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대하길 원한다. 고객 구매 경로(인지-선택-결제-배송-고객 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각종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아마존·알리바바처럼 유통 업체들도 단계마다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핵심은 개별 소비자에게 맞춤화한 제품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을 어떻게 정의하나.
“밀레니얼 세대는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한다. 이는 곧 유통 업체가 이들에게 즐거운 쇼핑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즐거운 쇼핑 경험은 친구들과 공유할 만큼 새롭고 재미있고 독특한 경험을 말한다. 과거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함께 가는 방식으로 쇼핑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집에서 동시에 온라인에 접속함으로써 쇼핑 경험을 공유한다.”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유통 기업이 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만이 앞으로 살아남을까.
“세계적으로 환경 오염을 줄이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을 줄이려는 유통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결국 지속 가능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같은 사회적 가치가 유통 업체가 추구해야 할 ‘뉴노멀(새로운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직접적인 행동 변화 없이 말로만 신경 쓰는 척하는 기업을 빨리 알아차린다. 많은 패션 소매 업체가 공장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환경 오염에 분노하는 소비자에게 대응해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것은 이런 소비자 인식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 동물 보호, 인권 존중 등 사회적 가치를 지키는 것은 모든 유통 업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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