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굴시장을 통해 주부들은 1인 창업자나 중소기업의 특색 있는 제품을 구매한다. 사진 띵굴시장 홈페이지, 메종드율 인스타그램 캡처
띵굴시장을 통해 주부들은 1인 창업자나 중소기업의 특색 있는 제품을 구매한다. 사진 띵굴시장 홈페이지, 메종드율 인스타그램 캡처

아주미(젊은 아줌마) 인플루언서(제품·서비스 등의 구매에 영향력을 끼치는 일반인)들이 유통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기존의 소매 유통시장은 소비자,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채널, 생산자로 구분됐지만, 이들이 등장하면서 이런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아주미들은 때로는 유통채널이 되기도 하고, 직접 제품을 제조하는 생산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은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살 수 있는 값 비싸고 유명한 제품도, 대형마트에서 파는 품질 좋고 저렴한 제품도 아니다. 원하면 아무 때나 살 수 있는 기성품보단 내 아이와 살림에 ‘특별함’을 더해줄 수 있는 제품을 찾아다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제는 아이에게 비싼 것을 해주는 것보다 엄마의 정보력으로 찾아낸 ‘특별한 것’을 주는 것이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면서 “인스타그램이나 맘카페 등에서 얻은 정보로 살림을 꾸리는 것이 엄마로서 나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물건을 만들어 멋지게 진열한다 해도, 팔리지 않는 시대다. 제조사와 전통 유통채널들은 어떻게 상품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인가로 고민에 빠져 있다. DB금융투자는 지난해 4분기 이마트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24.2% 감소한 1278억원으로 전망했다. 신영증권은 같은 기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이 각각 1327억원, 1059억원으로 13%, 9.2%씩 감소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침체된 유통시장에서 아주미들은 시장 파괴자이자 구세주다. 제조사나 유통사가 제아무리 특급 마케터를 써도 하기 어려운 ‘히트상품 탄생’을 한 명의 아주미 인플루언서가 해내기도 한다.


변화 1│취향 공유하다 장터까지 열어
속성 1│소비자이면서 유통채널 역할

‘띵굴시장’은 아주미가 자신의 일상과 취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다가 판매 채널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다. 띵굴시장은 온라인상에서 ‘띵굴마님’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이혜선씨가 기획한 일종의 현대판 5일장이다. 넓은 공간에 중소기업 또는 1인 창업자들을 몰아넣고 시장을 여는 것이다.

띵굴시장은 2015년 9월 시작해 현재는 온라인에서도 주기적으로 열린다. 그가 자신이 이용했던 상품 업체 24곳을 모아 장터를 연 것이 띵굴시장의 시작이었다. 지난해 12월 22일 22회차 띵굴시장이 열렸고, 220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이씨는 2007년부터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해왔던 파워 블로거다. 대기업에서 만든 세련된 제품은 아닐지라도 ‘특별하다’는 인상을 주는 제품에 열광하는 ‘아주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가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진을 올리면 “그 물건 어디서 사셨어요?”라는 질문 댓글이 주르륵 달린다. 그가 사용하는 제품들은 ‘아는 사람만 아는’ 특별한 살림 용품이란 느낌을 준다.

이씨는 자신에게 쏟아지던 ‘사진 속 물건을 어디서 샀냐’는 문의에 일일이 답하다가 아예 장터를 열어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해 보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한 띵굴시장은 아무데서나 살 수 없는 희소성 있는 살림 도구를 판다는 입소문을 금세 타기 시작했다. 이씨가 올렸던 자녀들과의 일상, 주방용품, 직접 만든 요리 사진이 잠재적인 소비자에게 제품을 소개하는 유통 플랫폼처럼 작용한 것이다.


변화 2│직접 만든 제품으로 ‘대박’
속성 2│판매자이면서 유통채널 역할

주부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중소업체와 1인 창업자들이 새로운 유통 판로를 개척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취미로 올렸던 인스타그램 게시글에서 시작해 식료품 제조 회사를 창업하게 된 아주미도 있다.

이는 ‘메종드율’이라는 브랜드를 창업한 30대 중반의 임보연씨 이야기다. 메종드율은 수제 드레싱 소스와 피클을 판매한다. 이 브랜드의 시작은 평범했다. 2014년쯤부터 임씨가 딸 ‘유리’를 위해 매일 직접 만든 음식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어느 순간부터 “요리에 사용한 소스가 뭐냐”는 질문이 서서히 늘어났던 것이다. 임씨는 여기에 소스 제조법이나 활용법을 일일이 답해주다가, 이후엔 자신이 만든 소스를 들고 2016년 2월 부산의 한 플리마켓에 참가했다. 당시 100만원 어치 수제 소스와 피클을 2시간 만에 ‘완판’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아주미 사이에 입소문을 타던 중, 2016년 임씨는 플리마켓에 참가해 서울지역의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이 만든 소스를 팔기로 했다. 이 플리마켓에는 인스타그램으로 이미 임씨의 존재를 알고 있던 팬들이 소스를 사겠다며 몰려, 준비한 제품이 순식간에 ‘완판’됐다. “소스를 온라인에서도 팔아달라”는 요청이 빗발치자, 임씨는 블로그를 통해 직접 만든 소스를 병에 담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블로그가 초기 ‘판매 채널’이었던 셈이다.

고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다 보니, 임씨는 한 달에 한 번씩 블로그를 통해 주문받고 주문을 접수한 후에 제품을 만들어 팔던 기존의 판매 방식을 접어야만 했다. 대신 2017년 10월 공장을 차려 더 많은 물량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규모를 키운 메종드율은 현재 이마트몰과 헬로네이처에 입점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임 대표는 “인스타그램에서 제품 판매 2년 전부터 꾸준히 요리사진을 올리다보니, 고객들이 진정성을 알아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변화 3│맘카페 공동구매
속성 3│가격 협상력 갖춘 유통채널

젊은 주부들이 모여 육아·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틀어 일컫는 ‘맘카페(영어로 엄마라는 뜻을 의미하는 ‘맘(mom)’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의미하는 ‘카페’가 합성된 단어)’도 중소기업의 판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맘카페는 여성만 가입할 수 있으며, 구·시·도 등 지역 단위와 전국 단위로 구분된다. 이런 성별, 지역별 구분은 개별 맘카페 회원들 간 소속감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입에 제한이 있는 만큼 이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믿을 수 있으며 특별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이런 맘카페의 특성을 절묘하게 활용한 것이 ‘공동구매’다. 공동구매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동네 수퍼마켓 등 전통적인 유통 회사를 거치지 않고 판매자와 맘카페 회원들을 직접 이어준다.

회원들은 맘카페 운영진이 기획한 공동구매에 참여해 시중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제품을 산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맘카페가 판매자와 가격을 협상할 힘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수만 명에 달하는 회원과 회원들의 구매력 그리고 공동구매에 따른 홍보 효과 덕이다.

2월 현재 회원 270만여 명의 맘카페 ‘맘스홀릭베이비’에서는 어린이 완구, 어린이 옷, 조리 기구, 식품, 황사마스크 등 다양한 품목에 대한 공동구매가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 주선하는 공동구매 제품은 시중 판매가보다 10% 이상 저렴하다. 이름이 잘 알려진 대기업 제품보다 저렴하지만 성능 좋은 ‘가성비’ 위주의 중소기업 알짜 제품이 많이 올라온다. 중소기업 입장에선 구매력 큰 주부들에게 제품을 홍보할 수 있고, 중간 유통 마진을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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