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 남자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은 2007년부터 미술 애호가들과 함께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 ‘호요미(好樂美)’라는 이름의 이 동호회는 미술품 감상과 작가·평론가 강연 및 국내외 미술관 방문 등을 주된 활동으로 한다. 김낙회 전 제일기획 대표이사,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박은관 시몬느 대표이사, 안경태 전 삼일회계법인 회장 등이 회원이다. 모임의 지향점은 ‘눈도 즐겁고 돈도 벌고’다. 회원들은 매년 개당 200만~300만원 하는 미술품을 각각 한 개 정도씩 구입한다. 일부 작품은 12년 새 3배가량 가격이 올랐다. 최 원장은 ‘이코노미조선’과 통화에서 “한국에서는 아직 미술품을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팔기 어렵다”면서 “적어도 20~30년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술을 즐기자는 자세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이탈해 화랑가 중심의 미술 시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주로 고가의 작품이 거래되는 경매 시장과는 달리 작은 그림(소품)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서울 인사동 등 화랑가에서 전시 중인 6∼10호짜리 작품들이 잘 팔리고 있다”며 “가격은 30만~300만원 수준으로 비교적 부담이 적고 투자 가치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림 6호의 크기는 40.9×31.8㎝다.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미술품 가치는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사 기관 아트마켓리서치(AMR)가 발표하는 미술품 가격지수인 ‘아트100지수’가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10.6% 상승했다. 반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증권가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5.6%, 3.9% 하락했다.

주식·채권·부동산 등 전통적인 투자 수단과 다른 이색적인 재테크 방법이 주목된다. 난(蘭)과 차(茶)부터 운동화와 명품 가방까지 색다른 재테크를 소개한다.

난은 시간과 정성을 투자할 수 있다면 시도해 볼 만한 재테크 수단이다. 품종에 따라 고가 귀금속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이다. 봄에만 꽃을 피우는 난을 ‘춘란’이라고 하는데, 이는 품종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국내에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믿을 만한 공식 경매 시장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14년 6월부터 매년 두 차례씩 춘란 경매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48촉의 난이 출품됐는데, 감정가가 최저 10만원에서 최고 2000만원에 달했다. 300명이 경매에 참가해 최고 낙찰가는 5600만원을 기록했다. aT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연간 춘란 거래액은 2500억원에 달한다.

한 편에 최대 수억원을 호가하는 보이차.
한 편에 최대 수억원을 호가하는 보이차.

조던·와인·보이차 투자 활발

흔치 않은 차 재테크도 있다. 보통 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점차 약해지지만, 중국 보이차의 경우 오히려 떫은맛이 사라지면서 맛과 향이 깊어진다. 가격도 이에 비례해 오른다. 고품질 보이차는 1㎏당 200만~300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2006년 중국의 보이차 경매에서 최고급 품질의 보이차가 100g에 22만위안(약 37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국내 한 보이차 전문점에서는 지난해 5월 1920년대에 생산된 보이차 ‘복원창’ 한 편(片)이 2억원 중반대에 홍콩 사람에게 팔려 화제를 모았다. 편이란 동그라미나 직사각형 모양으로 찻잎을 압축시켜 종이로 싸 둔 것을 말한다. 한 편의 무게는 약 357g이다. 복원창이 국내에 수입된 1990년대 초만 해도 한 편 가격은 30만원대에 불과했다. 1980년대에 생산된 보이차 ‘7542’는 수입 당시 편당 3만원 하던 것이 지금은 400만원에 거래된다. 다만 보이차가 생산된 차창(차 공장)이 알려져 있고, 이후 제대로 된 발효 과정을 거쳐 풍미를 인정받은 제품만 고가에 거래된다.

와인 역시 재테크의 한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아무 와인이나 재테크 품목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해에 소량으로 생산된 와인이나 희귀 와인을 구입해 보관해뒀다가 경매 등의 방식으로 팔 수 있다. 세계 각지 와인 가격 흐름을 추적하는 런던국제와인거래소의 ‘리벡스1000지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2% 상승했다.

운동화 재테크도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도 마니아들의 중고 거래 시장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한정판 운동화를 모으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같은 디자인을 2~3켤레씩 구입해 1~2켤레는 번갈아 가며 신고 1켤레는 수집이나 판매용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대표적인 품목은 나이키의 에어조던 시리즈다. 일례로 일부 ‘에어조던3 오레곤 핏크루’는 한 켤레에 700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돈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화폐 재테크도 있다. 한때 일본에서는 오래된 유럽 동전 수집이 재테크로 인기를 끌었다. 1839년 영국에서 발행됐던 ‘우나앤드더라이온(Una And The Lion)’ 금화는 개당 가격이 2012년 약 6만달러(약 6800만원)에서 지난해 34만7000달러(약 3억9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국에서도 1966년 처음으로 발행된 1원짜리 동전의 시장 가격이 최고 9만원에 달한다. 액면가의 9만 배다. 다만 사용감이 많은 동전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니 주의해야 한다.

고가의 명품 가방(백)을 면세점이나 할인매장에서 사 사용하다가 중고로 되파는 ‘샤테크(명품 제조 업체 샤넬과 재테크의 합성어)’도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인기다. 물건을 볼 줄 아는 안목은 물론 깨끗한 관리가 필수다. 때로는 제품이 들어있던 명품 회사의 종이가방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등장하기도 한다. 깨끗할 경우 1만~3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plus point

레고·음반·약초 재테크? 취미는 취미일 뿐

모든 취미가 돈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취미로 레고를 수집하는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레고의 경우 중국산 이미테이션(짝퉁)의 범람으로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중고 거래 시장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른바 ‘레테크(레고와 재테크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벌써 옛말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는 레핀, 레레 등 레고 제품을 그대로 베껴서 판매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짝퉁 가격은 정품의 10~20% 수준이다. 2007년 미국 시장에서 499달러(약 56만원)에 출시된 후 2년 만인 2009년 단종된 레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팰콘(모델번호 10179)’의 경우 단종 직후 판매가의 5배 이상으로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중고 음반 수집을 통한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40대 직장인 전모씨는 한때 중고 시장에서 한 장에 100만원(깨끗한 제품 기준)을 호가했던 고 김광석의 4집 레코드(LP)를 아껴 가며 감상했다. 그러나 최근 이 음반이 리이슈(재발매) 버전으로 몇 차례 발매되자 가격이 뚝 떨어졌다. 희소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약초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주말이면 ‘심마니’가 되는 A공공기관의 서모 부장은 주변 지인들에게 직접 캔 약초로 담근 술 등을 선물하곤 한다. 그때마다 그에게 돌아오는 얘기는 ‘돈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씨는 “약초의 경우 아직은 직거래 유통 경로가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품질을 인증해 줄 방법이 전무하다”며 “돈을 벌기는커녕 돈을 들여 즐기는 취미”라고 말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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