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베어스턴스 신흥국 채권 담당 이사, 멕시코 정부 금융정책 자문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베어스턴스 신흥국 채권 담당 이사, 멕시코 정부 금융정책 자문

“미·중 갈등은 적어도 앞으로 10년 이상 계속될 ‘역(逆)국제화’ 기조의 시작일 뿐이다.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무역과 자본의 흐름을 조정하는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마이클 페티스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 대학에서 외국인 최초로 정교수가 된 인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중국 경제에 관해 종종 의견을 구할 만큼 중국 경제에 관한 한 손꼽히는 전문가다.

스페인 북동부 사라고사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페티스 교수는 지질학자인 부친을 따라 페루, 파키스탄, 모로코, 아이티 등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컬럼비아대에서 개발경제학과 경영학으로 각각 석사 학위를 받았고,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에서 신흥국 채권 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2001년 휴가 때 처음 방문한 중국의 매력에 빠져 월스트리트 생활을 청산하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페티스 교수는 2012년까지 6년간 베이징의 대학가에서 ‘D-22’라는 이름의 클럽을 운영하며 재능 있는 록 뮤지션 발굴에 힘을 쏟기도 했다.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페티스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미·중 갈등의 본질은 무엇인가.
“무역과 자본 흐름의 불균형이 정치·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지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조정기에 돌입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생긴 문제도 아니다. 1970년대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인한 재건 사업이 상당 부분 마무리되면서 주요 선진국은 내수 부진과 과도한 저축으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국내 정책으로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였기에 해외 수요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남아도는 자본의 일부는 개발 수요가 풍부한 신흥국으로 유입됐지만, 상당 부분이 금융 인프라가 탄탄한 미국과 영국으로 흘러들었다. 외화 유입 증가가 각각 달러화와 파운드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출 경쟁력 약화로) 두 나라 모두 대규모 무역 적자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이 40년 넘게 계속됐기 때문에 조정 요구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세계 경제가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지속될 ‘역국제화’ 시대에 들어선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런 상황 변화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공급망과 수출선을 바꿔가며 이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역국제화’ 시대로의 이행이다. 단순한 미·중 갈등이 아니라 세계적인 무역과 자본 불균형의 조정 흐름 안에 있는 만큼 한국의 수출 여건 악화도 불가피해 보인다.”

미·중 갈등의 승자는 누가 될까.
“두 나라 모두 손해를 보겠지만 미국보다 중국이 훨씬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중국이 유리하다’라거나 ‘비슷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은 무역의 원리도, 무역전쟁의 역사도 모르는 사람이다. 무역전쟁은 거의 예외 없이 적자 보는 쪽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국은 더 불리해질 것이다. 무역 외적인 이유도 있다. 중국처럼 단기간에 투자를 늘려 급성장한 나라는 예외 없이 과도한 부채와 성장률 둔화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20년 넘게 고도성장을 이어 가던 브라질이 1980년대 초 금융위기를 겪은 것이나 1990년대 초 경제 규모가 지금의 중국을 능가했던 일본이 이후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불황기를 보내면서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 넘게 줄어든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중국만큼 오랜 기간 고도성장을 이어 간 경우가 거의 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만 예외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일본형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은 있다.”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은.
“모든 관심이 무역전쟁에 쏠려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부채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 1분기 6.4%로 시장 전망치(6.3%)를 상회했지만, 이 과정에서 불과 석 달 사이에 GDP 대비 부채 비율이 5%포인트나 증가했다. 무역전쟁으로 흑자 폭이 줄어들면 목표한 경제 성장률 달성을 위해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 만큼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중국 경제학협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중국의 1분기 GDP 대비 실물경제의 부채 비율은 249%로 지난해 말보다 5.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1993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경제 의존도가 높다. 애플만 해도 2017년 중국 시장 매출이 50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하지 않았나.
“대기업의 실적이 미국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잣대라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10~20개 대기업이나 대형 은행의 실적보다는 노동자의 생산성이 미국 경제의 건전성 지표로 의미가 더 크다. 그리고 노동자의 생산성은 애플이나 골드만삭스의 중국 실적보다 미국 내 수천 개 중소기업의 혁신 역량, 고용 상황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가 미·중 관계에 변수가 될까.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다만 미국 경제 흐름이 좋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크게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 간다면 재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경제 흐름이 대통령의 능력에 좌우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경제 정책이 유연하고 분권적으로 운영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관계없이 필연적이었던 만큼, 재선 여부가 변수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 등 첨단기술 분야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혁신을 더디게 하진 않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에는 아직 유동성이 넘친다.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에 투자자들은 리스크가 큰 첨단기술 투자에 매력을 느끼게 마련이다. 두 나라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혁신 속도는 빨라질 것이고, 그 결과물을 세계가 공유할 날이 올 것이다.”

이용성 차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