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준호 조지아공대 전기전자공학 석사, 삼성 메모리 솔루션 랩 연구원, AMD 그래픽처리장치(GPU) 소프트웨어 설계팀 연구원, AMD 중앙처리장치(CPU) 하드웨어 설계팀 연구원
백준호
조지아공대 전기전자공학 석사, 삼성 메모리 솔루션 랩 연구원, AMD 그래픽처리장치(GPU) 소프트웨어 설계팀 연구원, AMD 중앙처리장치(CPU) 하드웨어 설계팀 연구원

6월 3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를 찾았다. 165㎡(50평)는 되어 보이는 널찍한 로비 공간에 스타트업 직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 가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를 찾으니 잠시 뒤 흰색 티셔츠에 찢어진 청바지 차림의 한 남성이 사무실에서 나왔다. 머리를 뒤로 질끈 묶었는데, 그에게서 ‘자유로운 영혼’의 이미지가 물씬 풍겼다. 회사명은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나오는 여전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백 대표는 2017년 4월 인공지능(AI) 연산을 위한 신경망처리장치(NPU·Neural Processing Unit)를 개발하는 ‘퓨리오사AI’를 설립했다. NPU는 심층 신경망(DNN·Deep neural network)에 기반한 연산 칩으로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영상을 외부에서 인식하고, 이렇게 들어온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연산해서, 주행 동작 명령을 내리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NPU는 연산 역할을 한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테슬라도 NPU를 자체 개발한다.

퓨리오사AI는 설립 4개월 만에 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투자 지원 프로젝트 ‘D2 스타트업 팩토리’ 프로그램에 선정돼 5억원을 투자받았다. 이에 따라 현재 네이버의 코워킹 스페이스에 입주해 있다. 퓨리오사AI는 2021~2022년까지 칩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AMD, 퀄컴 등 국내외 반도체 업체에서 10년 이상 전문성을 쌓은 직원들도 현재 일하고 있다.


퓨리오사AI를 창업한 과정은.
“오래전부터 시스템 반도체가 중요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삼성전자에 다니기 전에 AMD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개발했다. 이후 삼성에서 3년간 일했는데, 내 일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 회사를 나왔다. 국내 반도체 인력은 고급화됐다.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도 성공적으로 만들었고,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도 나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여러 인력이 하나의 조직에 모여 있지 않고, 다양한 조직에서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개발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건축으로 비유해 보겠다. 건축은 설계와 시공 단계가 있다. 설계는 건축물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도록 미학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영역이다. 반면 시공은 철근을 세우는 등 계획대로 추진하는 일이다. 이 둘을 잘하는 환경은 모두 다르지 않나. 시공은 일정에 맞춰 인력을 많이 투입해 효율적으로 일을 끝내는 반면, 설계는 공학과 미학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굉장히 잘해야 하고 탁월한 사람들이 소수 정예로 모여서 만들어야 한다. 결정 구조도 톱다운 방식이 아니라, 설계하는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직원들은 어떻게 모였나.
“4차 산업혁명이 각광받으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싶은 기술자들의 욕구가 크다. 20명의 직원이 금세 모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취약하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 칩에는 알고리즘 소프트웨어가 탑재돼야 한다. 그 부분에 필요를 느끼고 젊은 직원부터 대기업 출신 전문직 직원까지, 많은 사람이 모였다.”


퓨리오사AI 직원들. 사진 퓨리오사AI
퓨리오사AI 직원들. 사진 퓨리오사AI

퓨리오사AI가 개발하는 인공지능 칩을 설명해달라.
“자율주행 기술의 연산 역할을 담당하는 NPU를 개발한다. 인공지능에도 종류가 많은데, 심층 신경망을 이용한다. 전력을 많이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초고성능을 보이는 가장 효율적인 기술이다. 이 시대 핵심 패러다임이다.”

상용화하는 시점을 언제로 보나.
“2025년부터 자율주행 3단계인 딥 뉴럴 네트워크 기반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시장의 10~20% 정도는 해당 기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기도 한데 신규 주자로서 시장 구조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자동차 산업이 안전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긴 호흡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다. 자동차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바뀌면서 엔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도 5~10년간에 걸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에 따라 신기술을 선보이는 새로운 업체들과 적극적으로 파트너십을 맺는 추세다. 기존에 완성차 업체와 반도체 업체 간 수직적 하청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에는 자동차 업체가 ‘갑’이면 반도체 업체는 ‘을’이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GPU 기술력을 자랑하는 것처럼 압도적 기술력을 갖추면 완성차 업체와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할 수 있게 된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선보이는 사람이 차량용 전장 업계의 주도권을 잡지 않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국내 팹리스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경쟁력 있는 기술력에 기반한 새로운 주자들이 등장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국내 시장만 바라보지 않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공략해야 한다. 해외 기업과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이니까 대기업보다 못할 것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오히려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봐 달라. 소수 정예로 운영되니 그게 훨씬 가성비가 좋기도 하다. 국내 팹리스들을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 산업의 씨앗이라는 관점으로 봐줬으면 한다.”

퓨리오사AI 대표로서 앞으로의 포부는.
“회사 이름을 영화 ‘매드맥스’에 나오는 여전사 ‘퓨리오사’에서 따왔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동료를 모아 탈출하는 자주적이고 도전적인 인물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많은 역경이 있지만, 퓨리오사AI는 이겨나갈 것이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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