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공장 공사가 한창인 LG전자 창원1공장. 사진 김문관 차장
스마트공장 공사가 한창인 LG전자 창원1공장. 사진 김문관 차장

70만㎡(약 21만 평) 규모의 LG전자 창원공장 부지 일부는 현재 공사 중이다. 5월 28일 오후 2시에 ‘이코노미조선’이 방문한 LG전자 창원 1, 2공장 중 1공장 건물 일부는 이미 철거됐고, 포클레인 서너 대가 땅을 고르는 중이었다. 스마트공장(지능형 자율공장)으로의 변신을 위한 것이다. 스마트공장이란 생산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는 첨단 공장이다. 공사는 올해 초 시작됐다. 향후 스마트공장의 백본(기초 구조물)을 세운 후 전기 등 유틸리티 시설을 설치하는 등 공장의 ‘혈관’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2023년 완공될 예정이다.

LG전자 가전 계열에서 스마트공장을 대규모로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공 후 통신기술(IT) 계열사 LG CNS 등과 협업해 자동화 기계와 생산 관리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운영할 방침이다. 같은 시각, 공사장 옆에서는 전자레인지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담긴 박스가 계속 트럭에 실리고 있었다. 기존 생산을 유지하면서 스마트공장을 건축하기 때문이다.

LG전자 창원공장은 LG그룹은 물론 한국 제조업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큰 곳이다. 우선 이 공장은 20세기 말 ‘모듈 생산방식’을 최초로 도입했다. 국내 대기업에서는 드물게 ‘노사(勞使)’라는 단어를 아예 없앤 ‘노경(勞經) 문화(노사 간 상호 협력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선진 경영 문화)’도 가지고 있다. 올해 임단협도 지난 3월 원만히 타결됐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스마트공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이 일주일간 창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지역 경제 상황이 암울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LG전자는 다르다고 했다. 쉴 새 없이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이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위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모듈 생산라인 도입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1990년 당시 LG전자 세탁기사업부 엔지니어였던 조 부회장은 일본 도요타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을 방문해 모듈 생산 방식에 대해 공부했다. 당시 가전 분야에 이를 도입한 사례가 없었지만, 그는 “우리도 한 번 해보자”며 동료 연구원들과 의기투합했다. 협력사와 공정이 제각각인 여러 개 부품을 한 덩어리로 묶는 모듈화는 제품 기획부터 협력 업체 관리까지 모두 뜯어고쳐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당장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로부터 29년이 지나 모듈 생산라인은 LG전자의 모든 가전제품 생산라인에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명품 가전 왕국’ LG전자를 만든 일등 공신이 됐다.

모듈 생산방식이란 부품을 따로 뭉쳐서 제작한 뒤 나중에 조립하는 방식이다. 냉장고를 예로 들면 컴프레서를 돌려 냉기를 만드는 구동계, 냉장고 내부에서 냉기를 순환하고 악취를 빼내는 순환계, 전체 냉장고 외관과 문 등이 각각 하나의 모듈이 된다. 냉장고 하나에는 모델에 따라 200~400가지 부품이 들어간다. 하지만 모듈 기준으로는 4~5가지에 불과하다.

수백 개의 부품을 일일이 조립하지 않기 때문에 제조 시간이 줄어들고 불량률도 낮아진다. 20여 종의 모듈만 있으면 이를 조합해 수백 개의 다른 모델을 제조할 수도 있다. 모델 단위로 부품을 구매할 때보다 조달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수백 종류의 부품을 일일이 관리하지 않아도 돼 현장 조직의 업무 효율성 역시 높아진다.

모듈 생산방식은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 포드 등 자동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1980년대 초 도입되기 시작했다. 부품이 수천 개에 이르는 자동차 제조 현장의 특성상 공정을 단순화해 효율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LG전자는 19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모듈 생산 전환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2000년부터 세탁기 일부 부품을 모듈화했으며, 2009년에는 모든 부품의 모듈화를 끝내고 세계 가전 업계에서 처음으로 모듈 공정을 세탁기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조 부회장이 가전 사업을 총괄하게 된 2013년부터는 모든 가전제품에 확대 적용했다.

창원공장은 모듈 생산방식 도입 후 20년 만에 생산 능력을 10배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창원공장의 생산성은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인도보다도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8년 당시 도요타자동차의 조 후지오 회장이 창원공장을 둘러보고 “도요타보다 오히려 나은 점이 많다”고 감탄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청출어람(靑出於藍·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인 셈이다.


LG전자 창원공장 내 R&D센터 전경. 사진 LG전자
LG전자 창원공장 내 R&D센터 전경. 사진 LG전자

우뚝 솟은 R&D센터서 다양한 실험 후 생산으로 연결

LG전자 창원공장 외관은 얼핏 보기에는 창원 국가산업단지 안에 위치한 다른 공장들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산단 전체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공장 부지 안에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은 바로 연구·개발(R&D)센터다.

이곳에서는 신제품에 대한 엔지니어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즉각적인 실험이 실시된다. 최근 LG전자가 출시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휴대용 공기청정기(퓨리케어 미니)가 바로 이 R&D센터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R&D센터에서 개발한 기술을 생산 공정에 적용하고 수정하는 과정도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창원공장 관계자는 “엔지니어들이 끊임없이 혁신 아이디어를 내놓고 직접 생산 라인을 개선하고 있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R&D센터 건물 위층에는 주요 신제품을 둘러보고 제품에 탑재된 핵심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쇼룸이 마련돼 있다.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주방용 프리미엄 가전, 출시를 앞둔 가정용 생맥주 제조기, 진공청소기에 탑재된 고성능 모터 등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또 창원공장은 완벽한 품질의 가전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모터와 컴프레서 등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겸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도 R&D센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 직원들이 창원공장에서 식기세척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직원들이 창원공장에서 식기세척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직원들이 창원공장에서 휘센 씽큐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직원들이 창원공장에서 휘센 씽큐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조성진(왼쪽) LG전자 부회장과 배상호 노조위원장이 6월 19일 서울 은평구 은평재활원을 방문해 책장 등 가구를 직접 만들어 재활원에 전달했다. 사진 LG전자
조성진(왼쪽) LG전자 부회장과 배상호 노조위원장이 6월 19일 서울 은평구 은평재활원을 방문해 책장 등 가구를 직접 만들어 재활원에 전달했다. 사진 LG전자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공장

스마트공장으로 변신 중인 일부 건물을 제외하면 다른 창원공장은 쉴 새 없이 가동되고 있다. 창원공장 에어컨 생산라인은 지난 2월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 최근 LG전자 창원공장의 에어컨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LG전자가 올해 1월 선보인 2019년형 ‘휘센 씽큐 에어컨’은 에어컨이 거실의 공기청정기가 되도록 공기청정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교감형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주변 환경, 고객의 사용습관 등을 스스로 학습해 최적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생산라인도 3월부터 풀가동되고 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세척력과 위생, 편의성 등이 크게 강화돼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는 전언이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 신제품은 최근 LG전자와 부산대학교가 함께 진행한 ‘식기세척기와 손 설거지 비교 행동연구’를 통해 손 설거지보다 세척력과 효율성이 우수하다고 인정받기도 했다. LG 디오스 식기세척기는 손 설거지보다 세척력이 약 26% 높고, 물 사용량은 손 설거지의 10%, 세제 사용량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에는 LG 트롬 스타일러 생산라인이 풀가동에 들어갔다. 고객에게 배송이 완료될 때까지 전면의 거울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투명 필름이 부착된 상태로 출하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트롬 스타일러가 필수가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가족들의 옷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고 롱패딩처럼 부피가 큰 겨울옷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대용량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대용량 스타일러는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스타일러 가운데 30% 수준을 차지했으나 올해 들어 50%로 비중이 높아졌다.

창원공장 관계자는 “트롬 스타일러는 LG전자가 9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2011년에 선보인 신개념 의류 관리기”라며 “이 제품의 글로벌 특허는 181개에 달한다”라고 전했다.


plus point

LG전자 ‘혁신’ 산물, 신혼집 新가전 3인방 인기몰이

창원=김문관 차장

LG전자 창원공장 R&D센터 쇼룸에 전시된 프리미엄 가전제품. 사진 김문관 차장
LG전자 창원공장 R&D센터 쇼룸에 전시된 프리미엄 가전제품. 사진 김문관 차장

스타일러, 의류 건조기, 프라엘. 최근 몇 년 사이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의 신혼집 필수 가전제품 리스트에 진입한 품목이다. LG전자는 이 세 가지로 대표되는 신가전 시장을 발빠르게 개척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혁신’을 통해 신시장을 개척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고 이 혁신의 중심에는 LG전자 가전제품 개발 및 생산을 주도하는 창원공장이 있다.

스타일러는 세상에 없던 개념의 전자 제품 시장을 개척했다. 매일 빨기 어려운 교복, 슈트에 밴 냄새와 세균·미세먼지·구김 등을 스팀과 온도 관리, 기류 제어 기술 등을 활용해 없애는 ‘의류 관리기’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의 부인이 장거리 출장을 떠나는 남편에게 “수증기로 가득 찬 화장실에 구겨진 옷을 걸어놓으라”고 말한 것이 개발의 단초가 됐다.

2011년 처음 내놓을 때까지 연구·개발(R&D)에 소요된 기간만 9년이 걸렸다. 관련 특허는 2018년 말 기준 181개에 달한다. 초미세먼지 등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해진 환경 문제도 스타일러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간 15만 대 수준이던 시장 규모가 올해는 45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등 외국 가정집에서나 쓰던 빨래 건조기가 한국에 뿌리 내린 것도 LG전자의 공이 크다. 가스로 움직이던 기존 건조기 작동 방식에서 나아가 전기 건조기를 개발, 콘센트만 연결하면 배관 걱정 없이 집 안 어디에나 둘 수 있게 만든 것이다. 2016년 10만 대 수준이었던 건조기 시장은 지난해 100만 대를 돌파했다.

LG전자는 프라엘(PraL.)로 미용 틈새 시장도 빠르게 장악했다. 이는 LED 파장을 이용해 안면 피부 톤과 탄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2017년 하반기 출시에 앞서 LG전자 내부에서조차 “가전 기업이 무슨 마스크를 파냐” “괜히 욕만 먹는다”는 식의 비아냥거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제품은 고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량이 출시 당시보다 약 7배 증가했고, 중국과 홍콩에도 진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는 ‘홈케어’ 뷰티 디바이스 국내 시장 규모가 프라엘 성공 이후 계속 확대되면서 올해 말에는 약 5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LG전자는 신사업과 관련해 ‘삼성이 해야 따라 한다’는 평판이 따라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가전 사업만큼은 오히려 LG전자가 완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비결은 바로 신가전에 있다. 신가전의 인기는 LG전자 실적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LG전자 H&A사업본부 국내 매출액 중 건조기 등 신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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