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 내부.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민아 기자
서울 종로구에 있는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 내부.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민아 기자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를 나섰다. 우주선처럼 생긴 고층 빌딩인 종로타워를 지나니 114m 높이의 울퉁불퉁한 직육면체 고층 빌딩이 보였다. 진회색의 직사각형과 정사각형 격자무늬가 반복적인 패턴으로 유리 외벽을 장식하고 있는, 세련되면서도 압도적인 느낌의 빌딩이다. 지난해 7월 준공된 오피스 빌딩 ‘센트로폴리스’다.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는 올해 6월 이 빌딩 20·21층에 한국 사무소 터를 잡았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5월, 한국 상주팀을 구축하면서 서울 광화문의 공유 오피스 ‘위워크’ 회의실 5개, 사무실 1개를 빌려 임시로 머물고 있었다. 그로부터 1년 1개월 후, 넷플릭스는 서울의 업무 중심지인 종각에 한국 사무소라는 이름을 내건 업무 공간을 마련했다. 한국 시장에 투자를 확대하고 한국의 영화·드라마 제작사들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외부에 공개된 적 없는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를 7월 3~4일 단독 취재했다. 센트로폴리스 20층에 도착했다. 바닥에 붙은 ‘Welcome(환영)’이라는 인사말과 고무신 모양의 스티커가 보였다. 스티커를 밟고 지나 자동 유리문 안으로 들어갔다.

‘새 집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제시카 존스’ ‘블랙 미러’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자체 제작 콘텐츠) 드라마의 예고편이 재생되고 있었다. 스크린을 걸어둔 벽면은 전통 한옥의 문풍지와 나무 창살 무늬로 꾸며져 한국적인 느낌을 줬다.

826㎡(250평) 규모의 20층은 넷플릭스를 찾는 외부인과의 미팅을 위한 회의실 6개, 작품 감상실 2개, ‘캔틴(Canteen·구내 매점 혹은 식당)’이라 부르는 휴식 공간으로 구성됐다. 캔틴 한가운데는 넷플릭스를 상징하는 붉은 색의 로마자 알파벳 대문자 ‘N’ 모형이 우뚝 서 있다. N을 중심으로 기와지붕과 장독대가 둘러져 있다. N의 뒤쪽에는 21층의 업무 공간으로 연결되는 나선형 계단으로 직원들이 오가고 있었다. 시선을 N 너머, 좀 더 먼 곳으로 돌리면 유리창 너머로 전통문화의 거리 인사동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6개 회의실의 이름은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인 ‘킹덤’ ‘옥자’ ‘범인은 바로 너’ ‘라바 아일랜드’와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오리지널인 ‘버드박스’ ‘나르코스’ 등이었다. 회의실 이름은 한글과 영어 그리고 점자로 표기돼 있다. 모든 회의실에는 벽면에 대형 TV 모니터가 걸려 있다. 화상 회의 시설도 구비돼 있었다. 고현주 한국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화상으로 세계의 넷플릭스 직원들과 언제든 회의한다”면서 “하루에 10번씩 회의하는 날도 있다”고 했다.

가장 넓은 회의실은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킹덤’과 ‘옥자’다. 두 작품은 한국 사무소 인력들에게 주는 의미가 깊어 가장 넓은 회의실의 이름으로 정했다고 한다. ‘킹덤’은 한국에서 제작한 최초의 오리지널 드라마, ‘옥자’는 아시아 지역에서 최초로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다. ‘서울’과 ‘종로’라는 이름을 단 작품 감상실 두 곳은 아직 공사가 한창이었다. 새로운 작품을 공개할 때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라고 했다. 규모가 큰 ‘서울’은 작은 영화관처럼, 더 작은 ‘종로’는 가정집 거실처럼 꾸밀 예정이라고 했다. 편히 누워 볼 수 있는 ‘빈백(충전재를 채워 넣어 앉는 자세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소파)’과 일반 소파가 놓일 예정이다.


‘서울’이라는 이름의 작품 감상실은 공사 중이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서울’이라는 이름의 작품 감상실은 공사 중이었다. 사진 이민아 기자

5인의 ‘넷플릭서(넷플릭스 직원)’가 말하는 조직 문화

‘이코노미조선’은 이곳에서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 직원 3명,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본사 직원 2명을 만났다. 해외에 있는 사람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0년간 매출 10배 증가, 글로벌 가입자 1억4800만 명의 세계 최대 OTT 등극 등, 넷플릭스가 남긴 발자취에서 성공 비결과 전략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성공 비결과 전략의 핵심은 ‘자유와 책임’으로 요약되는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였다. 이들은 자유와 책임을 각자의 방식대로 업무에 적용하며 일하고 있었다.

1997년부터 넷플릭스에 있어 조직 문화는 곧 성장 전략을 의미했다. ‘개별 직원이 최고의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조직 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인터넷에 올린 회사 내부 문서는 넷플릭스 조직 문화의 뿌리를 보여준다. 파워포인트용 슬라이드 124장으로 된 이 문서의 제목은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Netflix Culture: Freedom and Responsibility)’이다. 이 문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며 퍼져나갔다. 눈에 띄는 부분은 △최고가 되거나 나가거나 △‘열심히’보다 ‘잘’하라 △평균적 성과를 내는 직원 2명보다, 평균을 훨씬 뛰어넘는 우수한 직원 1명을 고용한다 등이다.

조직 문화가 어떻게 기업의 핵심 성장 전략일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인터뷰한 넷플릭스 직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콘텐츠 기업에서는 조직 문화 자체가 성장 전략”이라고 얘기했다.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조직 문화의 중요성을 논할 때 기껏해야 고비용의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의뢰해 조직구조를 이리저리 바꾸고(그것도 자주, 리더의 명확한 설명도 없이), 서로 존댓말을 쓰게 하거나 직함 대신 ‘프로’나 ‘님’ 자를 말미에 붙이고, 영어 이름을 쓰면 되는 것으로 착각한다. 혹은 일 잘하는 직원에게 상여금을 조금 더 챙겨주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자족하기도 한다. 그동안 잘해 왔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은 더 잘나가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혹은 안도감에 빠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직적인 분위기의 한국 기업들이 이런 외형적인 것에만 치중하면서도 그것이 우리의 지향점인 것처럼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 초기 멤버로서 조직 문화를 구축했던 패티 맥코드 전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CTO)는 그의 책 ‘파워풀’에서 이렇게 썼다. “그들(다른 회사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모두 같았다. 어떻게 하면 넷플릭스처럼 마력을 지닌 자신만의 상품을 창조해낼 수 있을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그토록 민첩하고 높은 성과를 내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2019년 7월 현재 한국 기업들의 상황도 맥코드 전 CTO에게 질문을 던진 기업들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기업은 주 52시간 근무 제도의 도입과 개인의 일과 삶의 균형을 도모하는 사회 분위기가 합쳐지면서,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직원들이 더 뛰어난 성과를 내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더 제대로 일할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그 방법을 넷플릭스 직원들의 경험담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들의 답변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원칙 1│모든 직원과 내 업무를 완전히 공유하라

넷플릭스는 모든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시작 단계에서부터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하정수 넷플릭스 포스트 프로덕션(콘텐츠 촬영 이후 과정 총괄) 매니저는 “투명하고 솔직한 공유 문화가 있다”면서 “완전히 준비되기 전일지라도, 언제든 다른 팀이 볼 수 있도록 공유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 일’ ‘남 일’ 나누기보다는 ‘우리 일’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부서 간 협업은 어느 단계에서든 자유롭게 이뤄진다. 많은 경우 직장인들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기 기준에 ‘완벽한’ 결과물을 동료나 상사에게 선보이고자 한다. 아직 완성하지 않은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이 다소 부끄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넷플릭서(넷플릭스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하 매니저는 “서로 일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미리 알 수 있으면, 보완할 점이나 협조해야 할 사항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지 않나”면서 “완전한 공유를 통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영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디렉터도 “부서 간 칸막이가 아예 없어,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유된다”고 말했다.

가령 하 매니저는 촬영된 영상을 가지고 편집이나 그래픽 삽입, 색 보정, 특수 효과 등 후반 작업을 하지만, 촬영을 모두 마쳐야만 자기 일을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 촬영 계획을 세우는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팀과 촬영 전부터 협업한다. ‘이렇게 촬영해주면 후반 작업을 할 때 더 잘할 수 있겠다’고 미리 말해두는 식이다. 하 매니저는 “다른 팀 회의에도 자유롭게 참석할 수 있다”면서 “별 말 없이 회의 시간에 맞춰 회의실에 앉아 있어도 ‘당신 왜 들어왔어’ 하고 물어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 20층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의실 ‘킹덤’. 회의실 내부에는 초대형 TV와 화상 회의 설비가 갖춰져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넷플릭스 한국 사무소 20층에서 규모가 가장 큰 회의실 ‘킹덤’. 회의실 내부에는 초대형 TV와 화상 회의 설비가 갖춰져 있다. 사진 이민아 기자

원칙 2│극도로 솔직하게, 끊임없이 질문 던져라

넷플릭스는 ‘솔직한 질문의 왕국’이다. 동료들끼리 서로를 솔직하게 평가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질문해 궁금증을 해소한다. 맥코드 전 CTO는 ‘극도의 솔직함’을 강조하면서 “솔직함은 사람을 성장하게 한다. 속으로만 간직하고 있던 대안을 꺼내놓게 하고 의견의 차이를 없앨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동료 간에는 물론, 경영진과도 시의적절하게 만나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영 디렉터는 “중요한 점은 솔직하게 질문하는 의도가 시비를 걸거나 견제하려는 게 아니란 것”이라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믿음과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있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리드(김 디렉터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를 이렇게 불렀다)가 이메일을 보내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 전혀 관련 없는 부서의 직원이 ‘이 결정은 왜 이렇게 한 것이냐’고 대뜸 물어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솔직한 질문은 넷플릭스가 지난 20년간 보여준 놀라운 성장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맥코드 전 CTO는 자신의 책 ‘파워풀’에서 넷플릭스의 테드 사란도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가 신입사원의 솔직한 질문에 당황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전에 넷플릭스는 DVD 대여로 돈을 벌던 회사였다. 그 당시 사란도스는 신입사원들에게 영화 배급을 위해 고안된 전통적인 시스템인 ‘콘텐츠 윈도잉’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콘텐츠 윈도잉은 영화 배급을 위해 고안된 전통적인 시스템이다. 영화의 최초 공개는 반드시 극장에서, 그다음은 호텔 등에서 보여주는 주문형 유료방송으로, 그다음은 DVD로 만들어 유통하는 식의 오래된 룰이 있었다. 당시 넷플릭스는 가능한 한 빠르게 DVD를 확보해 대여하는 데 집중했다. 극장, 호텔 등에서 먼저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였고, 다만 그 뒤에 DVD로 풀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데만 신경을 쏟았던 것이다.

그러나 질의응답 시간에 한 신입 엔지니어는 사란도스에게 “꼭 저렇게 진행해야만 하나요? 바보 같아 보이는데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얼어붙었다. 관행을 따랐을 뿐,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맥코드 전 CTO는 “이후 사란도스는 그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고, 콘텐츠 윈도잉에 관한 모든 것에 도전했다”고 기록했다. 그 질문을 계기로 콘텐츠의 배급 방식을 혁신하는 것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이는 몇 년 후 넷플릭스가 기존 방송국들처럼 한 회씩 드라마를 공개하지 않고 모든 회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전 회 공개 방식’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밑그림 없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으로 알려진 김정기 화백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주요 장면을 화폭에 담았다. 사진 이민아 기자
밑그림 없이 바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으로 알려진 김정기 화백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주요 장면을 화폭에 담았다. 사진 이민아 기자

원칙 3│수장 대우받는 실무자, 책임의 무게도 견뎌야

넷플릭스에서 실무자는 자신의 영역에서만큼은 의사 결정권을 가진 수장이다. 넷플릭스 직원들은 실무자를 ‘인폼드 캡틴(informed captain·가장 잘 알고 있는 수장)’이라고 부른다. 실무자는 자기 업무에 있어서 의사 결정권자나 다름없다. 불필요한 결재와 승인 체계는 없다.

존 더데리안 넷플릭스 일본 콘텐츠 총괄 디렉터는 “모든 직원이 자신의 전문성에 기반해서 의사 결정을 한다”면서 “넷플릭스 구성원들끼리 서로를 완전히 믿는, 거대한 신뢰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민영 디렉터는 “미국에 있는 내 상사는 언제나 ‘한국 시장 전문가는 김민영이다. 나는 김민영이 큰 그림에서 사업 구조를 짜는 것을 도울 뿐이다’라고 한다”고 했다.

다만 캡틴 대우를 받는 만큼 결정에 따른 책임은 무겁다. ‘이 결정이 고객과 회사를 위한 최선의 결정인가’라는 기준에 합당한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설득해야 한다. 또 그런 설명과 설득이 충분치 못했거나 혹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최악의 경우 회사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성규 넷플릭스 피지컬 프로덕션(콘텐츠 촬영 현장 총괄) 매니저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지만, 항상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작은 것 하나라도 절대 대충할 수 없다”면서 “자신의 업무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캡틴으로 대접받는 실무자들은 넷플릭스의 모든 구성원으로부터 자신의 업무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기도 한다. 자신의 영역에 있어 회사 내에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김민영 디렉터는 “한 업무의 캡틴이 그렇게 다양한 도전을 받으면, 이를 방어하기 위해 논리를 공고하게 세우게 된다”면서 “캡틴 대우를 받는 만큼 의사 결정을 할 때 많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

김문관 차장

넷플릭스는 DVD 대여 사업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서비스 업체로 성장한 기업이다. 1997년 8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탠퍼드대 졸업생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설립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전 세계 유료 가입자는 1억4800만 명에 달한다. 미국 통신기술(IT) 매체 리코드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 가입자는 전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로 시가 총액은 7월 10일 현재 1661억달러(약 194조6800억원)다. 넷플릭스의 최근 10년간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25%, 23%, 26%다.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35%였다.

넷플릭스는 최근 1위 업체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 기업의 도전에 직면했다. 경쟁 기업은 유서 깊은 ‘미디어 공룡’이다. 디즈니는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올해 11월 출시하면서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천명했다. 워너미디어와 NBC유니버설도 2020년 중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이들 역시 넷플릭스에 대한 콘텐츠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는 콘텐츠 라이선스를 구입해 유통하는 사업뿐 아니라 오리지널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만으로는 경쟁사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이에 대해 헤이스팅스 CEO는 4월 16일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측했다”면서 “우리에겐 수년간 오리지널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이미 높은 수준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plus point

자유와 책임의 조직문화 가이드
10년 만에 1800만 조회 수 돌파한 넷플릭스 ‘컬처 데크’

김문관 차장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2009년에 올린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의 슬라이드 첫 장.
리드 헤이스팅스 CEO가 2009년에 올린 ‘넷플릭스 문화: 자유와 책임’의 슬라이드 첫 장.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와 인재 관리 원칙의 초석이 된 124쪽 분량의 슬라이드 문서 ‘컬처 데크(culture deck)’는 공개된 지 10년 만에 조회 수 1800만 건을 돌파했다. 이 문서는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공유한 ‘자유와 책임의 조직 문화’에 대한 가이드다. 2009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 후 ‘조직 관리의 바이블’로 떠올랐다.

‘컬처 데크’를 통해 밝혀진 헤이스팅스 CEO와 전(前) 최고인재책임자(CTO) 패티 맥코드의 조직 관리 철학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A급 직원이 최고의 보상’이라는 것이다. 맥코드는 “탁월한 동료는 다른 모든 것을 넘어서는 보상”이라고 강조한다. ‘컬처 데크’는 복잡한 규정, 관료적 통제 대신 책임에 기반한 높은 수준의 자율적 조직 문화가 넷플릭스 성공의 핵심 비결이라고 전한다. 이 문서에 담긴 넷플릭스 조직 문화를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1│가치란 우리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Values are what we value)

회사의 실제 가치는 건물 로비에 걸린 그럴듯해 보이는 구호가 아니다. 회사와 직원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행동과 능력에 있다. 넷플릭스는 아홉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을 고용하고 승진시킨다. 아홉 가지 가치는 △판단력 △소통 △파괴력 △호기심 △혁신 △용기 △열정 △정직 △이타심이다.


2│높은 퍼포먼스(high performance)

넷플릭스가 말하는 훌륭한 일터란 많은 복지 혜택, 고급 오피스가 아니라 멋진 동료들이 있는 곳이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환경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은 ‘가족’이 아니고 ‘스포츠팀’이다. 고용과 성장, 해고를 현명하게 수행함으로써 모든 직위에 ‘스타급’ 플레이어를 앉혀 놓는다. 그리고 높은 퍼포먼스란 열심히 일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성과를 내야 한다.


3│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

책임감 있는 사람은 자유 속에서 성장하고, 자유를 누릴 가치가 있다. 넷플릭스는 직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서 창의적인 인재를 계속 키워나간다. 이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한다.


4│동종 업계 최고 임금으로 대우(pay top of market)

넷플릭스는 시장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 최고의 성과를 창출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두 명의 직원보다 한 명의 월등한 직원이 더 많은 성과를 거두면, 비용은 감소한다. 넷플릭스는 높은 임금을 무기로 뛰어난 직원만을 찾는다.


5│승진과 자기 계발의 기회(promotions & development)

넷플릭스가 평생직장이 될 필요는 없다. 때때로 어떤 팀에서는 조직원 성장의 기회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넷플릭스가 그에게 적합한 제안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가 더 큰 일과 직급을 맡기 위해 이직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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