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동안 열린 ‘잠 안 자기 대회’ 전경.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8월 3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동안 열린 ‘잠 안 자기 대회’ 전경.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토요일인 8월 3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종로구에 있는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 지하 1층. 745㎡(약 225평) 규모의 그랜드 볼룸에 들어섰다. 어두침침한 조명 아래 아이보리 또는 짙은 남색 매트리스 100개가 줄 맞춰 늘어선 이색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매트리스 위에는 베개가 가지런히 올려져 있었다. 매트리스 오른쪽 측면에는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표가 세워져 있었고, 매트리스마다 개인용 스탠드 조명이 있었다. 축구 심판을 연상시키는 흰색과 검은색 줄무늬가 번갈아 있는 티셔츠를 입은 사람 10명이 각각 자신이 맡은 구역의 매트리스와 베개 상태를 점검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가로 17m, 세로 4.8m의 스크린에는 한밤중 하늘 같은 짙은 푸른색 바탕에 ‘세상에서 가장 졸린 대회가 온다. 천하 제일 수면 배틀, 바디럽 잠 안 자기 대회’라는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오후 3시, 파인애플·꽃무늬 잠옷, 흰색 원피스 잠옷 등으로 갈아입은 사람들이 그랜드 볼룸 안으로 줄지어 들어왔다. 이날 참가 인원은 87명이었다. 참가 번호에 맞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이들은 행사장까지 입고 왔던 옷과 신발을 담은 봉투를 자리 옆에 두고 앉거나 누웠다. 이어 진행 요원이 안내 방송을 시작했다. “모든 스마트 기기는 지금부터 24시간 동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전원을 끄고 매트리스 옆에 있는 바구니에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심판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용하다 걸리면 퇴실 조치할 수 있습니다.”

‘이코노미조선’은 8월 3일 오후 3시부터 24시간 동안 열린 ‘잠 안 자기 대회’에 참가했다. 한 명은 일반 참가자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잠 안 자기에 도전했고, 다른 한 명은 행사장 한쪽에 자리 잡고 진행 요원이 되는 식이었다. 이 행사는 블랭크코퍼레이션의 침구 브랜드 바디럽이 개최한 것으로 8월 4일 오후 3시까지 깨어 있는 사람에게 총 1000만원의 상금을 나눠 줬다. 행사 후 잠 안 자기에 성공한 16명의 참가자가 각각 62만5000원을 받았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참가자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우선 행사장을 어둡게 했다. 빛은 잠드는 것을 방해하고 수면 도중에 각성을 초래한다. 참가자에게 큰 소리 내지 말 것도 당부했다. 소음을 방지해 수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박수는 ‘물개박수’로 했다. 마치 물개처럼 양 손을 엇갈리게 해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저녁 식사로는 잠을 잘 오게 한다는 상추를 갈아넣은 밥이 제공됐다.

본격적으로 잠을 재우기 위해 저녁 7시에 참가자 전원에게 이불이 제공됐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하슬기 마케팅유닛 프로와 정주리 상품기획 프로가 느릿느릿한 말투로 바디럽 제품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전략이 먹혔는지, 참가자들이 서서히 눕기 시작했다. 이어 바른수면연구소 서진원 원장의 수면 관련 강의가 조용하게 진행됐고, 잠이 든 첫 번째 탈락자의 모습이 전면 스크린에 떴다. 밤 9시가 되기 전이었지만 사람들이 하나둘 잠들었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8명이 잠에 빠졌다. 내가 잠이 든 것도 이때쯤이다. 저녁 식사 후 나른한 상태에서 강의를 들었더니 졸렸고, 강의가 시작된 지 30분 만에 잠이 들었다. 눈을 부릅떠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머리맡에 쪼그려 앉은 심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가 “번호판 가져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탈락이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수면 유도 프로그램이 너무나 쉽게 먹혔다.

수면이 육체적·정신적 행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려져 있다. 수면은 기억, 학습 능력, 뇌 발달, 식욕, 면역 등 여러 가지 기능과 연관돼 있다. 잠자는 시간은 깨어 있는 시간 못지않게 값진 시간이다. 잠을 못 자면 혈압이 올라가고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며 소화와 신진대사에 영향을 준다.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은 8배, 치매와 당뇨는 5배, 우울증은 3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루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이면 여러 원인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15%가량 증가한다.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저 3호가 1986년 1월 28일 발사 후 1분 13초 만에 폭발음과 함께 공중에서 분해된 사고는 수면 부족이 부분적인 원인이었다. 미국 정부가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고무 패킹이 추운 날씨 탓에 얼어버린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발사 전 경험 많은 기술자가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회의에서 발사 일정을 미뤄야 한다고 수차례 요청했었다. 하지만 NASA의 최고 책임자는 냉철한 판단을 할 상태가 아니었다. 1월 27일로 예정됐던 발사일이 기술적 문제로 연기돼 잠을 자지 못한 탓이었다. 1월 28일 발사 당일에 그는 새벽 1시부터 깨어 있었다. 그가 발사 전날 눈을 붙인 시간은 2시간 미만으로 파악됐다. 한 사람의 수면 부족은 결국 사고를 불렀고 우주비행사 7명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코노미조선’이 ‘잠 안 자기 대회’에 참가했다.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이코노미조선’이 ‘잠 안 자기 대회’에 참가했다.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중요성 알아도 후순위로 밀리는 ‘잠’

그런데도 사람들은 수면의 중요성을 쉽게 간과한다. 우리는 하루 일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 정치사상가 벤저민 프랭클린이 남긴 ‘시간이 돈이다’라는 격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진리’로 여겨진다. 특히 한국 사회는 ‘4당5락(네 시간을 자면 대학에 붙고 다섯 시간을 자면 떨어진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학습 시간이 길다. 근무 시간이 길수록 성실하다고 평가받는 직장 문화도 보편화돼 있다. 우선 순위 목록에서 수면은 늘 뒷전이다.

한국인의 부족한 수면 시간은 통계로도 증명된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201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7시간 22분)에 이어 두 번째로 짧다. OECD 평균(8시간 22분)과 비교하면 41분이나 부족하다. 다른 나라 사람보다 매년 10일 정도 덜 자는 셈이다. 수면 부족은 점차 심해지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2017년 7월 전국 성인 1004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24분으로 5년 전에 조사한 수치(6시간 53분)보다 29분 줄었다. 자고 싶어도 잘 수 없어 고통받는 수면 장애 환자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 진료받은 환자가 2015년 45만6124명에서 2017년 51만5326명으로 12.9% 늘었다. ‘잠 못 드는 나라’, 한국의 현주소다.

‘이코노미조선’은 잠을 자도록 유도하는 행사가 열리는 것 자체가 현대인이 그만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봤다. 행사명이 ‘잠 안 자기 대회’였지만, ‘잘 자고 싶은 대회’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코노미조선’은 행사 현장에서 6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집계 결과 현대인에게 ‘잘 자고 싶다’는 욕구가 크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설문 응답자의 65%는 불면증이 있다고 답했다. 잠자리에 누워서 잠들 때까지 1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답한 사람이 34명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최고령 참가자인 김은순(55)씨는 “하루에 2~3시간밖에 못 잔다”며 “20년 정도 됐다”고 했다. 그는 “불면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딸이 참가 신청을 해줬다”며 “어차피 평소에도 못 자는 거 우승하면 좋고, 아니면 잠 한 번 푹 자보려고 왔다”고 했다.


최고령 참가자였던 김은순씨가 레크리에이션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최고령 참가자였던 김은순씨가 레크리에이션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 블랭크코퍼레이션

‘꿀잠 자세요’…슬리포노믹스의 등장

잠 못 드는 사람이 늘고 돈으로라도 숙면을 사려는 수요가 생기면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가 뜨고 있다. 슬리포노믹스는 수면(sleep)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잠을 잘 자도록’ 돕는 침구·침대부터 의료 기기, 의약품, 서비스와 제품을 포함하는 수면 산업을 말한다.

전통적인 수면 산업은 침대, 이불, 베개, 매트리스처럼 잠을 잘 때 덮고 깔고 베는 침구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글로벌 수면 보조 산업 보고서를 보면 매트리스와 베개가 차지하는 비중이 45%다. 수면 장애를 진단·검사하는 데 사용되는 의료 기기가 30% 정도를 차지한다. 불면증, 기면증 등 수면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의약품(15%)이 뒤를 따른다.

우리나라 수면 산업은 시기나 규모를 봤을 때 초기 단계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2011년에 국제수면박람회를 최초로 개최했고, 이후 수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일본에선 1990년대 초부터 수면 산업에 관심을 보였고 2000년대부터 수면 관련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은 수면 산업에 대한 관심은 늦었지만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산업 규모는 2011년 4800억원에서 2015년 2조원 규모로 급격히 성장했다. 협회는 올해 수면 산업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한다. 장준기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소장은 “국내 침대 시장 규모가 1조2000억원, 침구 시장이 1조5000억원”이라며 “수면과 관련된 의료 기기, 의약품 시장까지 합치면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침대 1위 기업 에이스침대와 가구 회사 일룸은 리모컨으로 등받이를 상하로 조절할 수 있는 전동 침대(모션베드) 등 기능성 제품을 출시했다. 움직일 때마다 베개 높이가 구역별로 조절되는 베개도 인기다. 1960년대 미국 NASA가 개발한 것으로 아무리 강한 충격도 95% 이상 흡수할 수 있는 메모리폼이 매트리스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불 회사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포근한 소재 발굴에 나섰다.

잠깐 눈을 붙일 공간을 돈을 주고 빌리는 수면 카페는 빠르게 성장 중인 슬리포노믹스 산업 분야 중 하나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 카페 이용 건 수는 4만8000건이었다. 2017년 3만6000건에서 33.3% 증가했다. 1만6000건이었던 2016년에 비하면 세 배나 늘었다. 수면 카페 이용객 중 80%는 20~30대다. 20대가 53.7%, 30대가 26.5%로 집계됐다. 주로 젊은 직장인이 점심을 거르고라도 부족한 잠을 채우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다.

잠의 질을 분석하는 수면다원검사가 1년 전부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것도 수면 산업 성장을 불 지피는 요소 중 하나다. 환자가 부담할 비용이 줄어들면서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어나 수면 산업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이지현 드림수면의원 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 수면다원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70만원 정도였던 비용이 10만원대로 떨어졌다”며 “수면 장애가 있어도 검사받기 힘들었던 이들이 병원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수면 산업이 성숙할수록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가 늘어난다. 대표적인 수면 산업인 침구 산업 추이를 살펴보면 침구 제조 업체가 2013년 1703곳에서 2016년 1959곳으로 증가했다. 종사자도 같은 기간 1만9252명에서 2만2505명으로 늘었다. 숙면을 돕는 수면 습관을 제안하는 수면상담사(수면컨설턴트)가 등장했고, 의료계에서도 수면 전문 치료가 새로운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들고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여름 밤의 불청객인 열대야가 7월부터 나타났다. 열대야는 한밤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현상으로, 수면에 지장을 준다. 열대야가 지속하면 수면 부족, 무기력함, 두통 등에 시달리게 된다. 열대야가 절정을 찍는 8월은 숙면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시기다.

‘이코노미조선’은 불볕 더위에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수면 관련 제품과 숙면을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았다. 독자 여러분이 ‘꿀잠’을 잘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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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시간만 잔다는 트럼프는 ‘돌연변이’

김문관 차장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하루 4시간만 잤다. 그는 “수면은 시간을 좀먹는 벌레”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3~4시간만 잔다. 그는 “남들보다 오래 자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흔히 이들처럼 잠을 줄여야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0시간을 자지 못하면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잠을 증오한 에디슨조차 낮에 쪽잠을 잤다. 물론 잠을 덜 자면 누구나 피곤하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피곤함의 정도는 다르다. 적정 수면 시간이 각각의 유전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성인의 적정 수면 시간은 7.5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평균일 뿐이다. 어떤 이는 평균보다 덜 자도 되고, 어떤 이는 평균보다 더 자야 한다.

의학자들은 4시간 이하를 자도 다음 날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다면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 10시간 정도 자야 피로가 풀리는 사람은 ‘롱 슬리퍼(long sleeper)’라고 정의한다. ‘쇼트 슬리퍼’는 사실 유전적인 돌연변이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진정한 ‘쇼트 슬리퍼’는 1%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고 했다. 이에 따라 낮에 졸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본인만의 수면 시간, 즉 적정 수면의 양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 7시간을 자야 집중력과 기억력이 유지되는 아이가 매일 5시간만 잔다면 낮에는 전날 밤에 자지 못한 2시간을 더 자려고 발버둥이칠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면은 양뿐만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억지로 잠 줄이면 부작용 커

적정 수면 시간은 훈련을 통해 늘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수면 부족이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미쳐 당뇨에 걸리기 쉬운 체질을 만든다고 지적한다. 수면 분야 권위자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잉후이 교수는 “억지로 잠을 줄일 경우 인지력이 떨어지고 각종 질병도 야기해 장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데이비드 딩즈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수면 시간이 생체 리듬과 인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그의 연구팀이 수백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의도적으로 수면 시간을 줄인 경우 능률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건강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실험은 무작위로 선정한 건강한 성인을 △8시간 수면 △6시간 수면 △4시간 수면 등 3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각 그룹을 관찰한 결과 이들의 인지력, 생체 리듬, 건강 등에 차이가 있었다. 대부분은 잠을 적게 잔 그룹이 더 예민했으며, 업무를 처리하는 속도도 느렸다. 반면 8시간 잠을 잔 그룹은 하루종일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다. 딩즈 교수는 “매일 4시간만 자야 성공한다는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3~4시간만 자면서 성공을 거둔 트럼프의 케이스는 극히 일부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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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정주리 블랭크코퍼레이션 상품기획 프로
“마약베개, 한 번 베면 계속 벤다”

정미하 기자

정주리 동아방송예술대학 졸업, 이데일리TV 음향 엔지니어, 현 블랭크코퍼레이션 상품기획 프로
정주리
동아방송예술대학 졸업, 이데일리TV 음향 엔지니어, 현 블랭크코퍼레이션 상품기획 프로

블랭크코퍼레이션의 침구 브랜드 바디럽이 올해 처음으로 ‘잠 안 자기 대회’를 개최하게 된 시작점은 베개였다. 바디럽의 기능성 베개인 ‘마약베개’는 출시 21개월 만에 120만 개가 팔렸다. 한 달 평균 5만7000개 이상 판매된 것이다. 블랭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홍보 영상이 화제를 모으면서 판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계란 한 판 위에 마약베개를 올려놓은 상태에서 사람이 뛰어올랐을 때 계란이 깨지지 않는 장면을 담았다. 그만큼 마약베개가 충격을 고르게 분산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몇몇 방송사는 ‘믿기 힘들다’며 직접 실험에 나섰다. 결과는 이 회사가 말한 그대로였고 SNS에서 커진 관심은 판매로 이어졌다. 이후 ‘요술베개’ ‘중독베개’ 등 비슷한 이름을 단 유사 제품도 출시됐다. 마약베개를 기획하고 개발한 정주리 블랭크코퍼레이션 상품기획 프로를 대회장 한쪽에서 만났다.


‘마약베개’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나.
“직접 지었다. 한 번 베고 자면 중독될 만큼 좋은 제품이라는 뜻을 담았다. 마약베개를 개발할 때 사무실에 샘플을 뒀었다. 사무실 직원들이 샘플 베개를 껴안고 놓지를 않았다. 소재가 주는 부드러운 촉감과 몰랑몰랑한 느낌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거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이 베개에 계속 손이 가. 중독됐어’라고 했다. ‘중독’이라는 느낌을 살리려고 ‘마취베개’ ‘기절베개’로 할까도 생각하다가, 마약베개로 정했다.”

침구 회사에 다닌 경험이 있나. 베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방송국 음향, 패션·잡화 분야에서 일했고 침구 회사에 다닌 적은 없다. 블랭크코퍼레이션에 상품기획자(MD)로 입사할 때도 ‘베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중학생 때부터 불면증을 겪었는데 베개가 불편한 것이 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직접 개발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여기까지 왔다.”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썼나.
“베개에 들어가는 충전재를 고르는 데 한참 걸렸다. 저가부터 고가까지 수많은 기능성 베개의 리뷰를 보면 ‘너무 높아요’ ‘옆으로 잤을 때 높네요’ 등 베개 자체는 좋은데 내 체형에는 안 맞다는 글이 많다. 사람이 자면서 뒤척일 때마다 어깨, 목, 머리 높이가 달라질 수 있는 소재를 찾아다니다 빈백(충전재를 채워 넣어 앉는 자세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소파)이 떠올랐다. 마약베개에는 빈백에 들어가는 충전재와 소재는 같지만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에어볼 800만 개가 들어간다. 통째로 세탁할 수도 있다. 마약베개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한편, 블랭크코퍼레이션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이웃사촌’으로 알려진 남대광 대표가 2016년에 창립한 회사다. 1985년생인 청년 사업가가 이 회장의 서울 삼성동 자택 바로 앞집을 현금 62억원을 주고 사들인 사실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남 대표다. 그는 지난해 10월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이 회장 주택과 마주보고 있는 대지 면적 288.8㎡(약 87평), 건물 연면적(건축물 전체 층 바닥 면적을 모두 합한 것) 323.78㎡(약 98평)의 지하 1층~지상 2층 단독주택을 매입했다. 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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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안 자기 대회’ 참가자 65% “수면 장애 있다”

김소희 기자

‘잠 안 자기 대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현장에서 출전자 60명을 설문조사했다. 참가자 87명 중 오전 7시에 기상 상태여서 설문 조사에 응할 수 있었던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설문 대상은 남자 30명, 여자 30명으로 성비가 같았다. 20~24세가 21%, 25~29세가 33%, 30~34세가 28%였다. 35세 이상도 16%를 차지했다. 설문조사는 주관식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수면 패턴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65% 불면증, 선잠 자다 출근

설문에 응답한 60명의 참가자 중 39명(65%)이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여성은 24명, 남성은 15명으로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

참가자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6~8시간이 29명(48%)로 가장 많았다. 수면 시간은 충분하지만 선잠을 잔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직장인 장재용(48)씨는 “3년 전부터 새벽에 일찍 깨기 시작했다. 다시 선잠을 자다가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적은 사람도 많았다. 3~6시간을 자는 사람은 23명(38%), 3시간 미만 자는 사람은 2명(3%)이었다. 반면 8시간 이상 잔다고 답한 사람은 6명(10%)이었다.


병원 치료받아본 적 없어

전체 참가자 중 불면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본 사람의 비율은 9명(15%)에 불과했다. 이 중 남성이 4명, 여성이 5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병원을 찾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병원을 찾지 않는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이유를 밝힌 32명의 응답자 중 12명(37%)이 ‘불면증이 병원을 찾을 정도의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주변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와 ‘불면증이 간헐적으로 발생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각각 4명(12%)에 달했다.

‘수면제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답한 사람이 5명(15%)으로 뒤를 이었다.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은 “수면제는 불면증의 근본적 치료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사람들의 답변과 달리 병원에서는 수면제보다 근본적 치료법을 제안한다. 한 원장은 “불면증은 원인별로 치료를 달리해야 한다. 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장애의 정확한 원인을 진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불면증 치료는 침구류나 향초 선호

‘불면증이 있다’고 답한 39명의 응답자에게 본인이 인지하는 불면증의 원인을 물었다. 원인을 여러 가지 제시한 사람이 있어 총 42건의 표본이 모였다. 불면증의 원인은 대부분 심리적 요인과 관련 있었다. ‘고민 및 잡생각이 많다’고 답한 사람이 16명(38%)으로 가장 많았다. ‘수면 시 예민하다’는 9명(21%), ‘스트레스가 많다’는 3명(7%)에 달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한 사람도 7명(16%)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서진원 바른수면센터 소장은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가 수면을 방해한다”면서 “취침 전에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중년인 경우 갱년기를 원인으로 지목한 사람도 있었다. 이현숙(49)씨는 “1년 전부터 잠에 들었다 깨는 행위를 반복한다. 갱년기가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침구류를 교체하거나 향초를 구비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답변을 제시한 사람이 있어 총 62건의 표본이 모였다. 이 중 ‘침구류를 교체했다’고 답한 사람이 21명(33%)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향초 및 향 관련 제품 구비(25%),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듣기(19%), 암막 커튼(6%), 귀마개(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정미하·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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