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청어를 발효시킨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 토막 낸 장어를 물에 삶아 식힌 영국의 장어 젤리, 한국 홍어와 중국 취두부. 각 나라 대표 괴식(怪食·괴상한 음식)을 꼽을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태국 방콕 재래시장의 악어 구이, 중국 베이징 야시장에서 파는 전갈 꼬치구이도 마찬가지다. 멕시코에선 가위개미 튀김을 판매한다. 대다수의 외국인 눈에는 이 모든 음식이 괴식 범주에 들 것이다. 아주 오랜 시간에 형성된 각국의 식문화가 만든 괴리감이 괴식이라는 표현을 낳았다. 이처럼 괴식의 역사는 새삼스럽지 않고 유구하다.

그런데 최근 다른 종류의 괴식 열풍이 대한민국에 들이닥쳤다. 수르스트뢰밍과 악어 구이를 찾는 소비자가 갑자기 늘었을까. 그건 아니다. 이 새로운 열기는 ‘전통적’ 괴식과는 거리를 둔 채 유튜브 등 온라인 세상과 식품 업계를 중심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막걸리에 커피를 섞거나 짭조름한 컵라면 수프 맛이 나는 감자칩을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기존 관점에서는 ‘저것들을 어떻게 섞느냐’고 할 법한 시도가 이제는 거침없이 이뤄진다. 사람들은 유튜브 스타의 낯선 레시피에 열광하고, 식품 회사는 유행 코드를 포착해 신메뉴 개발에 열을 올린다. 이 괴식 세계에선 돈이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인터넷 먹방(먹는 방송)을 평정한 중국 당면 분모자(粉耗子·펀하오쯔)가 좋은 사례다. 먹방 유튜버 ‘나도’가 지난해 10월 가래떡처럼 두툼한 분모자를 엽기떡볶이에 넣어 먹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수많은 유튜버가 분모자와 다른 음식의 다채로운 조합을 선보이며 유행에 동참했다. 요식 업계도 분모자가 들어간 신메뉴를 앞다퉈 출시했다. 분모자보다 조금 앞서 얇고 넓적한 중국식 당면이 유행했을 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소비자는 전에 보지 못했던 괴식을 마음껏 즐길 기회를 얻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9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 중 하나로 ‘괴식 및 이색식품’을 꼽았다.

식품 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기존 히트 상품에 트렌드를 입히기도 한다. 삼양식품은 지난 6월 인기 스낵 ‘짱구’의 새로운 버전으로 ‘흑당 짱구’를 출시했다. 국내에서 단맛 돌풍을 일으킨 흑당이라는 트렌드와 짱구라는 인지도를 결합한 것이다. 해태 ‘흑당 쇼콜라 맛동산’도 비슷한 경우다. 오리온은 흑당과 함께 한반도를 강타한 ‘마라’의 인기에 편승해 ‘오징어땅콩 마라맛’과 ‘도도한나쵸 마라맛’을 내놓았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유행 코드를 너무 의식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과자 브랜드를 망가뜨렸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기업은 “소비자 취향 변화에 대응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식품 업계가 괴식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까지 실시간으로 트렌드에 호응하고 신상품을 쏟아내는 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올해 3분기 오뚜기·CJ제일제당·빙그레 등 주요 식품 기업 대부분은 부진한 경영 성적표에 울상을 지어야 했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시행 등의 여파로 비용 압박이 심해진 데다 국내외 경기 부진으로 소비 심리까지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좁은 내수 시장에서의 피 터지는 경쟁도 기업을 옥죄는 요소다. 작은 유행의 씨앗이라도 보이면 따라가야 하는 것이 괴식 트렌드 이면의 살벌한 현실이다.

물론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괴식 트렌드는 기업과 조금 다르다. 눈치 덜 보는 문화, 각자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중화와 맞물리면서 괴식 체험을 하나의 큰 즐거움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인플루언서(인터넷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괴식은 타인이 나를 주목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다. 매운 볶음면에 휘핑크림을 얹어 먹는 괴이한 조합도 요즘 소비자에게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인정받을 뿐이다. 과시해야 하는 개인과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의 중간지대에 괴식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책임 막중한 식용곤충과 대체육

이번 커버스토리에서 ‘이코노미조선’은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는 식용곤충 연구 현황도 함께 살펴봤다. 특정 문화권에서는 곤충을 조리해 먹는 행위가 자연스럽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선뜻 도전하기 힘든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곤충의 ‘거부감 없는 괴식화’를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정부와 기업인도 만났다.

많은 편견 속에서도 식용곤충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곤충 산업 규모는 2011년 1680억원에서 2020년 5363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식품 교환 1단위인 단백질 8g을 공급하려면 두부는 80g, 소·돼지·닭은 40g이 필요하다. 반면 식용곤충은 15g이면 충분하다. 그만큼 경제적이라는 의미다. 식량뿐 아니라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곤충의 활용 가치는 크다. 딱정벌레목 소똥구릿과에 속하는 애기뿔소똥구리에는 ‘코프리신’이라는 물질이 들어있다. 코프리신은 염증성 장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다. 수백만 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애기뿔소똥구리의 도움을 받는 날이 올 수 있다.

또 ‘이코노미조선’은 동물이 사라진 가짜 고기, 미래형 괴식 ‘대체육’ 시장의 현주소도 들여다봤다. 이미 소비자와 활발히 만나고 있는 ‘식물성 고기’와 연구·개발(R&D)이 한창인 ‘배양육’에 대해 정리했다. 괴식이라는 표현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모든 괴식은 멋진 도전이자 혁신이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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