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유모씨는 순댓국 열풍이 불었던 2015년 서울 동대문구에 순댓국 프랜차이즈 점포를 열었다. 그는 “조리가 간단한 형태로 식자재를 공급받아 편하지만, 최근에는 유행이 지났는지 장사가 잘 안 된다. 아예 배달 전문 프랜차이즈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60대 김모씨는 10년 이상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문 앞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하다가 2016년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로 가게를 전환했다. 주변에 편의점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그는 “편의점으로 전환하고 나서 벌이가 특별히 나아진 건 아니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전환한 것에 가깝다…”며 말끝을 흐렸다. 도시락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는 50대 박모씨는 “매출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가맹본부가 텔레비전 광고를 좀 더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다. 통계청과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가맹본부는 5087개이며 브랜드는 6245개다. 2013년에 비해 가맹본부 수는 71.11%, 브랜드 수는 69.2%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영업자 수는 676만2000명으로 이 중 25만1301명(3.71%)이 가맹점주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지난해 연 매출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1807조7359억원의 약 5.5%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 프랜차이즈 산업의 역사는 내년에 44년으로 접어든다. 양적으론 성장했지만 질적인 성장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프랜차이즈는 주요 자영업 수단 중 하나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쉽게 간판을 내리기도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은 89.2%다. 프랜차이즈는 업종에 따라 폐업률이 천차만별이라서 전체 통계는 집계되지 않지만, 평균 50% 이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치킨집은 2015년부터 연평균 8000개 이상 폐업하고 있다. 지난해 창업한 치킨집은 약 6200개로, 폐업한 가게 수가 창업한 가게 수를 능가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갑을 관계’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기도 한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가맹본부 오너의 횡포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한 뷔페 프랜차이즈 오너의 갑질 정황이 드러났다. 장사가 잘되는 점포의 가맹점주를 내쫓고 오너 일가가 경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학계와 연구기관에서는 프랜차이즈 종주국 미국의 2배(규제 수 기준)에 달하는 한국 정부의 강한 규제가 프랜차이즈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올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본부의 경영 원가에 해당하는 차액가맹금을 국회 동의 절차 없이 시행령을 통해 공개하도록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원재료 등 필수 품목을 공급할 때 이윤을 붙여 받는 가맹금을 말한다.

가맹본부는 이에 대해 사업주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재산권(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프랜차이즈 원가 산출 이해도가 부족해 무리한 정책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가맹본부 공급가에는 신제품 개발비와 홍보 예산 등이 포함돼 있어 단순히 물품을 공급하는 대가로만 봐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올해 3월 가맹본부들은 정부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현재 가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맹사업법 주무 부처인 공정위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지난 9월 사상 첫 여성 공정거래위원장이 된 조성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현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차별화된 가맹사업 정책을 시행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 취임 직후부터 프랜차이즈 규제를 크게 강화한 김 전 위원장은 올해 1월 25일에도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부산지부 창립총회에 참석해 “가맹본부의 여러 불공정 거래, 이른바 갑질에 따른 여러 가지 사건이 폭주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규제로 산업의 질적인 성장이 위축되다 보니 해외 진출도 쉽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18년 외식 기업 해외 진출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진출이 확인된 국내 외식 기업체(프랜차이즈 등)의 매장 수는 4721개로 전년보다 21.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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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과 프랜차이즈 매장에 진열된 빵. 사진 최상현 기자
한 제과 프랜차이즈 매장에 진열된 빵. 사진 최상현 기자

가맹본부-가맹점 상생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 필요

문재인 정부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그리고 프랜차이즈는 중요한 일자리 창출 수단 중 하나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은 창업 비즈니스로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해 창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조선’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가맹본부와 가맹점 관계자들은 입장 차이는 있었지만, 프랜차이즈 산업이 갑을 관계로 부각되는 걸 지양하고 상생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프랜차이즈를 상생 관계로 거듭나게 하려는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맹본부를 옥죄는 규제를 펼칠수록 상생은 어려워진다”며 “우량 가맹본부 육성과 진흥을 위한 정책을 균형감 있게 펼쳐야 한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프랜차이즈는 산업구조가 미국처럼 로열티(브랜드 사용료) 기반이 아니라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에 마진을 붙여 수익을 내는 형태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단계적으로 로열티 방식으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는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조선’은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현재와 미래, 제도적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모색해 봤다. 해외 사례와 프랜차이즈 창업 트렌드도 담았다.

김문관·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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