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전자결제 기업 페이팔(Paypal) 창업 멤버들을 조명하면서 이들을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렀다. 페이팔이 2002년 이베이(eBay)에 15억달러(약 1조6303억원)에 매각되면서 돈방석에 앉은 페이팔 창업 멤버들은 회사를 떠나 투자자로 활동하거나 새로운 회사를 창업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사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했는데, 아이디어가 좋으면 그 자리에서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서로 밀고 끌어주는 유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권력 집단이 됐다. 대표적인 페이팔 마피아는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틸과 공동 CEO였던 일론 머스크, 천재 엔지니어 맥스 레브친, 유튜브(YouTube)를 만든 엔지니어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 링크드인(LinkedIn) 창업자 레이드 호프먼. 페이팔의 성공 이후 새로운 도전에 나선 페이팔 마피아가 없었다면 오늘날 테슬라(Tesla), 유튜브, 링크드인도 없었을 것이다.

유튜브는 구글(Google)이, 링크드인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각각 인수하면서 경영진의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페이팔 마피아 머스크가 CEO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3년 출범한 테슬라는 현재 전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이자,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기업이 됐다. 지난해 테슬라 주가가 무려 9배로 뛰면서, 머스크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제치고 세계 부호 1위에 올랐다. 또한 머스크는 테슬라 외에도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SpaceX), 태양광 발전 기업 솔라시티(SolarCity),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하터널을 만드는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 뇌와 인공지능(AI)을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오픈AI(Open AI)와 뉴럴링크(Neuralink) 등을 설립하면서 인류 역사에 큰 궤적을 남길 ‘미래의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오늘날 가장 성공한, 가장 주목받는 페이팔 마피아가 머스크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를 ‘과거’로 남겨두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기업인들도 있다. 테슬라를 떠나 창업한 이들 말이다. 최근 차량 공유업체 우버의 자율주행 사업부를 인수한 미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 이노베이션(Aurora Innovation), 테슬라 대항마를 표방하는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 모터스(Lucid Motors), 유럽 최대 배터리 회사로 성장한 스웨덴의 노스볼트(Northvolt)는 테슬라 출신이 창업해 이미 업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회사다. 이 밖에도 테슬라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설립 4년 만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이 된 온라인 자동차 유통 플랫폼 ‘테키온(Tekion)’,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시브로스(Sibros)’, 한국 토종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팬텀AI(Phantom AI) 등이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크런치베이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테슬라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은 현재 머스크가 관여하고 있는 회사를 제외하면 59개에 이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 ‘기가 팩토리’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 ‘기가 팩토리’에서 직원이 일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테슬라 본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위치한 테슬라 본사.

“머스크가 창업의 영감”

테슬라를 나와 성공한 창업자들이 늘면서 테슬라를 ‘인재 양성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견도 있는데, 테슬라 출신 창업자들의 탄생에 테슬라가 기여한 부분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테슬라를 성장시키기 위해 애초에 실력 있는 인력을 대거 고용했을 뿐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몰아붙이는 테슬라의 치열하고 경쟁적인 조직 문화가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테슬라를 인재 양성소라기보다 ‘인재 용광로’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코노미조선’이 이번 커버 스토리를 준비하면서 만난 테슬라 출신 창업자들은 한목소리로 머스크를 “진짜 CEO이자 배울 점이 많은 CEO”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시장이 황무지였던 시절 전기차의 대중화를 말했던 선견지명, 단순히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가졌던 머스크와 일하면서 테슬라 직원에서 테슬라 출신 창업자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코노미조선’은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이번 커버 스토리를 준비했다. 테슬라 정신을 지닌 테슬라 출신 창업자들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혁신 생태계 형성을 주도할 집단으로 성장할 것이란 가설이다. 이들은 특정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이익 집단이기보다는 테슬라의 혁신 유전자로 무장해 경쟁과 협력을 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테슬라 마피아’로 명명했다. 가설 검증을 위해 지금은 회사를 떠난 테슬라 공동창업자들과 임직원들을 조명했다. 테슬라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인 테키온, 시브로스, 팬텀AI의 CEO를 인터뷰하면서, 테슬라 출신 창업자로서 경쟁력과 머스크로부터 받은 영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테슬라의 조직 문화를 통해 테슬라 마피아의 확장 가능성을 살펴봤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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