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시에 올라와 있는 NFT 작품들. 왼쪽부터 더 휴머노이드·BAYC·크리처 월드·쿨캣·좀비 토아즈·디 오피셜 서리얼즈·크립토펑크 컬렉션. 사진 오픈시
오픈시에 올라와 있는 NFT 작품들. 왼쪽부터 더 휴머노이드·BAYC·크리처 월드·쿨캣·좀비 토아즈·디 오피셜 서리얼즈·크립토펑크 컬렉션. 사진 오픈시

인터넷 정보망인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이자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는 올해 6월 23일 30년 된 웹 소스 코드를 경매에 부쳐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검은 컴퓨터 화면에 1만여 줄의 코드를 입력하는 모습을 촬영한 30분짜리 동영상과 소스 원본파일, 디지털 포스터, 버너스리의 편지를 담은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로 판매한다고 나선 것. ‘이것이 모든 것을 바꿨다(This Changes Everything)’라는 제목의 NFT는 일주일간의 경매 후 540만달러(약 65억원)에 팔렸다. 일각에서 웹을 팔았다는 비판이 일자 버너스리는 “웹이나 소스 코드를 판매한 게 아니다”라며 “NFT는 웹의 근원을 담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간송미술관이 국보(國寶)를 NFT화해 이목을 끌었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7월 자금난 극복을 위해 훈민정음해례본을 100개의 NFT로 만들어 판매했다. NFT 1개당 가격이 1억원에 달했지만 불티나게 팔렸고 간송미술관은 수익금을 운영 자금, 문화재 연구 기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문화계에서는 문화유산을 NFT화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10월 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보 훈민정음해례본 NFT 제작이 문화재를 대중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옹호했다.

NFT를 둘러싼 열기가 뜨겁다. NFT는 그림, 영상, 음악 등 창작물이나 자산을 인증하는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파일이다. 복사-붙여넣기로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NFT는 블록체인 기술에 원작자, 자산 소유권, 판매 이력 등 정보를 모두 기록해둬 위조와 도용이 불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원본의 희소 가치가 부각될 수 없는 한계를 블록체인 덕에 극복한 것이다.

NFT는 스포츠 명장면 등을 담은 영상·사진·텍스트는 물론, 가상세계 속의 부동산 등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잭 도시의 첫 트윗 NFT는 290만달러(약 34억원)에, 스티브 잡스의 최초 이력서 NFT는 2만3000달러(약 2700만원)에 그리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담은 사진과 동영상 NFT는 2억5000만원에 팔렸다.

NFT 열기는 거래액으로도 확인된다. 블록체인 데이터 플랫폼 댑레이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NFT 거래액은 12억달러(약 1조4400억원)로 지난해 전체 거래액(9486만달러)을 뛰어넘었다. NFT 거래액은 지난 3분기 107억달러(약 12조원)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NFT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도 이어진다. 올해 NFT 개발사 대퍼랩스는 두 차례 이상 투자받으며 기업 가치가 76억달러(약 9조원)로 늘었고, NFT 축구 게임 플랫폼 소레어의 기업 가치(43억달러)는 프랑스 스타트업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NFT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지만, NFT가 최근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NFT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게 된 건 이더리움 기반 NFT의 시초 ‘크립토키티(CryptoKitties)’

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크립토키티는 2017년 대퍼랩스가 개발한 가상 고양이 육성 게임으로, 사용자들은 당시 희귀한 가상 고양이 수집에 열광하며, 고가에 거래했다. 하지만 거래 시 이더리움 플랫폼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급등하고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하자 외면받았다.

NFT가 다시 관심을 받은 건 지난해 말부터다.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 입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자, 넘치는 유동성이 암호화폐 가격을 끌어올린 덕분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로 거래되는 NFT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섰다. NFT 펀드운용사 창립자인 메타코반은 지난 3월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이 작품 5000개를 모아 만든 ‘나날들: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을 6930만달러(약 835억원)에 구매했다. 비플은 이전까지 평균 100달러(약 12만원)에 작품을 판매해 왔는데, 이날 생존 작가 중 세 번째로 비싼 작품을 창작한 예술가로 이름을 올렸다. 제프 오슬러 S!NG 최고경영자(CEO)는 “NFT 열풍은 암호화폐 가격 상승으로 축적된 부(富)를 과시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빨라진 디지털 전환은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의 성숙으로 이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점차 커지는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생태계가 NFT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암호화폐 테더 공동창업자인 윌리엄 퀴글리는 “메타버스가 향후 수년 내로 사람들의 삶을 크게 변화시킬 전망”이라며 “아이템 판매가 게임의 주요 수익 모델인 것처럼, NFT도 메타버스의 주요 수익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대비 안 한 갤러리·경매장 도태될 것”

수백 년 전통의 예술품 거래소 크리스티와 소더비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NFT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유명 작가들의 NFT 거래를 성사시켰다. 비자, 타코벨, 나이키, 구찌, 이베이, 틱톡, NBA 등 다수의 온⋅오프라인 글로벌 기업과 단체들도 NFT를 발행·판매하거나 투자하고 있고 가수 린제이 로한, 킹스오브 리온 등은 NFT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 온라인 예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열매컴퍼니,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등이 NFT 사업에 나섰다. NFT가 기존 수집품 산업의 구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부각되면서 진출붐을 일으키고 있다. 스포츠용품 제조사인 파나틱스가 NFT를 내세워 16조원 규모인 미국 야구 카드 시장을 70년간 지배해온 톱스의 자리를 넘보는 게 대표적이다. 파나틱스는 2026년부터 ‘MLB 공식 야구 카드 사업자’가 되기로 메이저리그 선수협회(MLBPA)와 최근 합의했다. 미국에서는 야구 선수가 그려진 실물 카드가 최고 77억원에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아 위조 우려가 컸는데, 이 문제를 NFT로 해결하겠다는 파나틱스의 전략이 먹혔다.

예술가들은 NFT 덕분에 인터넷에서의 복제, 무단 도용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작품의 주인이 바뀔 때마다 원작자에게 자동으로 로열티가 지급돼 또 다른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금전적 여유도 생긴다. 비플은 “NFT는 예술사(史)의 다음 장”이라고 했고, 화가 트레버 존스는 “디지털 세계에 대비하지 않는 갤러리와 경매장 등은 10~15년 후 쓸모가 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버블” “가짜” 공격받는 NFT

NFT의 앞날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게 아니다. 원본이라고 해도 디지털 파일이 컴퓨터 속 데이터에 불과하다거나, 시장이 과도하게 과열됐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50피트 블록체인의 공격’ 저자인 데이비드 제라드는 “NFT 시장은 완전히 가짜”라고 비난했고 프레드 에르삼 코인베이스 창업자는 “NFT 시장은 1990년대 후반 닷컴 버블과 비슷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NFT 시장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NFT화할 실물이 위작이면 방법이 없는 데다 원작자가 아니더라도 NFT를 만들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배우 윌리엄 샤트너는 “내 트윗이 토큰화되고, 내 허가 없이 판매됐다”고 반발했고, 올해 6월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화백의 작품이 NFT 예술품으로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이 있었으나, 저작권자, 유족의 허가를 받지 못해 경매가 무산됐다. 작품을 구매했어도 소유권과 별개인 저작권이 있어야 법적으로 문제없이 NFT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커지면서 세금이나 규제 문제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일본 금융청은 NFT를 규제 대상에 포함할지 살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NFT가 과도하게 많은 전기 사용을 유발해 전 세계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추세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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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Blockchain)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로 거래 때마다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할 수 있도록 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다.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특정 자산을 나타내는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파일. 위·변조가 불가능해 ‘디지털 소유권 인증서’처럼 활용된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와는 다른 개념이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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