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로 기옌 영국 케임브리지대 저지경영대학원장이 10월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마우로 기옌 영국 케임브리지대 저지경영대학원장이 10월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다음 산업혁명이 일어날 곳은 아프리카다.” “중국과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이 된다.”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재산을 축적할 것이다.” “노동자의 절반은 임시직 경제로 내몰린다.”

경제학과 지정학·사회학을 넘나들며 미래 사회에 대해 도발적인 발언을 던지는 마우로 기옌(Mauro F. Guillén) 영국 케임브리지대 저지경영대학원장은 세계적인 미래학자다. 글로벌 트렌드와 국제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미국 와튼스쿨을 거쳐 현재는 케임브리지대에 재직 중이다.

미국 예일대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스페인 오비에도대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인구 구조의 변화에서부터 기술의 발달이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까지 폭넓은 연구 분야를 아우르며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간한 저서 ‘2030 축의 전환’에서는 10년 후인 2030년에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하기도 했다.

조선비즈는 10월 29일 ‘2021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을 개최하며 기옌 원장을 기조연설자로 초청해 강연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조연설에서 기옌 원장은 향후 10년 안에 아시아 중산층의 구매력이 세계 시장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수치로 중국·인도·한국 등 현재는 신흥시장(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 세계 소비 시장의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앞으로 20년 후인 2040년에는 인도가 중국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2030년이 되면 중산층의 구매력이 큰 변화를 겪을 것”이라며 “중국, 인도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 구매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만큼 아시아 지역의 구매력이 확장되고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기옌 원장이 추산한 아시아 중산층의 구매력을 보면 중국이 2030년 기준 14조8020억달러(약 1경7489조45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6조780억달러(약 7293조6000억원)보다 8조7240억달러(143.5%) 급증해 2030년을 기준으로 세계 1위의 구매력을 보유할 것으로 기옌 원장은 전망했다. 또 인도는 같은 기간 구매력이 2조9330억달러(약 3519조6000억원)에서 10조7450억달러(약 1경2894조원)로 늘어나 2위의 구매력을 갖출 것으로 기옌 원장은 예측했다.

다만 2040년이 되면 인도가 구매력에서 중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옌 원장은 예상했다. 그는 “2040년 정도가 되면 중국이 더 이상 가장 큰 소비 시장이 아니고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이 될 것”이라며 “출산율이 인도가 중국보다 더 높아 젊은 인구가 많아지고 이들이 필요한 주택과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 출산율을 토대로 기옌 원장이 분석한 예측 모형에 따르면 2030년 15~35세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인도로 4억8550만 명이 이 연령대에 속한다. 중국은 인도에 밀려 3억3710만 명이고 미국은 이 연령대 인구가 8950만 명에 이른다. 또 한국은 2130만 명이다. 기옌 원장은 “중국의 출산율이 감소하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소득에서 미래를 위한 저축은 줄고 퇴직 후 소비는 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런 자본 흐름의 변화가 중국 자본시장과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고액 자산가 두 배 급증

기조연설에서는 빠르게 늘고 있는 고액 자산가(HNWI·High Net Worth Individuals)도 미래 부(富)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 키워드로 언급됐다. HNWI는 최소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의 투자 여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기옌 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HNWI는 미국이 657만5000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353만7000명), 독일(153만5000명), 중국(146만1000명)순이었다. 한국은 26만1000명으로 인도(27만8000명·12위)에 이어 세계에서 13번째로 고액 자산가가 많다.

기옌 원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지금까지 고액 자산가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고 그들은 80조달러(약 9경6000조원)가량을 보유하고 있다”라며 “이들이 보유한 자산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는 것이 세계적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에 따라 자산 관리, 자산 투자 부문에 엄청난 기회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기조연설에선 또 미국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기옌 원장은 달러화 중심의 통화 시스템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봤다.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화에 계속 도전하며 기축통화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금융 시스템의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제 중국이 미국의 경제 규모를 따라잡고 있고 몇 년 후에는 추월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며 “군사력도 미국이 가장 강하지만 미래에도 (미국이 여전히 우위에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통화와 관련해서는 “위안화가 현재 강세이긴 하지만 앞으로도 달러화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위안화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옌 원장은 “중국은 (정부에 의해) 경제 시스템이 통제되고 있는 국가이고 이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자유로운 투자가 어렵고 통화에 대한 가치가 보호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구매력 향상도 금융 투자 시장의 미래를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로 강조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비교적 긴 평균 수명 등으로 부를 축적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면서 여성 고액 자산가가 늘 것이라는 이야기다. 기옌 원장은 “여성이 교육 환경 개선으로 좋은 커리어(직업)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됐고 저축과 투자에도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6~7년 정도 오래 살기 때문에 오래 일하고 노동에 따른 소득을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으며, 재산을 물려받을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여성 고액 자산가가 늘어나는 환경은 자산시장에서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과도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옌 원장은 “여성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보다 (금, 채권 등) 안전자산을 선호한다”며 “고액 자산가의 비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경향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해용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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