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겸 파트너 서울대 계산통계학, 듀크대 푸쿠아경영대학원(MBA), 전 쌍용정보통신 근무, 전 LG인터넷 근무,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수석팀장 / 사진 VIG파트너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겸 파트너
서울대 계산통계학, 듀크대 푸쿠아경영대학원(MBA), 전 쌍용정보통신 근무, 전 LG인터넷 근무, 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수석팀장 / 사진 VIG파트너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이커머스 업체 쿠팡의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이었다. 쿠팡은 올해 3월 시가총액(시총) 100조원을 인정받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했다. 100조원이라는 숫자를 두고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환호한 반면, 기존 이커머스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쿠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낸 상태였다.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이 국내 시총 2위에 해당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데 대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을 제시해 왔다.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의 이철민 대표 겸 파트너는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쿠팡 신드롬’의 원인을 미래에 확장 가능한 시장 규모, 즉 ‘TAM(Total Addressable Market)’에서 찾았다. VIG파트너스는 2005년 설립된 보고펀드를 모태로 한 사모펀드 운용사로, 버거킹과 BC카드, 동양생명 등의 경영권을 인수 후 매각해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 사례를 남긴 바 있다.

TAM이란 기업이 향후 영위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영위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의 전체 규모를 의미한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나타난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 전 세계 자금이 성장주에 집중되고 있다며, 성장주의 기업 가치가 급등한 배경을 이해하려면 TAM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5~10년 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일찌감치 알아보기 위해서는 TAM의 확장성을 미리 가늠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선비즈가 10월 29일 주최한 ‘2021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에서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조선비즈가 10월 29일 주최한 ‘2021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에서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사진 조선비즈 DB

지난해부터 ‘유동성 잔치’가 계속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IPO가 급증하고 있으며, 돈이 전통 산업과 가치주보다는 미래 산업과 성장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증시의 시총 상위 10개 종목도 대부분 성장주로 분류된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2001년에는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4개만 성장주였고, 2010년에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9개 사가 모두 전통 산업군에 속했다. 지금은 시총 최상위 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는 물론 전통적인 완성차 산업을 영위하는 현대차와 기아까지 전기차·자율주행 산업에 뛰어들며 성장 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증시의 나스닥시장화(化)는 10년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현재 성장 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이 10년 후에는 더 이상 성장 산업이 아닐 수도 있지만, 성장주가 증시를 주도한다는 데는 변함없을 것이다.”

기업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는.
“TAM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TAM은 회사가 향후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의 전체 규모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세탁소 체인 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 세탁물을 수거하고 배달해주는 비대면 모바일 세탁 애플리케이션(앱)을 비교해보자. 전통적 세탁 업체가 전국의 세탁 시장만을 TAM으로 삼는다면, 후자는 다른 시장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다. 며칠에 한 번씩 고객의 집에 들러 세탁물을 수거·배송하는 김에 세탁과 관련된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등 신사업을 결합해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여기서 TAM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TAM의 확장으로 기업 가치가 급등한 실제 사례가 있나.
“이커머스 업체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상품을 직접 사입(仕入)해서 판매·배송하고 있어 회계상 매출 규모는 크나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반면 이베이는 상품 매매를 중개하는 오픈마켓이기 때문에 회계상 매출액은 적어도 꾸준한 이익을 낸다. 이 때문에 기존 시각으로 볼 때 쿠팡은 이베이보다 훨씬 저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쿠팡은 상장 당시 시총이 100조원이었으며, 주가가 많이 하락한 현재도 60조원이 넘는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6월 말 이마트에 매각됐을 당시 기업 가치가 4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과거 우리 같은 사모펀드 투자 회사들은 회사들이 얼마를 벌고 있으며 이익이 얼마나 늘어날지에 집중했는데, 쿠팡은 이익과 무관하게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쿠팡이 TAM을 어떻게 확장했나.
“쿠팡은 전통적인 이커머스 업체와 다르다. 우선 신선 식품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를 출시해 마켓컬리와 경쟁 중이다. 이베이는 상품을 직접 사입하는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신선 식품 배송에 뛰어들기 어렵다. 쿠팡은 또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를 출시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요기요’와 2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국내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약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 외에도 결제 서비스 ‘쿠팡페이’까지 내놓으며 120조원의 결제 대행 시장에 뛰어들었고, ‘쿠팡플레이’를 통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도 진출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주목받는 테슬라 주가도 TAM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테슬라 역시 TAM을 통해 기업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테슬라의 기업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연간 판매 대수, 이익 수준 등이 아무 의미가 없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가 아닌 IT 기업에 가까운 만큼, 테슬라가 향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지가 중요하다. 테슬라뿐 아니라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 역시 전통 호텔 체인 업체인 아코르보다 시총이 10배 이상 많다. 이 격차 역시 TAM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그 외 TAM에 주목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면.
“2004년 설립된 브라질계 사모펀드 운용사 3G캐피털이 있다. 이 회사는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인수·결합해 TAM을 확장한 경험이 있다. 3G캐피털은 지난 2010년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버거킹 경영권을 사들였으며, 이후 ‘캐나다의 던킨’으로 불리는 도넛·커피 체인 업체 팀호튼스를 인수했다. 팀호튼스와 버거킹을 합병해 ‘레스토랑브랜드인터내셔널(RBI)’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지난해에는 파파이스까지 인수해 전 세계 3위 규모의 퀵서비스레스토랑(QSR)으로 발돋움했다. 3G캐피털의 TAM 확장 사례는 또 있다. 버거킹을 운영하다 보니 케첩과 마요네즈 소비량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2013년 버크셔해서웨이와 손잡고 하인즈를 인수했다. 2년 뒤에는 크래프트를 인수해 하인즈와 합병했고, 전 세계 5위 식품 가공 업체 ‘크래프트 하인즈’를 탄생시켰다.”

국내 기업 중에는 TAM 확장 사례가 있을까.
“국내 기업들도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마트가 있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와 의류 이커머스 업체 더블유컨셉을 인수해 온라인 유통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성수동 본사 사옥을 매각한 것 역시 온라인 사업에서 승부수를 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 사업 영역을 넓히지 않으면 TAM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TAM을 기반으로 10년 후 성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커다란 변화의 축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기업의 디지털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친환경, 비대면, 바이오는 거스를 수 없는 큰 방향이다. 결국 이와 관련된 사업 분야의 TAM이 가장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10년 후 TAM이 얼마나 확장될지 고민해보고, 잠재성 있는 기업을 발굴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도 이를 유념해야 한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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