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뉴욕대 회계학, 전 미국 투자 회사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 포트폴리오 매니저, 전 라자드 자산운용 매니징 디렉터 / 사진 조선비즈 DB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뉴욕대 회계학, 전 미국 투자 회사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 포트폴리오 매니저, 전 라자드 자산운용 매니징 디렉터 / 사진 조선비즈 DB

“불확실성이 커진 ‘코로노믹스(Corona+ Economics)’ 시대에도 성공적 주식 투자의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옥석을 고를 때 중요한 핵심 포인트는 ‘경영진의 자질’과 ‘투자할 기업의 시간적·지역적 확장성’이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10월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서 코로노믹스 시대에도 올바른 투자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연세대를 중도에 그만두고 뉴욕대로 간 뒤 회계학을 공부했다. 미국 회계법인 KPMG 피트마윅(Peat Marwick)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가치 투자를 공부했다. 이후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Scudder, Stevens and Clark), 라자드 자산운용(Lazard Asset Manage-ment) 등 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일하면서 기업 분석과 투자 업무를 해왔다.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존 리 대표의 투자 철학은 변함이 없다. 미래 가치를 보고 좋은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그의 투자 철칙이다. 존 리 대표는 “투자 방식에는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전망을 분석한 뒤 전체적인 추세 변화를 보는 상향식(bottom-up) 투자와 전체적인 경제 상황을 분석한 후 유망 산업을 파악한 다음 해당 업종 기업에 베팅하는 하향식(top-down) 투자로 나뉜다”면서 “우리는 상향식에 바탕을 두고 장기적으로 우수한 펀더멘털을 보유한 기업을 골라내는 투자를 하는데, 결국 투자 선호도의 차이가 있지만 ‘기업 가치’에 중요한 척도를 두고 투자한다”고 말했다.

존 리 대표는 “보통 사람들이 주식을 사고팔 때 막연한 기대감과 가격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고, 주가가 떨어지면 즉각 파는 손절매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5~10년을 내다보고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코로나19 여파에도 주식을 소유한 사람들은 미보유자보다 오히려 더 부자가 됐다”면서 “코로나19에 어떤 기업이 잘될 것이냐를 섣불리 판단하기보다는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미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을 고르라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연 내용과 이후 별도로 이뤄진 존 리 대표와 인터뷰를 정리한 일문일답.


주식 투자를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옥석을 고를 때 가장 주안점을 둬야 할 포인트는 ‘오너·경영진의 자질’이라고 본다. 경영자가 똑똑한지, 도덕적인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결국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은 경영진의 자질과 운영 능력, 경영 철학이 바탕이 되어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전기차 회사 ‘테슬라(Tesla)’에 투자하겠다고 마음먹은 투자자들이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온라인 강연을 보고 투자하는 이유도 강연이 해당 기업 경영진 목표, 투자 가치, 경영 철학을 판단할 수 있는 핵심 참고 사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불확실성’이다. 최적 투자 시점을 어떻게 찾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 기간이 길어지거나 혹은 짧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미래 예측 자체가 의미가 없다. 특히 한국의 경우 주식 투자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에 투자 기간을 길게 하느냐 짧게 하느냐 하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 비대면, 장수 시대에 헬스케어나 플랫폼 비즈니스, 온라인 쇼핑 등에 대해 내 자산의 몇 퍼센트를 투자할지, 자산 배분의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손절매하는 투자자가 많다.
“주가가 소폭 하락해도 주식을 매도하는 투자자가 많은 게 사실이다. 주식 투자는 10%, 20% 수익을 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자본금의 10배 이상을 벌기 위한 투자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주식을 살 때 적어도 5~10년 이상 보유한다는 가정하에 사는 것을 권하고 싶다. 단기 수익에 연연해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투자 철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주식 투자가 쉬워 보이지만 어려운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할 때 경영자의 자질 및 운영 능력, 주식 가격(가격이 적당한지), 회사의 미래 가능성 등을 따져 가치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식에 투자하는 건 기업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투자할 기업과 함께 오랜 기간 동행해도 괜찮다는 판단이 선다면 장기 투자하라.”

투자하기 좋은 기업으로 ‘시간적·지역적’ 확장성을 가진 곳을 꼽았는데, 그 이유는.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Netflix)는 코로나19 시대에도 폭넓은 확장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시청하며 넷플릭스 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좋은 콘텐츠와 글로벌화된 유통 채널, 제휴 사업 확장이 가능한 기업들은 곧 시간과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매출을 창출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최근 카카오뱅크 등의 핀테크 기업이 기존 시중 은행보다 시가총액이 더 높아진 이유도 이런 확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기존 전통 은행들이 매출 등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기업에 투자자들이 더 몰리는 현상은 이들 기업(핀테크 관련)에 대한 경영진의 창의적 아이디어, 미래 투자 가치, 문화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투자자들에게 ‘다양성과 유연성’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라고 주문하는데.
“빠르게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기업이 투자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의 니즈는 가격, 건강, 환경, 사회적 책임, 개인 만족도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변화되고 있다. 이에 기업들 또한 다양성을 가지고 변화하는 소비 패턴을 따라갈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다. ESG 관련 기업 투자 시 어떤 것을 주로 봐야 하나.
“ESG 경영을 하지 않는 회사는 존립이 위태롭다. ESG 관련 펀드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ESG 경영을 말할 때 보통 E만 생각한다. ESG를 표방한다고 말하는 회사가 환경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지표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E보다 더 중요한 것은 S와 G다. ESG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핵심 이슈로 여성이 있다. 여성이 인구의 반인데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비율은 세계에서 최하위권이다. 성 평등 고용을 달성하고 있는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미국에서는 백인만 있는 회사에는 믿음이 가지 않아 투자를 머뭇거리는 투자자들이 많다. 일정 인종 비율과 성별 균형이 있는 기업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 왜냐하면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기업은 경직된 회사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기업 내에서 성별 외에도 인종 등 구성원에 대한 다양성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는 기업이 수익 및 주가도 좋다. 일례로 기업 이사회 또는 경영진에 적어도 한 명의 여성이 있는 회사의 경우 과거 10년 동안 투자자에게 연간 3.3%의 초과 수익률을 제공했다. 기업 내 15% 이상이 여성인 기업이 10% 미만인 기업보다 수익성이 50% 이상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 기업들이 ROE(자기자본이익률)도 더 높게 나온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조사에 따르면 이사회에 여성이 적어도 3명 이상 있는 기업은 대체로 조직 구성원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창의성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점 등 기업 문화가 더 유연하게 바뀌며 그 결과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비례해서 성장한다고 볼 수 있다.”

장윤서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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