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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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어떤 것도 취하지 않고 모든 제품을 만드는 게 애플의 또 다른 목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한 말이다.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제품을 재활용 소재로만 만들겠다고 공표한 것이다. 쿡 CEO는 같은 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바 테크(Viva Tech) 2021’에서도 “앞으로 새 아이폰을 만들 때 더 이상 지구 자원을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또 한 번 말했다.

애플은 이를 실현하고 있다. 4월 21일 발표한 ‘2022년 환경 경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과 맥 제품군 생산에 재활용 텅스텐, 희토류, 코발트 소재 사용량을 전년 대비 두 배 늘렸다. 특히 아이폰13 시리즈에는 애플 제품 최초로 재활용 금을 활용했으며, 애플 제품에 사용한 모든 알루미늄 중 59%가 재활용 자원이었다. 또 대다수 제품 외장에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했고, 포장재에 플라스틱이 사용된 비율은 4%에 그쳤다. 아울러 자사 재활용 로봇 ‘데이지’, '타즈' 분해 기술로 아이폰 부품 1tonne(미터톤·질량 단위로 1000㎏에 해당)에서 광석 2000tonne과 비슷한 양의 금과 구리를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20년 7월 자사 제품과 전 세계 공급망에서 2030년까지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을 실현하겠고 선언한 바 있다. 

애플처럼 탄소 중립과 자원 순환 등 환경 정책에 공을 들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겪은 인류가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재확인하면서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화두가 됐고, 각국 정부는 잇달아 탄소 중립 선언에 나섰다. 특히 폐배터리가 문제로 부각되자 유럽 의회는 4월 말 ‘지속 가능한 배터리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발효되면 2030년부터 배터리 주요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재활용 소재를 써야 한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00년 제정한 ‘EU 폐자동차 처리 지침(ELV)’을 통해 EU 역내 자동차 제조 업체와 판매 업체에 폐차의 무료 수거 의무를 부과하고, 재활용 의무화 비율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쓰레기로 뒤덮인 인도네시아 라부안 바조(Labuan Bajo)섬 해안가. 셔터스톡
쓰레기로 뒤덮인 인도네시아 라부안 바조(Labuan Bajo)섬 해안가. 사진 셔터스톡

또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쓰레기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을 강화했다. 이 기간 마스크, 진단 키트 등 개인 방역용품 사용이 급증하고, 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른 배달 용기 등이 늘면서 쓰레기가 쌓여갔다. 

특히 쓰레기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2018년 24종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해 모든 고체 폐기물 수입을 중단한 가운데 각국이 방역을 이유로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에 버려지던 쓰레기는 갈 곳을 잃었다. 토니 워커 캐나다 달하우지대 자원환경연구학과 부교수는 “팬데믹으로 발생한 쓰레기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지구의 폐기물 관리 문제가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은 2016년 20억t이었던 세계 폐기물 발생량이 2030년에는 25억t, 2050년에는 34억t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코로나19 기간 외면받았던 폐기물 규제에 다시 시동이 걸리고 있다. 지난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2)에서 채택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결의안’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 협약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 밖에 팬데믹을 이유로 일시 폐지되거나 시행이 연기된 각국의 일회용 플라스틱 관련 규제도 재시행되는 분위기다. 


‘돈 되는’ 폐기물 산업에 돈 몰린다

결국 바이러스 팬데믹에 이어 쓰레기 팬데믹이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지만, 동시에 이는 폐기물 처리라는 비즈니스를 키우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 폐기물 처리 업체 리퍼블릭서비스(RSG)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5월 11일(현지시각) 기준 129.14달러로 1년 전보다 약 20% 올랐다. 산업의 성장 기대가 커지자 글로벌 자금이 몰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지난 2월 1억1700만달러 규모의 RSG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미국 시장 조사 전문 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글로벌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6120억달러(약 2089조1500억원)에서 2030년 2조4830억달러(약 3217조96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코노미조선’이 ‘커가는 쓰레기 산업, 쓰레기 골드러시’를 기획한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IS동서, 태영그룹, 쌍용C&E 등 폐기물 배출량이 많은 건설·시멘트 기업이 폐기물 처리 기업 등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고, 국내외 석유화학 기업은 플라스틱 재활용·재생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IT 기술을 기반으로 폐기물 시장에 도전한 스타트업도 주목받고 있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국내에서는 200억원 이상 대규모 투자를 받은 폐기물 관련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해외에서는 미국 루비콘(Rubicon) 같은 폐기물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순환 경제(자원 절약과 재활용으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경제 모델)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크리스틴 휴즈 GPAP 이사는 “현재 전 세계 순환 경제 성숙도는 8.6%에 불과하다”며 “더 많은 협업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조언했다.


plus point

산업 폐기물에서 금 캐는 
‘도시 광산업’의 부상

애플의 아이폰 분해 로봇 ‘데이지(Daisy)’. 사진 애플
애플의 아이폰 분해 로봇 ‘데이지(Daisy)’. 사진 애플

‘도시 광산업’, 1980년대 일본 도호쿠대(東北大) 선광제련연구소의 난조 미치오(南條道夫) 교수가 주창한 개념이다. 국내에는 2000년대 도입됐다. 폐기물 산업이 오래전부터 ‘금맥’으로 취급돼왔음을 보여준다. 폐휴대전화나 가전제품, 반도체, 폐자동차 등에서 금, 은, 팔라듐 등 고가의 산업용 금속 소재를 뽑아내는 도시 광산업은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방안으로 부상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16년, 약 80년 이후인 2100년 전 세계 천연자원 매장량이 바닥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도시 광산업은 돈이 된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재사용이 힘든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같은 자원과 달리 금속은 형태를 바꿔도 기본 형질은 유지되므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201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도시 광산에서 추출하는 희소금속의 잠재 가치가 33조원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최근 순환 경제가 주목받으면서 도시 광산업도 재조명받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발간한 ‘도시 광산 산업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자원 순환 시스템을 통해 천연자원 절약, 효율적 국토 이용, 환경 오염 감소 등 다양한 사회적 편익을 주는 도시 광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한 광물 자원 확보 사업이 한계를 보이고, 국가별 수출 규제 및 관세 강화 조치 등에 따라 국제 자원 시장 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도시 광산업은 주요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마피아 같은 범죄 조직들의 돈벌이로 전락한 폐기물 불법 처리를 도시 광산업으로 양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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