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경영 석학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 박사가 저술한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s)>이 지난 2008년 국내에 소개된 이래 히든챔피언 열풍은 지속적으로 한국을 휘감고 있다.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숨은 강자가 되고자 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본받기 노력에다 정부의 강소(强小)기업 육성 정책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히든챔피언은 국내 산업계의 일상적 화두가 됐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독일 국빈 방문 당시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아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히든챔피언 열풍에 또 다시 불을 댕긴 바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EU)의 경제 모범생일 뿐 아니라, 경제침체에 시달리는 유로존(Eurozone)이 의지하는 성장 견인차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가 이뤄지면서 유럽 각국 경제도 타격을 입고 있다. 독일도 러시아발(發) 유탄의 사정권을 피할 수는 없다. 실제 독일을 대표하는 몇몇 글로벌 기업은 러시아발 악재로 주가와 경영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유럽 경제의 버팀목인 독일마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제기되는 터다. 하지만 독일 경제는 여느 유럽 국가와 달리 매우 강한 펀더멘털(Fundamental)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두터운 제조업 기반이 국가 경제의 안전판 구실을 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수백만 미텔슈탄트(Mittelstand: 중소기업)와 함께 1000여개가 훨씬 넘는 히든챔피언들이 버티고 있다. 독일 경제가 일시적인 대외 변수에 그리 심각한 타격을 입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의 벤치마킹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독일 히든챔피언의 성공 비결을 들여다본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독일에서 유학 중이었다. 그는 당시 방학을 틈타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그가 근무한 곳은 비교적 허름한 시설에서 애완견용 목줄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었다. 회사 이름은 ‘플렉시(Flexi)’였다. 그런데 당시 직원 수 3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 플렉시가 만드는 목줄이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김광희 연구위원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 회사가 얼마나 대단한 회사인줄 알게 됐다. 헤르만 지몬이 발굴한 이른바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s)’에 바로 플렉시가 포함돼 있던 것이다.헤르만 지몬에 따르면, 플렉시는 애완견용 목줄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이 무려 70%에 달한다. 독일에서 모든 물량을 생산해 90% 이상을 전 세계 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값싼 모방 제품을 앞세운 중국 경쟁업체들의 파상공세도 ‘명품 목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플렉시의 아성을 허물지는 못했다. 플렉시는 세계 경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아시아 시장에 전력을 기울이며 세계 시장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김광희 연구위원의 말이다. “플렉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참 인상적이었던 게 예순 살 가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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