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 <국화와 칼>은 양면성을 가진 일본 문화 원형과 일본인의 기질을 잘 분석한 스테디셀러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자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국화가 ‘고귀함’과 ‘평화’를 뜻한다면 칼은 내면에 숨겨진 일본인의 또 다른 기질이다. 최근 아베 내각의 경제 정책을 보면서 새삼 국화와 칼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지난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길고 긴 불황의 터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수출에 목숨 건 일본 기업들은 ‘엔고’라는 미로 속에서 끝 모를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미국·유럽연합(EU) 등 다른 선진 국가들이 ‘양적완화’라는 초강수를 쓸 때도 일본의 손에는 ‘국화’만이 들려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일본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그리고 국제 공조를 통한 불황 타개를 외치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 정부의 통화정책(엔저)은 주변국, 그중에서도 우리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잘만 쓰면 입에는 달지만, 과다복용하면 몸을 망치게 만드는 설탕과같은 존재다. 자칫 ‘나라 빚잔치’로 끝날 수 있다. 그래서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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