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발 경제 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가계대출 부실은 금융권 연쇄부실로 이어져 가뜩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로 힘들어 하는 우리 경제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드는 부동산 투자법이 있다. 바로 부동산 경매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들에게 부동산 경매는 꿈에 그리던 부동산을 값싸게 손에 쥘 수 있는 좋은 투자법이다.

최근 신문지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들이 바로 가계부채, 부동산 경매, 반값주택이다. 이 세 단어는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자 빚을 내 집을 산 개인들의 가계사정이 악화된 것이 가계 부실의 원인이라면, 그로 인해 경매로 내몰리는 부동산이 늘어나는 것은 결과다. 그리고 이 같은 경기 침체 속에 발생하고 있는 경매물건은 반값주택, 반값아파트, 반값토지라는 또 다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게 진짜 문제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가 반으로 떨어지는 이른바 ‘반값주택’의 속출로 과거 60% 이상 주택담보비율(LTV)을 적용한 금융기관의 채권은 하루아침 만에 부실채권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부실채권은 또 다른 금융부실로 이어지면서 하반기 한국경제의 심각한 걱정거리로 커지고 있다.

- 고급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압구정동 일대. 이곳도 경매물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

끝 모를 추락 “강남아파트는 웁니다”

이런 악순환은 지표상으로 확연하게 나타난다. 경매정보제공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 가운데 대출 금액이 낙찰가보다 낮은 부실채권형 물건은 1월 264건에서 5월 340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경매로 회수하지 못하는 금융권의 월별 부실채권 금액도 1월 274억원에서 5월 362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부동산, 금융 당국의 진짜 고민은 상황이 이런데도 해결할 묘안이 없다는 데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된 규제들을 상당수 해제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오히려 일부 지역은 값이 더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러다가 ‘일본식 장기 불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의 말이다.

“지금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는 모습은 단순히 경기 침체로만 볼 수 없다. 얼마 전까지 나조차도 ‘집값은 언젠가 다시 오른다’는 막연한 믿음을 가져왔지만, 앞으로의 인구구조나 세대별 가족 구성원수로 볼 때 1960년대부터 시작된 대상승기는 이제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다. 사서 갖고 있으면 돈 버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최근 나타난 경기 침체는 패러다임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에서 올 연말부터 내년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것만 대략 전체 금액 중 40%다. 어떤 식으로든 연착륙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앞서 설명한 악순환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 양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우스 푸어란 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으로 집을 마련했지만 이자 부담이 커 어려움에 처한 세대를 가리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소득의 30% 이상이 이자 상환에 쓰이며 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사람을 하우스 푸어로 정의했다. 이 연구소가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2000가구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16.2%가 하우스 푸어였다.

특히 수도권 등 인기지역 경매물건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경매물건이 늘고 있다는 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태인의 월별 경매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6월 전국에서 쏟아진 경매물건수는 2만179건을 기록했다. 이 중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 나온 물건이 9486건이다. 이는 연초 8319건보다 1000여건이 늘어난 수치다. 예년에는 서울 변두리, 수도권, 지방의 경매 물건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 나오는 것들은 지역, 평형대를 가리지 않는다. 유명 연예인이나 대기업 회장이 살던 집부터 허름한 10㎡(3평)짜리 상가까지 마구 쏟아지고 있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버블세븐으로 분류돼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맞아야 했던 서울 강남3구, 목동, 경기도 용인, 분당, 평촌, 일산에서 집값이 분양가에서 반토막 난 ‘반값아파트’, 은행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것보다 매매값이 떨어진 ‘깡통 주택’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버블세븐 아파트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지난 6년간 집값이 20% 이상 하락했다. 

늘어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이들에게 마지막으로 기다리고 있는 건 결국 부동산 경매뿐이다. 올 상반기 부동산 경매시장에 내몰린 서울·수도권 아파트 5772가구 중 관리비가 체납된 상태로 나온 물건은 총 2697가구(체납률 46.73%)였다(부동산태인 조사 기준). 이는 경매로 내몰린 아파트 소유자, 세입자 중 절반이 관리비도 내지 못할 만큼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뜻이다. 아파트 관리비에는 전기요금, 수도세 등 개별 필수 공과금과 공용면적 공유에 따른 공과금이 포함돼 장기 체납할 경우 전기나 수도가 끊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상반기 체납된 관리비 총액은 33억6974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반기 조사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다”고 조사결과를 설명했다. 

내집 마련 실수요자 ‘지금이 기회’

이렇게 상황이 심각하지만 오히려 불황을 기다리는 이들도 있다. 바로 역발상 투자인 경매를 하려는 사람들이다. 부동산 업계에서 경매는 ‘불황을 반기는 투자상품’이라고 말한다. 경기가 어려워져야 부동산 경매로 내몰리는 물건이 늘어날뿐더러 경쟁자도 많지 않다. 경매는 물건도 많아야 하지만 참여하는 사람 수가 적어야 손에 쥘 확률이 높은 법이다. 물건수가 많고 경쟁자가 없는 게 가장 이상적인 투자환경인데 그게 바로 요즘이다. 지난 6월 전국 부동산 경매 입찰경쟁률은 2.98대 1로 한 달(3.32대 1)전보다 다소 떨어졌다. 서울(3.36→3.07), 수도권(3.69→3.26) 모두 입찰경쟁률이 하락세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입찰자 수가 줄어든 것일까. 이유는 지극히 심리적인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투자자들이 경매입찰마저 외면하는 것이 경쟁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일반인들의 참여가 줄면서 경매로 부동산을 구입할 확률은 한결 높아졌다. 지난 7월17일 서울중앙지법 경매3계 경매물건의 경우 전체 매각 물건 64건 중 1명이라도 입찰에 참여한 물건은 17건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 중 입찰자가 1명뿐인 단독입찰 물건은 7건이었다.

 경쟁률이 낮고 물건수가 많아지고 있다는 건 낙찰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외에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바로 유찰(입찰자가 나오지 않아 다음 달에 재입찰하는 것) 횟수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매는 해당 입찰일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다음 달 입찰 때 가격을 20~30%씩 강제로 내려 재입찰을 연다. 지난 6월말 기준 전국 부동산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69.68%였다. 감정가(시세)가 100원인데 경매로 69원에 구입했다는 얘기다. 가장 인기가 높은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가율도 감정가의 75.38%에 그쳤다. 황지현 방철환법률사무소 경매실장은 “추가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 걱정된다면 낙찰가율을 낮춰 구입하면 된다”며 “지금부터는 서울 강남 등 유망 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실수요 차원에서 구입하기에 적당한 때”라고 조언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에서 3회 이상 유찰(감정가 51% 이상)된 후 낙찰된 물건이 532건이었다. 한 달 전 168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할 때 증가속도가 빠르다. 지난 7월19일 서울중앙지법 경매8계에 나온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115㎡(31.6평)는 감정가 10억5000만원보다 24% 떨어진 7억9235만원에 낙찰됐다. 지난 2006년 매매가가 14억원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할 때 사실상 반값에 매각된 셈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부동산 경매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입찰에 참여하는 예비 투자자 수는 적지만 지금부터라도 경매를 배워보겠다며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건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정부가 규제 완화책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은 전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7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모습.

경매강좌·관련 서적 판매 열풍

 경매 전문가로 알려진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지난 6월30일 서울 필동 동국대 문화관에서 경매강좌를 열었는데 250명의 예비경매투자자들이 자리를 꽉 채워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저서

<경매부자들(흐름출판사)>을 출간한 기념으로 가진 이날 경매강좌에서 참석자들은 강의 3시간은 물론, 마지막 질의응답(Q&A)까지 단 한명도 자리를 뜨지 않는 등 열띤 관심을 보였다. 고 지점장은 “강연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고객들은 단기 시세차익보다는 매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근린상가, 오피스텔 등이 경매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경매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출판시장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주요 서점마다 부동산 경매 서적이 경제, 경영 분야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7월 둘째주 투자재테크 분야 톱10 중 경매 투자와 관련된 도서가 5위(경매부자들)와 8위(저는 부동산경매가 처음인데요)를 차지했다. 박수호 예스24 경제, 경영 담당 MD는 “주식, 펀드 등 일반 재테크 서적은 출간 서적 수나 판매량 모두 감소했지만 부동산 경매 관련 서적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3배 가량 늘었다”며 달라진 수요변화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부동산 경매의 함정은 없을까. 결론은 ‘있다’다. 경매는 ‘법’이라는 규정을 기준으로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서류 하나만 잘못 써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특히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것이 입찰가 산정이다. 이론적으로 지금 시세보다 싸게 산다고 해도 기준점인 시세가 추가로 떨어지면 저가 취득의 매력은 사라진다. 부동산 경매 컨설팅업체인 메트로컨설팅의 윤재호  대표는 “경기 위축에 대비해 최대한 저가로 보수적인 관점에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입자의 대항력 여부도 중요하게 체크해야 한다. 낙찰 후 2~3개월 내 명도(전 소유자나 세입자가 집을 비우는 행위)가 끝나는 것이 보통이지만 전 소유자나 세입자가 버티면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아래 Tip 참조). 권리관계를 잘못 해석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도 낙찰자로선 시간적, 금전적 손해다.

 Tip l 경매 이것만 주의하라

싸게 사도 잘 내보내지 못하면 ‘낭패’

경매를 생각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얼마나 싸게 구입(낙찰)했느냐만 생각한다. 하지만 경매전문가들은 부동산 경매의 진짜 어려움은 명도에 있다고 말한다. 싸게 낙찰받았더라도 직접적인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집을 불법 점유하고 있는 세입자를 제때 내보내지 못할 경우 손실되는 기회비용을 돈으로 환산하면 이 역시 만만치 않다.

법원에서 낙찰을 허락받은 다음날부터 명도 절차는 시작된다. 우선 낙찰 후 무조건 해당 부동산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세입자나 전 집주인을 만나는 게 추후 발생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시키는 길이다. 그 다음 인도명령신청서를 보낸다. 인도명령신청서란 쉽게 말해 그만 집을 비워달라는 통지서다. 명도집행에 적법성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인도명령신청서가 소유자나 세입자에게 우편 또는 집행관을 통해 전달돼야 한다. 그런데 가령 해당 주택이 빈집일 수 있다. 그럴 때는 인도명령서가 전달되지 않는다며 법원이 보낸 주소보정명령서를 갖고 지역 주민자치센터를 찾아가 해당 세대의 주민등록 초본을 발급받는다. 이것을 관할 주소지 집행관에게 제출해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강제집행 과정에서 세입자, 전 소유자와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그보다는 얼마 정도 이사비용을 주고 내보내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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