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는 일반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상품별 부침은 일반 부동산 궤적과 비슷하다. 꼬박꼬박 돈을 받는 월지급식 상품이 재테크 시장의 대표주자가 된 것이나 부동산 경매에서 소형주택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나 같은 이치다. 상품별 부동산 경매 투자법을 살펴봤다.

- 전문가들은 추가 가격 하락에 대비해 입찰가 산정 시 보수적으로 책정할 것을 당부한다.

최근 부동산 경매로 내몰리는 물건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경매는 금융기관이나 개인이 채권 회수 차원에서 법원에 강제매각을 요청해야 열린다. 부동산 경매로 내몰리는 물건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가계 대출이 위험수준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올해 삼성동 아이파크 3가구 경매로

단적으로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불렸던 단지다. 한창 부동산 경기가 고점을 향할 때는 한 채당 가격이 50억~60억원을 호가했다. 부과되는 아파트 관리비만 웬만한 직장인 월급 수준이었던 아이파크는 입주민 대부분이 최상류층이어서 2008년 이후 불어닥친 경기 침체 여파도 비켜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도 극심한 부동산시장 불황에는 견디지 못했다. 올해 벌써 3가구나 부동산 경매에 나왔다. 8월9일 입찰을 실시할 이 물건은 사우스윙 동(棟) 23층 세대로 면적은 145㎡(55평), 감정가는 32억원이다. 이 경매물건은 지난 7월5일 열린 1차 입찰에서 주인을 찾지 못해 감정가 80%인 25억6000만원에 재입찰됐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5월15일 열린 사우스윙 동 27층 세대(168㎡·51평)는 2회 유찰된 끝에 감정가(36억원)의 73.6%인 26억5100만원에 매각됐다. 또 6월14일 진행된 웨스트윙 동 12층 세대(195㎡·59평)는 3회차 단독입찰로 감정가(42억5000만원)에서 15억3000만원 내려 낙찰됐다.

아이파크 사례는 달라진 투자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지난해부터 국내 아파트 시장은 중대형과 소형 간 양극화가 뚜렷하다. 2000년대 중반 전성기를 걷던 중대형 아파트가 주춤하는 사이 1~2인 가구 임대사업용 소형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중대형 아파트 침체는 이제 삼성동 아이파크 같은 최고급 대형아파트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매가 가진 기본 속성과 관련이 있다. 채권자가 법원에 경매를 신청하면 법원은 지정된 감정평가기관에 조사를 의뢰한다. 이것이 바로 감정가다. 감정가는 최초 경매 입찰가이기도 하지만 해당 부동산 가격을 객관적으로 설명해주는 기준점이다.

그런데 경매로 넘겨져 최초 감정가가 산정되기까지 시차가 5~6개월 걸리기 때문에 감정가는 늘 현 시세와 일정한 차이를 기록한다. 경기가 한창일 때 부동산 경매 물건이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되는 것은 입찰자들이 감정 당시보다 현재 내지는 앞으로의 시장상황을 좋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요즘 나타나는 현상은 정반대다. 최근 부동산 경매시장으로 내몰리는 물건들은 대부분 지난해 처분이 결정된 것들이다. 입찰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당시보다 20~30% 정도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고 이것이 유찰횟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경매는 한번 유찰될 때마다 이전 입찰 시작가보다 20~30%씩 값을 낮춰 다시 경매를 연다. 가격 차감률을 20%로 잡으면 1회 유찰 시 감정가의 80%, 2회는 64%, 3회는 51%, 4회는 41% 수준으로 내려간다. 세 번 이상 유찰되면 감정가 기준으로 사실상 반값 주택이 되는 셈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상당수 투자자들이 지금 나오는 아파트는 지난해 시세를 기준으로 감정가가 책정됐다고 보고 있다”면서 “최소 2회 이상(64%) 떨어진 뒤에 입찰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7월10일 기준으로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2회 이상 유찰된 경매물건은 모두 677건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 경매로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어떤 투자 자세를 취해야 할까. 경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 투자자 모두 당장 서두르지 말고 추이를 봐가며 입찰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매입 환경이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어 경매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거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들은 하반기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매로 내몰리는 부동산 역시 늘어나 물건 선택의 폭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지점장은 “집값이 바닥을 친 것을 확인한 뒤에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고급아파트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경.

반대로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는 의견도 있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는 “일반 부동산 값이 떨어지면 부동산 경매는 유찰횟수가 더 늘어나기 때문에 그 역시 시세보다 싸게 사는 셈”이라면서 “앞으로는 강남 노른자위 지역에 3번(감정가 대비 51%) 이하 떨어지는(유찰) 물량도 나올 것 이기 때문에 장기투자자나 실수요자는 지불능력만 있다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아파트들이 반값 이하로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2인 가구를 수요층으로 삼는 소형주택은 경매 열기가 뜨겁다. 특히 서울 강남권 소형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80%선을 넘어섰다. 한 경매전문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예전보다 일반인들의 참여가 쉬워진 것도 소형주택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부동산 경매로 나와 배당이 완료(매각이 끝난 물건)된 아파트 11만9686가구를 분석한 결과 전체 물건 중 73.71%(8만8215가구)는 건물 면적 85㎡(25.7평) 이하의 소형아파트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면적이 198~265㎡(60~80평)인 대형아파트는 배당완료 건수가 0.47%로 가장 적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형 부동산은 올 상반기 ‘2-3-8법칙’ 물건에만 투자자가 몰렸다”고 말했다. 강 소장이 밝힌 2-3-8법칙은 △2회 이상 유찰됐거나 △매각가가 3억원 이하 △전용면적이 85㎡ 이하인 물건을 말한다.

- 서울 마포 아현뉴타운 모습.

재개발·재건축 인기 시들 ‘아 옛날이여’

소형아파트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것은 오피스텔, 소형 근린상가다. 특히 오피스텔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품 중 하나다. 지난 7월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가 수도권 거주자 655명을 대상으로 한 ‘2012년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18.8%가 희망하는 투자 상품으로 오피스텔을 꼽았다. 오피스텔, 소형 근린상가는 매달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점이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나온 업무시설 낙찰가율은 76.68%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업무시설로 분류되는 것은 오피스텔과 오피스 두 가지다. 비율로 치면 오피스텔이 9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이는 같은 달 아파트 낙찰가율(75.45%)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감정가다. 일부에서는 상당수 오피스텔이 고가에 분양된 것에 우려를 표시한다. 고준석 지점장은 “오피스텔은 소형아파트보다 전용률이 낮은 데다 고가로 분양된 곳이 많아 싸게 낙찰받는다 해도 실제 운영수익은 높지 않다”면서 “서울 강남권이나 역세권 등을 제외하고는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부도심이나 수도권 중심상업권역에 위치한 상업시설은 당분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6월말 현재 서울에서 나온 상가(근린시설) 낙찰가율은 68.92%를 기록해 한 달 전(47.02%) 조사 때보다 뛴 것으로 나타났다. 강은현 소장은 “근린상가와 오피스텔은 당분간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강세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목 좋은 곳의 상가, 오피스텔은 낙찰가율(낙찰가/감정가×100)이 90% 이상은 돼야 낙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세대, 다가구, 재건축, 단독주택은 요즘 경매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시들한 상품들이다. 특히 몇 년 전까지 감정가를 웃돌아 낙찰됐던 재개발구역 내 연립, 단독주택들은 최근 서울시가 주택 정책에 변화를 주면서 인기가 떨어졌다. 가령 한남 뉴타운만 해도 조합원수가 늘어난 데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 지역에서 나오는 부동산 경매물건의 경우 유찰횟수는 늘고 낙찰가율은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낙찰된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의 한 단독주택은 감정가는 약 19억원이지만 7회차까지 떨어져 결국 약 8억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은 용산역 근처에 있어 감정가는 비쌌지만 재개발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과 임차인 배당과 관련된 것이 여러 차례 유찰을 거듭한 이유다. 

일반적으로 토지는 철저한 장기투자 상품이다. 최소 5년 이상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부동산 경매로 나오는 토지물건은 많지만 입찰 경쟁률이나 낙찰가율은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높지 않다. 부동산태인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 6월 전국에서 나온 토지물건은 총 7731건으로 낙찰가율은 72.41%를 기록했다.

금융권 경락잔금대출 경쟁 치열

경매로 토지를 매입할 때 가장 큰 이점은 토지거래허가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개발계획이 잡혀 있는 곳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다. 일반 거래로 구입하려면 관련 기준을 지켜야 하지만 경매로 구입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황지현 방철환법률사무소 경매실장은 “귀농, 귀촌을 희망하는 베이비 부머들이 늘면서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토지가 최근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인기”라면서 “초기 투자비 차원에서 시세보다 반값 이하로만 구입하면 귀농, 귀촌 성공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경락잔금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경매 투자에겐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일반 대출 시장은 가계부채 문제로 침체된 반면 부동산 경매는 일반 거래가보다 싸게 구입한다는 이유로 금융권 대출이 비교적 수월하다.

특히 아파트는 다른 부동산 상품에 비해 거래 시세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각 지역 법원 주변 지점을 중심으로 대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들은 아파트의 경우 낙찰가 80% 내지는 일반 시세(KB국민은행 조사) 기준 60% 선에서 대출이 진행되고 있다. 금리는 연 4.5~5.0% 수준. 한 금융권 경락잔금대출 담당자는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며 상가나 단독주택 등은 아파트보다 금리가 연 1.0%씩 더 높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보험사 등 제2금융권 역시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가 연 1.0% 가량 높다.

이들 경락잔금대출은 일반주택담보대출과 방식은 비슷하다. 입찰보증금을 내고 낙찰받으면 이후 1개월 내 나머지 잔금을 내야 한다. 이때 낙찰자가 금융기관을 찾아 경락잔금을 신청하면 해당 물건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구입비를 대출해준다.

Tip l 이색 특수 물건

교회·시장부터 극장·터미널까지 ‘다 판다’

- 부동산 경매로 나온 속초항국제여객터미널 모습.

부동산 경매에는 아파트, 단독 등 주거형과 상업용 시설 말고도 다양한 부동산 상품이 매각 물건으로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교회나 개인사찰과 같은 종교시설이다.

고양시 일산동구 OO교회를 예로 들어보자. 이 교회의 감정가는 약 50억9800만원이지만 현재 1회 유찰돼 35억6915만원에 8월 재매각된다. 개인사찰 중에는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 있는 OO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감정가는 약 19억7000만원이지만 2회 유찰로 49% 내린 약 9억6900만원에 8월 재입찰에 부쳐진다. 일반적으로 종교시설은 수요자가 많지 않아 낙찰가율이 40~50%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특수시설이기 때문에 용도변경이 힘들다. 부동산만 경매로 나왔을 뿐 내부 집기 등은 신도들이 소유권을 주장해 명도에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런 물건을 부동산 경매로 구입하려면 관련 종교단체가 낙찰받는 게 일반적이다. 이 밖에도 현재 경매에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위치한 대림시장과 경남 하동군 진교면 버스터미널부지, 경북 구미시 극장(시네마월드)도 매각, 대기 중이다. 휴게소, 패션아웃렛, 주유소 등도 최근 심심치 않게 경매로 내몰리는 특수물건이다. 그러나 이들 특수물건들은 가격이 비싼 탓에 수요자가 많지 않다.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한 A조선소는 감정가만 약 68억원에 이른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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