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경기 위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요즘 부동산 경매 시장은 한산하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추가 집값 하락을 예상해 입찰에 나서지 않아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는 건 좋은 물건을 구입하기가 한결 수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설적으로 최근 10여년 사이 부동산 경매시장에서 최고의 황금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였다. 그런 면에서 경매 고수들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는 것은 투자이론 서적을 뒤적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학습법이다.

부동산으로 돈 번 시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 때 ‘불패신화’라는 용어까지 만들며 계층, 세대 구분 없이 최고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부동산은 이제 ‘계륵(鷄肋)’같은 존재가 됐다.

부동산 경매 시장도 침체돼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경기 불황으로 경매에 넘어가는 부동산은 늘었지만 정작 이를 받쳐줄 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형국이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경매로 쌓이는 물건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값이 추가로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분명 지금은 경매로 부동산을 사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말한다. 

주변 땅값보다도 싸게 펜션 산

전직 금융인

은행 지점장 출신인 정선엽씨(62·가명) 는 퇴직 후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는 현재 자신이 보유, 운영 중인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A펜션을 지난해 경매로 샀다. 3개 동으로 이뤄진 이 펜션의 총 면적은 1094㎡(331평), 감정가는 약 15억899만원이었다. 임야까지 합쳐 총 토지 면적은 1만34㎡(3035평)다. 전 소유자인 K씨가 대표로 있던 B리조트사가 건립해 운영해오던 것으로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함께 부동산 경매로 처분된 것이다.  

금융권에서 일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경력이 없었던 정씨가 이 물건에 관심을 보이자 주변에서는 “펜션과 같은 교외형 숙박시설은 요즘 너무 많이 지어져 수익률이 낮다”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현재 A펜션이 위치한 가평군 청평면 일대는 북한강 지류를 따라 펜션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정씨 역시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다녀온 후 마음을 바꿨다. 그는 펜션이 지어진 지가 2년을 넘긴 데다 주변을 지나는 국도(4차선)에서 차로 2~3분 거리에 있어 교통여건이 좋다는 점을 주목했다.

투자환경도 정씨가 구입하기에 이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펜션 주인 정씨의 설명이다.

“사람들이 가평에 펜션이 하도 많아 낙찰받아도 운영하기가 만만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여러 번 유찰된 거 같아요. 그러니 저로선 더 싸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여기에 공사비를 받지 못한 공사업체 관계자들이 2억2100만원에 달하는 유치권을 신고한 것도 경매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은 이유였다.

우선 정씨는 유치권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법무사에게 문의한 결과 실제 유치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은 4500만원 정도였다. 이후 정씨는 감정가의 33%(약 5억2098만원)인 6회차 입찰에 들어가 37.3%인 5억9289만원에 낙찰받았다. 지난 2월 열린 이 물건의 입찰 경쟁률은 2대 1에 불과해 낙찰도 비교적 손쉬웠다. 낙찰가와 유치권 해제, 인테리어 비용까지 포함해 그가 이 펜션을 마련하는 데 들어간 돈은 6억7000만원이었다. 정씨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는 전세를 놓고 현재 이곳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펜션을 운영하면서 그가 벌어들인 수입은 월 평균 300만~350만원 선이다. 서울춘천고속도로와 가까워 주말에는 거의 모든 객실을 풀가동해야 할 정도로 그의 펜션은 인기가 높다. 

“우리 펜션은 발코니 면적이 넓어 특히 30~40대 손님들이 좋아해요. 흔히들 경매서류에 ‘유치권’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질색하는데 설령 그렇더라도 한번쯤은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는 게 좋아요. 사실 저는 순전히 유치권 때문에 싸게 샀거든요.”

경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매로 펜션을 구입하려면 주변지역 땅값이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펜션이나 전원주택 투자에 주변지역 땅값은 일종의 가격 저지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현재 정씨 펜션의 주변 땅값은 3.3㎡당 30만~40만원이다. 임야까지 포함해 A펜션 땅값은 단순계산해도 9억1050만~12억1400만원이다.

- 유치권, 허위임차인 물건은 낙찰 후 소송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경쟁률이 낮은데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사진은 입찰 현장을 방문한 경매강좌 수강생들.

 역발상 재개발 투자로 성공 거두다

서울 상일동에 사는 김석경씨(51·가명)는 불황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뒤바꾼 케이스다. 전북 장수 출신인 김씨는 상경이후 줄곧 섬유 관련분야에서 종사하며 어렵게 돈을 모아 2년 전 첫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당시 그가 구입한 부동산은 서울 사당동 재개발 구역 내 66㎡(20평)대 연립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시 재개발 정책이 바뀌면서 그가 투자한 연립주택은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이 와중에 지난해 그가 또다시 재개발 구역에 있는 집을 사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저러다 큰일 나겠다’며 말렸다. 

“아내마저 ‘재개발에 투자해 손해 본 사람이 왜 또다시 그걸(재개발 구역 내 주택)사느냐’고 화낼 정도였으니까요. 솔직히 사당동 집을 사 손해 본 게 꽤 됐거든요.”

김씨가 지난해 11월 경매로 낙찰받은 집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165㎡(50평) 2층 규모 단독주택(반지하 포함)이다. 감정가가 7억8000만원인 이 집을 그는 5억1000만원에 낙찰받았다. 입찰 당시 이 집에 살고 있는 세입자(9세대)는 은행의 근저당권 설정일 뒤에 전입신고를 해 대항력(낙찰 반대 권리)을 갖고 있지 못했다. 세입자들에게 이사비 명목으로  1500만원을 지급해 명도 문제를 해결한 김씨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했다. 1층은 전체를 1세대로 꾸며 1억5000만원에 전세를 줬다. 대신 2층과 반지하는 원룸 8개로 꾸몄다. 대학과 가까워 자취생 수요가 많다는 점도 투자 고려 대상이었다. 현재 김 씨는 각 방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 4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김씨가 노린 것은 서울시 재개발 정책의 변화다. 더 정확히 설명하면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 사업에 속도조절에 나선 점이다. 만약 주변이 뉴타운에서 해제될 경우 김씨는 이 집을 헐고 빌라로 지을 생각이다. 황지현 방철환법률사무소 경매실장은 “대지 면적이 181㎡(55평)에 달해 뉴타운에서만 해제되면 임대사업용으로 활용하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 펜션이나 전원주택은 주변 땅값이 가격 저지선 역할을 한다.

허위세입자 가려내 싸게

내 집 마련 성공

국내 30대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최모씨는 지난 3월 서울 신당동 C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구입했다. 지은 지 10년 된 이 아파트는 2호선 신당역과 가까운 역세권에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씨가 주목한 경매물건은 132㎡(40평)대로 감정가만 5억5000만원이었다. 일반 시세는 4억7000만~4억8000만원. 최근 몇 년 간 지속된 경기 침체를 잘 보여주는 이 집을 최씨는 3억2000만원에 낙찰받았다. 경쟁률은 3대 1이었다. 서울 도심과 가까운 지역의 아파트가 이 정도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위축돼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부동산 경매 시장에서 가격 하락의 이유를 단순히 경기 침체로만 여겨선 안 된다.

교통 요지에 시세보다 훨씬 싼 부동산 경매물건이 있다는 건 뭔가 위험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꼼꼼하게 물건을 살펴본 결과, 이 아파트에는 전세보증금 2억원을 달라고 주장하는 세입자가 있었다. 보통 근저당권 설정일보다 전입일, 확정일자가 빠르면 세입자에게 우선 배당권이 주어진다. 이때 세입자가 임대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반드시 배당신청을 해야 한다. 만약 법원에 배당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이는 고스란히 낙찰자가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챙겨봐야 할 것은 과연 세입자가 진짜 세입자냐는 점이다. 부동산 경매에서는 세입자가 전 소유자(채무자)와 짜고 허위로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 돈을 돌려달라고 떼를 쓰는 일이 종종 있다. 이것이 바로 허위(가장) 임차인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근저당권을 설정한 금융기관에 찾아가 세입자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래 -Tip 참조) 보통 허위임차인은 전 소유주가 경매 절차를 방해할 목적으로 친인척, 지인 등과 허위 임대차 계약서를 써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여러 번 경매를 유찰시켜 입찰가를 낮춘 뒤 자신들이 입찰해 해당 부동산을 매입한다. 다행히 최 씨가 입찰에 참여한 물건은 허위임차인으로 밝혀져 이사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토지거래허가지역 공유지분 사

1년 만에 10배 수익 내

경기도 수원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L씨가 부동산 경매투자에 나선 건 지난 2007년부터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감정가 2억6000만원인 99㎡(30평)짜리 D아파트를 그는 2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감정가보다는 6000만원 싸게 샀지만 매입직후 불어 닥친 세계 경제 침체로 아파트값이 떨어지면서 2010년 초 그는 1억원 가까운 돈을 손해 보고 처분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부동산 경매로 관심을 돌린 것은 그해 말 무렵이다. 이번에는 땅 투자에 도전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땅은 미군기지 이전이 추진 중인 경기도 평택의 310㎡(94평) 규모 토지였다. 감정가는 3200만원이지만 세 번이나 유찰돼 값은 1638만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경매관련 서적을 섭렵한 그는 가장 먼저 토지계획이용확인서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그는 이 부지가 계획관리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미래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현장을 찾아 주변 땅이 한두 곳씩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입찰에 참여한 L씨의 설명이다. 

“이렇게 개발가치가 높은데 왜 여러 차례 유찰됐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그래서 현황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봤더니 땅 전체가 나온 게 아니라 특정 지분만 입찰에 붙여진 케이스였어요. 4건의 가압류는 낙찰에 따라 권리가 모두 없어지는 것이더군요.”

간혹 땅 중에서는 소유주가 여러 명인 공유 지분 물건이 있다. 이런 물건은 지분만 나오는 것이어서 낙찰 후 개발 또는 매각하기 위해서는 나머지 토지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만약 부동산 경매로 나오면 법원은 나머지 공동 소유주가 우선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준다. 다행히 이 토지는 공동소유주가 우선 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L씨는 4회차 입찰에서 1900만원을 써내 낙찰자가 됐다. 이렇게 매입한 L씨의 토지는 지난해 한 아파트 개발업자에게 매각됐다. 당시 매매가는 2억1000만원. 1년 만에 낙찰가의 10배가 넘는 돈을 번 것이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의 설명이다.

“공유지분 투자는 부동산 경매에서  ‘양날의 칼’과 같다. 본인 단독으로 처분하기는 힘들지만 반대로 자신의 동의가 없어 다른 지분 소유주가 맘대로 할 수도 없다. 개발계획이 잡혀 있는 곳의 공유지분은 중장기 투자용으로 적합하다. 이 때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토지계획이용확인서와 같은 공적 서류를 열람하는 것이다. 개발계획이 잡혀 있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해도 경매로 매입하는 것은 사전 허가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Tip l 동산 경매 활용법

TV·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경매로 ‘싸게’ 산다

대법원 경매 사이트에 가면 부동산만 구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TV, 가구부터 자동차까지 일반 물품도 공개 매각 방식으로 매각한다. 바로 동산 경매다. 동산 경매는 금융권이 채권을 현금화시키는 차원에서 채무자가 소유한 모든 물건을 공개 매각하는 것이다. 동산 경매가 신청되면 법원은 공인된 감정평가 기관에 해당 동산의 감정을 의뢰한다. 통상 동산 경매의 감정가는 감정평가 기관의 정밀한 감정 절차를 거쳐 가격이 결정돼야 하지만 대부분 중고 시세를 기준으로 값이 책정된다. 해당 물품을 하나씩 매각하다 보면 채권 회수가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늘 한꺼번에 판다. 입찰 자격에 제한은 없다. 도장과 주민등록증만 갖고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경매 날짜가 확정되면 법원은 법원 집행관 사무실과 대법원 경매 정보 사이트(www.courtauction.go.kr)에 2주전 물건을 공고한다.

전문가들은 동산 경매로 물건을 구입하려면 철저히 실수요 개념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한다. 클래식 오디오, 미술품 등을 제외하고는 시세차익을 거둘 만한 물건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다만 모텔, 펜션 등 숙박사업이나 원룸 등 임대사업을 벌이기 위해 가구 용품 일체를 매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값싸고 유용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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