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법 입찰법정 모습

부동산 경매는 현장에서 바로 낙찰자가 정해진다. 특정일, 특정 장소에서 부동산을 공개 입찰에 부쳐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구입할 권리를 주기 때문에 부동산 경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현재 법원이 채택한 입찰방식은 크게 기일입찰과 기간입찰 두 가지다. 기일입찰이 앞서 설명한 대로 특정 시간에 소재지 관할 법원 입찰 장에서 열리는 방식이라면, 기간입찰은 정해진 기간(통상 1주일) 동안 우편으로 입찰서를 내면 법원이 마감 후 1주일 내 최고가 입찰자에게 구입할 권리를 우선적으로 주는 제도다. 이날 기자가 체험한 건 기일입찰이었다.

오전 10시

“지금부터 서울중앙지법 경매3계 입찰을 개시(시작)하겠습니다.”

지난 7월17일 서울중앙지법 입찰법정. 경매 시작을 알리는 집행관의 선언과 함께 입찰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법정 앞쪽에 비치된 물건명세서를 열람하기 시작했다. 물건명세서는 사람으로 치면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서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법원 경매가 시작되는 시간은 오전 10시다. 이때부터 입찰장 맨 앞에 있는 입찰함에 물건 입찰봉투를 넣어 접수를 받는다. 입찰봉투는 입찰법정 현장에서 누구에게나 나눠준다. 봉투 안을 살펴보니 기일입찰표, 입찰보증금 봉투가 들어 있다. 

입찰 현장에 가면 가장 먼서 살펴봐야 할 것이 법정 밖에 게시된 물건진행표다. 여기에는 이날 어떤 물건들이 매각될지가 기록돼 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입찰에 참여하려던 물건이 취하, 연기됐는지 여부다. 사건번호 옆에 취하, 연기라는 도장이 찍혀 있다면 그 물건은 그날 입찰에 올려지지 않는다.

오전 10시30분

경매가 시작된 지 30분 정도 지나자 입찰법정 안팎이 사람들로 분주해졌다. 입찰에 참여할 물건들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견학차 현장을 찾은 경매강좌 수강생들도 보인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선택한 부동산의 입찰 금액을 얼마로 정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날 기자가 선택한 물건은 사건번호 <2011타경-32311>로 서울 관악구 봉천동 A근린상가 2층 2호실이었다. 주상복합 건물에 딸려 있는 상가다. 얼마 전까지 노래방으로 사용된 이 상가의 면적은 88.74㎡(26.8평), 감정가는 4억7000만원이다. 이미 3회 유찰돼 이날 입찰 시작가는 2억4000만원이었다. 세입자가 배당요구를 한 데다 권리분석상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돼 기자는 이날 입찰가로 2억5470만원을 썼다.

기일입찰표에 사건번호와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적고 입찰가격과 보증금액을 숫자로 적는다. 만약 본인이 직접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대리인을 내세울 거라면 자신의 인감증명서와 인감도장을 대리인을 통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입찰서류를 작성하는 데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입찰 법정 내 기재대에 서류 작성 견본이 비치돼 있어 적힌 대로 쓰니 생각보다 간단했다.

오전 11시

“입찰 마감시간이 10분 남았습니다. 정확히 11시10분에 입찰을 종료하겠습니다.”

정각 11시가 되자 입찰 마감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댔다. 11시 법원이 요구한 대로 서류를 작성해 입찰봉투에 서류와 돈봉투를 넣고 경매집행관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류를 받은 집행관은 입찰봉투의 맨 윗부분인 번호표를 잘라주는데 이는 나중 입찰자를 불러줄 때 꼭 필요한 서류다.

- 1. 입찰봉투, 입찰표, 입찰보증금 봉투 2. 기재대에서 한 경매 입찰자가 입찰서류를 작성하는 모습.

오전 11시10분

입찰 마감이 선언되자 법원 관계자들이 제출된 입찰봉투를 사건번호별로 분류했다. 그리고 경매집행관은 이날 매각될 물건이 어떤 건지 번호대로 불러줬다. 만약 여기서 사건번호가 불리지 않았다는 건 입찰자가 없어 해당 물건이 다음 경매로 넘어갔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다음 물건별로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불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가장 높은 값을 쓴 사람이 낙찰자로 선정됐다. 탈락하면 입찰 시 냈던 보증금은 그 자리에서 바로 돌려받지만 낙찰되면 보증금은 바로 법원으로 입금된다. 그리고 보증금을 제외한 나머지 잔금은 낙찰 허가일로부터 한 달 내 내면 된다.

“사건번호 2011타경 32311 입찰자들 앞으로 나오세요. 모두 3명이 참여했는데요, 낙찰자는 3억100만원을 쓴 경기도 OO시에 사는 OOO씨입니다.”

기자가 입찰한 물건의 낙찰자는 입찰 시작가 2억4064만원보다 6036만원을 더 쓰고서야 주인이 정해졌다.

인상적인 것은 이날 경매 현장에 생각보다 30~40대 참여가 많았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은 줄었지만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층이 많이 늘었다는 게 함께 간 경매 전문가(황지현 방철환법률사무소 경매실장)의 설명이다. 이날 서울 성북구 정릉동 A빌라(감정가 2억3000만원)를 1억6390만원에 낙찰받은 김모씨는 경매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얼마 전 집주인이 전세금을 6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반전세(보증부월세)로 돌릴 수도 없고. 그래서 그럴 바에는 아예 싸게 경매로 사는 게 나을 것 같았어요. 지금 전셋값에 은행 대출 좀 받으면 되거든요. 계산해 보니 매달 내야 할 이자도 월세에 비해 훨씬 싸더라고요. 당분간 팔 생각이 없으니까 집값 떨어지는 건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아요.”

이날 서울중앙지법 경매 3계가 처분한 물건 수는 전체 64건 중 17건. 그래서인지 입찰은 정각 12시에 모두 끝났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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