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한 논의는 전 지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 등이 지구온난화를 막겠다는 지구촌 차원의 중요한 결의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확연한 입장 차이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의 길은 멀고도 험할 것으로 보인다.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춰 보려고 논의를 시작했다. 20년 전 이렇게 탄생한 것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다. 이 협약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해 각종 온실 가스의 방출을 제한하고 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협약 자체가 각국의 온실 가스 배출에 대한 어떤 제약을 가하거나 강제성을 띠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대신 협약은 시행령에 해당하는 의정서(protocol)를 통해 의무적인 배출량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주요 내용을 정의한 것이 교토의정서다. 교토의정서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2007년부터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5.2% 줄이기로 한 국제규약이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에서 체결됐다. 배출량 감축 의무이행 대상국은 호주, 캐나다, 일본,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총 39개국이고, 감축 대상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 여섯 가지다.

- 지난해 12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 모습

선진국들은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2005~2012년에는 선진국들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2013년부터 이를 연장해 2017년까지 개도국도 감축 의무국에 편입시킬 계획이었다. 교토의정서의 효력은 2012년 말까지였다.

교토의정서는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17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17)에서 새로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해를 끝으로 폐기될 위기였다. 이 때문에 당시 총회에서는 ‘포스트 2012 체제’를 어떻게 짤 것인지에 대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다.

일본·캐나다·러시아, 교토의정서 탈퇴 선언

의무감축 대상인 선진국들은 최근 20년 동안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 동향이 크게 변화한 점 등을 들어 새로 부상한 주요 배출국이 참여하는 새로운 체제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근거로 교토의정서 연장을 주장하면서 의무감축 대상국의 재분류를 반대했다. 우리나라는 총회에서 교토의정서 연장, 즉 2차 공약기간 설정을 지지하면서 의무감축 대상이 아닌 나라들도 자발적인 감축 공약을 국제사회에 내놓고 이를 국내법으로 의무화해 온실가스 감축을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결국 교토의정서의 시한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교토의정서 시한 만료를 앞두고 극적인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2012년 이후 법적 공백에 대한 우려는 일단 해소됐다.

그러나 일본·캐나다·러시아는 “2차 공약기간 동안 미국·중국도 온실가스를 의무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교토의정서 탈퇴를 선언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중국이 전체의 24%로 1위다. 그 뒤를 미국(18%), 인도(6%), 러시아(5%), 일본(4%) 등이 잇고 있다. 이 중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고, 중국과 인도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감축의무가 없다.

온실가스 배출량 1~3위국인 중국, 미국, 인도가 이미 빠져 있는 데다 이들 3개국도 불참을 선언하면서 교토의정서의 실질적인 효력은 2013년부터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게 됐다.

다만 각국은 2020년부터 모든 나라가 참여하는 새 기후체제를 출범시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새로운 체제가 출범하면 주요 배출국들은 단일 법적 체제 아래 온난화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합의에 따르면 교토의정서는 2013년 1월부터 2기 공약기간이 시작된다. 각국은 이른바 ‘더반 플랫폼’이라고 불리는 로드맵에 따라 새 기후체제를 위한 협상에 들어가 2015년까지 이를 완료하고 2020년에 효력을 발휘하도록 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물론이고 1, 3위인 중국과 인도 등 이른바 ‘빅3’가 모두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받게 된다.

새 기후체제 형식으로는 의정서·법적 체제·법적 결과물 등 세 가지 방안을 놓고 선택하기로 했다. 교토의정서 연장 시한에 대해서는 5년 연장과 8년 연장 의견이 엇갈린 끝에 올 12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18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총회는 오는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의 녹색기후기금(GCF) 설치를 위한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이사국과 사무국 선정 등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연장으로 온실가스 감축 문제에서 당분간 ‘개도국’의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2020년 발효될 새 기후체제에서는 의무감축 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만큼 실효성 있는 감축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더반 총회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 논의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지만 오는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되는 18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전망은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경제성장도 함께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 모습.

선진국·개도국 구체적 실행방안 두고 대립

지난 5월13일부터 27일까지 독일 본에서 올해 첫 기후변화 협상회의가 열렸다. 본회의인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앞서 매년 최소 두 차례씩 개최되는 협상회의는 각국의 주요 논의사항을 사전에 조율하고 협상 의제를 설정하는 실무급 회담이다.

이 협상회의에서는 ‘더반 플랫폼’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자는 내용의 포괄적 의제가 채택됐다. 또 더반 플랫폼의 합의 사항을 논의할 부속기구도 설립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두고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다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2020년 이후 모든 국가가 감축행동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더반 플랫폼의 논의를 두고 선진국들은 ‘의제의 구체화’를, 개도국들은 자신들의 ‘감축행동 지원방안 도출’을 각각 선결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진국들의 감축 회피와 경제성장에 발목이 잡혀 있는 개도국 사이의 이익다툼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만 COP17 이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기후변화 적응 이슈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장관급 회의(Pre-COP18)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어느 정도 협상 여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어떤 의제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두 달 뒤 개최되는 도하 총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길은 순탄치 않다. 감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확연한 입장 차이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이 급속히 늘고 있는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의 배출량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신흥국이나 개도국은 과거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됐는데, 왜 개도국이 그 덤터기를 써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한다면 개도국들은 경제 성장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국발 금융위기에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세계 경제도 침체를 지속, 온난화 방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를 촉진하는 경기부양법을 제정하는 등 녹색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한 기후변화 대응 기본법안은 업계 반대 등으로 입법화가 가로막혀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규제보다는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총 전력공급 중 80%를 청정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등 2020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대비 17% 감축할 계획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역시 도입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시장 친화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달성하는 제도다. 각 기업에 배출량을 할당한 뒤 할당량보다 많은 양을 배출한 기업은 다른 기업에서 배출권을 구매하고, 할당량보다 적은 양을 배출한 기업은 다른 기업에 잉여 배출권을 판매하는 제도다.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은 자국 산업의 국제 경쟁력 보호를 위해 배출권 거래제법 도입을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정례 기자회견에서 “배출권 거래제가 기후변화 해결의 유일한 방안은 아니다”라며 도입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일본도 각료회의를 통해 2013년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기로 했던 기존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세계 3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인도도 유사한 이유로 배출권 거래제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키로 했다. 정부는 지난 7월23일 배출권 거래제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고 1차연도(2015~2017년)에는 배출권을 전액 무상으로 할당받도록 했다. 2차연도(2018~2020년)에는 배출 허용량의 3%를, 3차연도(2021~2025년)에는 10% 이상을 돈을 내고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생산 원가 상승으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신중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제조업 중심의 현실에 맞는 한국형 배출권 거래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 지원에 초점을 맞춰 산업육성 차원의 맞춤식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0~2000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세계 11위, 1990~2005년 배출 증가율은 9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이 때문에 일부 선진국들이 우리나라를 의무감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정부 자발적 정책 추진

이에 한국 정부는 여러 부문에 걸쳐 자발적이고 선도적인 정책을 마련해 추진해 왔다. 정부는 2009년 코펜하겐 총회에 앞서 의무감축 비대상국가로는 처음으로 2020년 배출전망치(BAU)보다 온실가스를 30%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10년 온실가스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온실가스 종합 정보센터’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7월에는 25개 업종으로 세분화한 온실가스 감축 실천계획을 확정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대규모 사업장에 대해 감축목표를 할당하고 이행 여부를 관리하는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도 도입했다.

또 개도국의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활동(NAMA)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등록하는 ‘나마 레지스트리(NAMA registry : 개도국 감축활동 등록부)’를 제안하는 등 감축 비의무국가로서의 자발적 노력을 강조해왔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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