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의 심리 상태는 매우 불안해보였다. 바둑 애호가로서 보기에 1국은 상당히 심했고 2국도 완벽하지 않았다. 이 9단은 그답지 않은 바둑을 뒀다. 하지만 그의 컨디션을 떠나 알파고가 정말 대단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국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 즉 추상화 영역에 기계가 침범한 대사건이다.

사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기술적으로 대단한 것은 없다. 컨볼루션신경망(CNN),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등은 다 알려진 이론이고 딥마인드팀이 아이디어를 조금 보탰을 뿐이다. 놀랍지 않은 기술, 아직 완벽하게 완성되지 않은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온 결과가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기호(심볼)를 실제 세계의 의미와 연결시키는 것을 ‘심볼 그라운딩’이라고 한다. 알파고는 그런 능력이 없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계산해서 인간 최고수를 꺾었다. 그런 수준으로 인간 최고수를 위협할 정도이면, 심볼그라운딩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가져올 결과는 얼마나 더 대단할 것인가.

아무리 효율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더라도 바둑의 한 대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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