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등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를 맞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자동차란 제품이 미래 기술의 3대 요소인 로봇(친환경차), 사물인터넷(V2X), 인공지능(자율주행)에 모두 부합하기 때문이다. 대형 ICT 업체들의 연간 현금 흐름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현금 동원 능력 역시 완성차 업체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래 자동차의 화두는 크게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자동차 공유(Car Sharing)로 꼽힌다. 이들의 조합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친환경차는 배터리 밀도 개선과 가격 하락이 관건이고 최근 들어 마이크로터빈 하이브리드, 리튬에어전지 등 신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테슬라가 독보적인 제품을 내놔 파란을 일으켰지만 친환경차 분야에서 신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등장하며 그 위상이 희석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는 인센티브와 환경 규제로 친환경차 판매를 증진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한 알파고를 만든 구글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자체 연산 능력과 빅데이터, 구글맵, 레이저스캐너 판독 등을 통해 핸들과 액셀러레이터가 아예 없는 자율주행차를 내놓은 바 있다.

인공지능(AI)이 세계 1위의 바둑기사를 이길 정도의 학습 능력이라면 부정적으로 보던 자율주행도 딥러닝(인공기계학습) 등의 기술 발달로 보다 정교해질 수 있다. 고가의 레이저스캐너도 미국 벤처기업인 쿼너지(Quanergy)의 혁신적 기술로 저가에 보급이 가능해졌다. 주요 국가 역시 규제 완화를 통해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폴크스바겐과 도요타의 연구개발(R&D) 비용은 이미 ICT 기업을 넘어섰다. 상대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R&D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3총사(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로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췄다. 기아차는 쏘울 전기차, 레이 전기차, 니로 하이브리드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제네시스 EQ900은 자율주행 2단계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주행 4단계 기술을 지닌 구글이나 3단계에 이른 테슬라에 비해 여전히 열위에 있다.

현대차 혼자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을 상대하기 벅찰 수 있다. 이제는 현대차, 삼성, SK, LG, 한국전력 등 국내 기업 각각의 경쟁력을 합친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나설 때다.


▒ 고태봉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기업분석부,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그룹장, 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기업분석팀 총괄팀장 이사).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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