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앞에서 국내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1호 허가증을 받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차량이 시험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연구개발을 위해 실제 교통상황에서 도로주행 허가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이 급격히 발전했지만 2000년 초반만 해도 인공지능, 무인 자율주행차 등은 먼 미래의 기술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의 국내외 동향을 살펴보면 2020년에는 생활 속에서 무인 자율주행차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늘 그랬듯이 혁신은 준비되지 않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다.

강력한 검색엔진, 지도 서비스, 비디오 콘텐츠로 무장한 세계적 IT 기업인 구글은 무인 자율주행차를 머지않은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2009년 선포했다. 이 발표는 세계적 자동차 업체가 아닌 IT 기업이 자동차와 관련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큰 이목을 끌었다.

특히 구글의 발표와 이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증거들은 무인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무인 자율주행차 산업과 시장은 대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구글 무인 자율주행차

2020년 부분 자율화 단계 상용화 예상

현재 IT 기업 구글이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현대기아차,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단계를 크게 다섯 단계로 정의한다. 레벨 0은 운전자가 주행에 관한 모든 기능을 작동하는 ‘완전 비자동화’ 단계다. 레벨 1은 2000년대 이후 전자장치를 도입한 이후 ESC(전자 자세제어장치), ACC(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등 일부 기능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도움을 받는 단계다. 제한적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작동이 가능하다.

레벨 3부터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정 도로나 주행환경에서 차량의 모든 기능이 자동으로 제어된다. 필요에 따라 돌발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주행에 관여할 수 있다.

레벨 4는 ‘완전자율주행’ 단계로,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다. 레벨 4는 운전자 개입 자체가 불가능한 ‘무인차’와 운전자 개입을 선택할 수 있는 ‘유인차’로 나뉜다.

지금과 같은 기술 트렌드를 보면 2020년에는 부분자율화 단계인 3단계에 이르는 수준이 상용화될 것이라 예상한다.

무인 자율주행차 개발에 있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구글과 자동차 업체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구글은 완전자율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운전자 보조시스템의 진화형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와 테슬라 또는 벤츠의 무인 자율주행차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차는 운전석에서 운전자의 역할을 아예 배제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와 벤츠의 무인 자율주행차는 핸들과 브레이크, 엑셀러레이터 페달 등이 여전히 존재함으로써 만일의 경우 운전자가 개입할 수 있다.



<사진 : 조선일보 DB>

출발 늦었지만 빠르게 따라잡고 있어

세계적 기술력과 지원 그리고 개발 시기에 있어 다소 느린 출발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국내 자율주행 기술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초로 기업 수준에서 자율주행 기술개발 장려를 위해 ‘국내 무인차 경진대회’를 지속해서 열며 국내 대학의 기술개발 장려와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 자사의 고급 세단인 제네시스를 기반으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비슷한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HDA(Highway Driving Assist)와 국내 도로 실정에 맞는 자율주행 기술인 TJA(Traffic Jam Assist) 개발에 성공했다.

세계 기술에 비춰 아직 기술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세계 자율주행 기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 부분자율주행 상용화를 달성하고 2025년 고도자율주행 기술 완성, 2030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77억5000만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리 정부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개발과 관련된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일정 심사를 거친 무인자율주행차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허가를 해주고 있다. 동시에 몇몇 구간에서의 자율주행 실험을 허가했다. 이는 미국 네바다에서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위해 허가 번호판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취지다.

하지만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세부적인 법규와 절차를 개선해 국내 기업들도 무리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민간의 기술개발이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 김정하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신시내티대 기계공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기계공학 박사, 현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무인차량연구실 교수.

김정하 국민대 무인차량연구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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