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명문 공과대학 MIT를 상징하는 건물인 킬리안 홀. <사진 : 블룸버그>

미국 최고의 명문 공과대학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학교 전체가 거대한 스타트업 양성소다. 이 학교 슬론(Sloan) 경영전문대학원(MBA)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MIT 졸업생이 창업해 운영 중인 기업은 3만개가 넘으며 이들 기업의 2013년 총수익은 1조9000억달러(약 2140조원)에 달했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 인도의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하고 러시아의 GDP에 육박하는 액수다.

MIT 동문이 창업한 세계적인 기업으로는 인텔, 퀄컴, 맥도널드 더글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드롭박스 등이 있다.

MIT의 모토인 ‘마음과 손(Mens et Manus)’은 ‘지식(mind)은 실제 생활에 적용 가능(hand)할 때만 의미가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진취적인 창업가 정신은 슬론 경영대학원 고유의 강점이기도 하다. 슬론 경영전문대학원이 1914년 설립 이후 계량 분석과 정보기술(IT), 기술경영(MOT) 등 현장에서 직접적인 성과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것도 이 같은 학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슬론 MBA 출신의 대표적인 경영자로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회장이 있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가 저조한 지지율로 중도 하차하며 스타일을 구겼지만, 경영자로서 피오리나는 미국 비즈니스계에서 최고의 여성 경영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재학생에서 이공계 전공자가 39%

피오리나는 중소기업의 비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5세에 미국 통신사 AT&T에 영업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비즈니스 역량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고 1999년 휴렛팩커드(HP)의 최초 여성 CEO로 영입됐다.

HP에서 컴팩과의 합병을 성사시켜 찬사를 받았고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여성 CEO’에 6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2005년 HP 회장직을 사임한 뒤 비영리법인 ‘칼리 피오리나 엔터프라이즈’의 회장을 맡고 있다.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 포드자동차 회장도 슬론 동문이다. 포드의 창업주 4대손인 포드 주니어는 2001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 위기에 처했던 포드를 회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밖에 시티그룹 창업자로 회장을 역임한 존 리드와 로터스 소프트웨어의 설립자인 미치 카포 등이 이 대학원 출신이다.

최근 몇 년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등 이공대 출신 경영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이공대 중심의 학풍이 강한 MIT 슬론 MBA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슬론 MBA 지원자 수는 5700명으로 지난해(3800명)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헤드헌팅업체 스펜서 스튜어트의 2014년 조사 결과를 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 CEO의 학부 전공 중 공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33%였다. 지난해 슬론 재학생의 전공별 분포에서 이공대 출신 비율은 39%로 가장 높았다.

슬론은 이 같은 장점을 살려 최근 북미 경영대학원 사이에서 설립 붐이 불고 있는 빅데이터 과정에서도 차별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슬론의 빅데이터 코스는 1년 과정으로 오는 9월 시작한다. 입학정원은 30명이며 수업료는 7만5000달러(약 8400만원)다. 기업 현장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한 10주짜리 여름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수업과목으로는 ‘데이터 마이닝: 데이터 찾기와 밸류 창출 모델’ ‘응용 확률’ 등이 포함되며 과정을 마치면 ‘경영분석 석사학위’가 주어진다.

슬론의 빅데이터 과정은 MIT가 자랑하는 세계 수준의 교수진과 시설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디지털화에 따른 경제 전반의 변화를 다룬 베스트셀러 <제2의 기계시대>의 공동저자인 에릭 브린욜프슨도 지도교수로 참여한다.


INTERVIEW 제이콥 코헨 MIT 경영대학원 부원장

“중국 대학 MBA 와 교환학생 제도 운영”

MBA 지원자 중 첨단 기술 관련 분야 취업을 원하는 비율이 부쩍 늘었습니다. 슬론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슬론 졸업생들은 전통적으로 기술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지난해 슬론 졸업생들이 가장 많이 취업한 기업 10곳 중에는 세계 최고 기술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보잉이 포함됩니다. 아마존에 22명, 구글에 14명, 애플과 MS에 각각 7명, 보잉에 5명이 취업했습니다. 맥킨지(31명)와 보스턴컨설팅(14명), 딜로이트(13명)와 베인앤드컴퍼니(12명) 등 컨설팅 업계 선호도 두드러집니다. 반면 금융계에서는 5명이 취업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대 고용주였을 만큼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중국은 물론 싱가포르와 홍콩 등 아시아권 MBA 선호도가 높아졌습니다. 이 부분 대응 노력이 궁금합니다.
“학교 차원에서 중국 경제나 기업이 주목받기 이전인 1996년부터 중국 현지에서 중국 기업과의 교류와 관련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북미 경영대학원의 국제적인 관심사는 온통 일본이었죠. 슬론은 중국 경영대학원들과 학생 교환 방식으로 ‘차이나 랩(China Lab)’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1~4월 사이 4명 단위로 팀을 구성해 최소 24개 팀을 중국에 파견합니다. 이들은 현지 기업에서 중국 MBA 학생들과 함께 현장형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중국 MBA 학생들이 MIT를 방문해 1주일간 머물며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북미의 다른 일류 MBA에 비해 슬론이 가진 장점은 또 뭐가 있을까요.
“전체 입학 정원이 408명으로 미국의 명문 MBA 중에서 매우 적은 편입니다. 서로 친밀감을 높일 수 있어서 졸업 후까지 이어지는 네트워크 형성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대부분의 상위권 2년제 경영전문대학원이 첫 1년 동안 전공필수 과목을 이수하게 돼 있는 것과 달리, 슬론의 전공필수 과정은 한 학기로 끝납니다. 학생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심화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주기 위한 배려입니다.”

슬론이 원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이 궁금합니다.
“추진력과 열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대 변화와 상관없이 리더십과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지적 호기심과 정보 분석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더해 기존의 문제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창의력도 중요합니다.”

▒ 제이콥 코헨(Jacob Cohen)
미국 시라큐스대 로스쿨, KPMG 미국공인회계사(AICPA), PwC 컨설턴트, 프랑스 인시아드 MBA 학장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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