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토론 수업 모습.

미국 중서부 최고 명문 대학인 시카고대는 1890년 석유 재벌 존 록펠러의 기부금으로 설립됐다.

‘지식이 불어나고 또 불어나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지리라’라는 모토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시카고대는 자유로운 사고와 철저한 비판정신을 바탕으로 한 학문적 성취를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학교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9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이념적 토대를 마련한 ‘시카고학파’를 통해 무려 28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탄생시켰다.

시카고학파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은 “노벨상을 받으려면 시카고대를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구와 토론을 중시하는 시카고대의 학문 전통은 부스 경영대학원의 전통이기도 하다. 1898년 설립된 부스는 여러 항목에서 ‘미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82년 경제학 교수였던 조지 스티글러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며 세계 최초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경영대학원으로 기록됐다.

스티글러 외에도 1993년 수상자인 로버트 포겔 교수와 1997년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 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 등 총 6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세계 최초의 경영학 박사 과정(1920년)과 최고경영자 과정(EMBA·1943년)을 탄생시킨 것도 부스였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시카고 시내 중심가의 모습. <사진 : 블룸버그>

이론 중심이지만 학사운영은 유연

‘이론의 메카’로 널리 알려진 부스지만 학사 운영만큼은 다른 어떤 경영대학원보다 유연하다. 부스에서는 기초과목인 미시경제학과 통계학, 회계학 세 과목을 제외하면 원하는 과목과 지도교수를 선택해 수강할 수 있다. 국제화도 부스의 또 다른 강점이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것은 최고 수준의 경영대학원이라면 기본이다. 부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메인 캠퍼스가 있는 시카고 외에 영국 런던과 홍콩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북미와 유럽, 아시아 3개 대륙에 캠퍼스를 운영하는 경영대학원은 미국에서 부스가 유일하다.

부스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리드(LEAD)’라는 이름의 리더십 프로그램이다. 신입생들은 입학하자마자 6개 그룹으로 나뉘어 다양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경영자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돕는 경영관리 의사결정 수업이 인기다. 수업 참가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성적인 그룹으로, 다른 그룹은 과거 경험과 기분에 따라 결정하는 의사결정자로 나뉘어 지도교수와 함께 토론 방식의 수업을 진행한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와 함께 미국 3대 도시 중 하나인 시카고에 메인 캠퍼스가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인구 270만명의 시카고엔 보잉과 맥도널드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다. 뉴욕만큼은 아니라도 인턴십과 취업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

높은 수준의 학문적 완성도를 추구하는 부스의 동문은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미국 석유 업체 셰브론의 존 왓슨 회장, 독일 최대 은행 코메르츠방크의 마틴 블레싱 최고경영자(CEO), 존 코자인 전 골드만삭스 CEO, 마이클 라슨 빌&멀린다게이츠 인베스트먼츠(BMGI) 최고투자책임자, 마크 호플러메지언 하얏트 글로벌 CEO 등이 부스 동문이다.

부스 경영대학원은 올해 들어 비영리 단체와 공공 분야 종사자들을 위한 장학금을 개설했다.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 인력을 유치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금요일 저녁과 토요일에 수업하는 주말 파트타임 MBA 입학생 중 관련 분야 종사자 8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한다.


INTERVIEW 수닐 쿠마르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장

“ 토론 통해 다양한 관점 갖도록 훈련”

부스 경영대학원 지원자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있나요.
“예전보다 MBA에 지원하는 목적과 졸업 후 진로 선택이 다양해졌습니다. 창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도 많아졌고 금융 분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대신 첨단기술과 헬스케어 분야의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사회적 기업과 교육 분야 취업을 목표로 하는 이들도 늘었습니다. 컨설팅 분야의 인기도 꾸준합니다.”

예전과 다른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궁금합니다.
“학생들의 창업을 돕기 위해 관련 과목의 수준을 높였고, 데이터 분석 과목도 개설했습니다. 지난 학기 졸업생 중 아마존에만 28명이 취업하는 등 첨단기술 관련 취업이 많이 늘었습니다.그렇다고 특정 산업 분야 취업을 돕기 위한 교육은 하지 않습니다.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에 데이터 분석 능력을 더하면 시대가 변해도 본인이 원하는 길을 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미국 경영대학원에서도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환경이 변해도 시카고대와 부스의 접근법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우리는 정답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질문과 토론 중심의 수업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렌즈(관점)를 통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끕니다. 또한,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사고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도록 돕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제학과 심리학, 사회학 등에 바탕을 둔 깊이 있는 학문적 이해가 큰 도움이 됩니다. 데이터와 새로운 기술은 이런 과정을 돕는 중요한 수단이지 목적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런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훈련이 잘돼 있으면 중국은 물론 세계 어디를 가도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급우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많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무료 강좌가 MBA를 일정 부분 대신할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무료 동영상 강의가 예전보다 다채로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동영상 기반의 강의가 기존 MBA 수업의 ‘보완재’가 될 수는 있겠죠. 그렇다 해도 오프라인 수업 과정에서 토론과 협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MBA 수업을 대신하지는 못할 것으로 봅니다.”

▒ 수닐 쿠마르(Sunil Kumar)
미국 일리노이대 전자공학 박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부학장

윤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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