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2일 충남 천안시 입장면 연곡리에 있는 블루베리코리아의 농원. 높이 1.5~2m의 나무들이 촘촘하게 자라고 있었다. 매서운 비바람이 치는 가운데서도 두툼한 파커를 입은 한 농부가 나무를 살펴보고 있었다. 함승종 블루베리코리아 대표였다. 그는 한국 농가에 생소한 블루베리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출신 농부다.

블루베리의 효능이 알려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다. 블루베리는 폴리페놀, 안토시아닌과 같은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시력 증진과 안구건조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항산화 작용, 노화방지 및 치매억제, 뇌졸중과 심근경색 방지 등의 효과가 있다. 외국에선 우리나라의 홍삼과 맞먹는 기능성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1kg에 4만~5만원 선으로 가격도 비싸다.

함 대표가 농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문구용품 회사인 바른손팬시의 CEO에서 물러난 2000년이었다. “인생2막에는 뭘 할까 하다 귀농을 결심했죠. 평화로운 시골생활도 하며 돈도 벌기 위해 농업에 뛰어들 생각이었죠. 상추 한 번 심어본 적 없는 농사의 문외한이었는데 말입니다.”


블루베리로 만든 와인과 잼


그는 성공한 귀농지역으로 알려진 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보니 대부분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고, 퇴직금을 쏟아 부었지만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귀농인이 천지였다. 6개월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니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마침 침구회사인 이브자리의 계열사인 코디센에서 CEO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다. 잠시 귀농의 꿈을 접어두기로 했다. “그런데 자꾸 귀농이 눈앞에서 어른어른하는 겁니다. 틈틈이 준비를 했죠. 남들이 다 하는 것으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어요. 새로운 고소득 작물이 필요했죠.”

그는 일본, 미국, 영국 등에 있는 지인들을 통해 각 지역의 가장 비싼 과일을 찾았다. 100g당 가장 비싼 과일이 바로 블루베리였다. 그는 휴가를 내 블루베리의 주산지인 미국 뉴저지를 찾았다.

“충격이었죠. 수십만평, 수백만평 규모의 농원이 수두룩했어요. 3대가 같이 농사를 짓는 곳도 있더군요. 마침 한국인이 운영하는 농원도 있었는데, 한국에 블루베리를 알리고 싶어 했어요. 일본, 중국, 대만에서도 키우는데 한국만 안 하더군요.”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그리곤 다시 일본, 캐나다 등을 돌아다니며 재배와 가공, 판매 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시작했다. 묘목장에서부터 백화점까지 모든 과정을 전부 훑고 다녔다. 사전조사를 하는데 거의 2년이 걸렸다. “철저한 사전조사로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회사를 경영하면서 몸에 밴 버릇 때문이죠.”


함승종 대표가 블루베리 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농사일은 못하는 농부CEO

농원 부지는 지금의 천안 입장면으로 정했다. 예로부터 포도 주산지인 데다 풍수 피해가 다른 지역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지를 매입하기는커녕 임대하기에도 자금이 턱없이 부족했다. “바른손에서 같이 일했던 임원들을 찾아갔어요. 블루베리에 대해 설명하고 같이 하자고 했죠. 4명 모두 흔쾌히 투자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는 2005년 2만6400㎡(8000평)의 부지에 1만2000주의 블루베리 묘목을 심었다. 1000평, 2000평 규모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블루베리는 강한 산성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토양의 산성도를 높인 이후 묘목을 심어야 하죠. 토양산성도를 조절하고 옮겨심기를 여러 차례 하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죠.”

사실 재배보다는 판로 확보가 더 걱정이었다. 블루베리에 대한 인식이 워낙 낮았기 때문이다. 아예 일본 시장을 염두에 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2007년 그야말로 블루베리 열풍이 분 것이다.

“2007년 수확을 앞두고 시장개척을 위해 일본 출장을 갔어요. 첫 날 아침부터 한국에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어요. 주문을 하거나 농원 위치를 묻는 전화였어요. 끊임없이 전화가 오는데,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죠. 알고 봤더니 한 언론매체에 블루베리 효능과 함께 농원 소개 기사가 나간 겁니다.”

그 주 토요일과 일요일, 농원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한다. 일요일 하루에만 2000만원어치를 직접 판매할 정도였다.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에서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였다고 한다.

블루베리의 성장성을 내다본 그는 매년 약 5000주의 묘목을 새로 심어왔다. 현재 블루베리코리아는 5개 농원의 3만주의 나무에서 40여t의 유기농 블루베리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 블루베리코리아의 매출은 7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는 귀농했지만 농사꾼은 아니다. 농사일을 직접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한 번 해보겠다고 덤볐죠. 그런데 이틀을 일했더니, 이후 3일 정도는 드러누워 있어야 했어요. 그때 깨달았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농사일은 전문가에게 맡기자고 결심했죠.”

초기 블루베리 묘목을 심고, 수확하기까지 2년 동안 이를 관리하는 것도 아예 전문기업에 위탁했다. 그는 그동안 유통과 판로 개척, 마케팅 등 향후 계획을 수립하는 데 전념했다.

그는 블루베리나무를 노후연금나무라고 부른다. 전원생활과 함께 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이라는 것이다. 블루베리 묘목을 한 번 심으면 50~70년 정도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30년 동안 연금처럼 수익을 얻고도, 다음 20~40년간의 수익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귀농에 뜻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농사는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춰야 만족할 만한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적은 규모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요. 농사에도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거죠. 무엇보다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귀농은 실패할 수밖에 없어요.”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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